역사의 숨결/역사(중국)

[현대중국 정치론] 제5부 제4장 동아시아 신질서와 중국위협론의 실체

지식창고지기 2009. 7. 2. 17:08

[현대중국 정치론]

제5부 제4장 동아시아 신질서와 중국위협론의 실체

 

 

1. 서 론

 

20세기말 세계가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국제정치의 역학 역시 냉전 시기와는 다른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탈냉전의 세계적 조류 속에서 21세기의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장래를 조망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는 ‘부강한 중국’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인구와 세계 3위의 광활한 영토, 그리고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등장은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장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21세기 세계질서와도 관련이 되는 중요한 관심사라 할 것이다.

 

더구나 소련의 몰락과 미국 영향력의 점진적인 퇴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동아시아의 세력개편과정에서 강력한 중국의 등장은 이 지역의 모든 나라들의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은 과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탈냉전시대의 동아시아의 장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될 것인가라는 의문은 동아시아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심사라고 하겠다. 특히, 탈냉전시대에도 여전히 남북한의 분단과 대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는 문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먼저 탈냉전시대의 동아시아가 안고 있는 위험성과 잠재력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른바 ‘중국 위협론’의 실체를 분석하면서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장래에 중국의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추론해 보았다.

 

2. 탈냉전 시대의 동아시아 : 잠재력과 위험성

 

동구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과 소련의 붕괴로 가속화된 냉전질서의 해체라는 세계질서의 지각변동은 동아시아에도 놀랄만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냉전시대에 이 지역의 질서를 주조하던 미국과 소련을 중심축으로 한 대결구도가 와해되면서 동아시아에서도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경제적인 차원에서 상호의존적이고 협력적인 국제관계가 급속하게 확장되면서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동아시아는 지난 10여년간 세계에서 가장 활기있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등을 포함하고 있는 동북아시아는 경제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아래의 <표-1>이 보여주는 것처럼 1992년 현재의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중국과 한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북한을 포괄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28%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총생산양도 세계총국민생산량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는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하였다. 더구나 GDP의 성장율은 지난 1980년에서 1992년까지 세계 평균치가 3%인데 비하여 중국과 한국은 무려 9% 이상을 기록하였고, 일본도 4.1%의 성장율를 유지함으로써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지역임을 입증하였다.

 

<표-1> 동북아시아 5개국의 주요 경제지표 (1992)

국가

인 구

(백만명)

국민총생산량 (10억달러)

GNP성장율 (80-92)

GDP성장율

(80-92)

한 국

43.7

296.7

8.5 %

9.4%

일 본

124.5

3,509.7

3.6

4.1

중 국

1162.2

546.2

7.6

9.1

러시아

149.0

374.0

*2.0

-

북 한

21.9

20.9

1.2

-

동북아

1,501.3

4,747.5

4.6

-

세 계

5,438.2

23,275.5

1.2

3.0

자료: The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Report, 1994

CIA. Handbook of Economic Statistics, 1993

 

이처럼 동북아시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적 활력은 탈냉전시대가 전개되면서 더욱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에서 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속하게 증가되고 있기 때문에 탈냉전시대의 동아시아는 21세기의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지역으로 주목 받게 되었다. 그러나 탈냉전시대에 동아시아국가들은 상호의존성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인 번영과 발전을 공유하고 세계경제의 중심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탈냉전시대의 동아시아의 질서는 지역적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요인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탈냉전시대가 전개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구소련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쇠퇴하고, 미국의 영향력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하강국면으로 접어 들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역할이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 것이고, 그리고 지역강대국들간의 새로운 세력관계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가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개입과 확장’ (Engagement and Enlargement)의 전략을 추구하면서 동아시아의 신질서를 주도하려는 미국, ‘보통국가론’을 내세우면서도 국제정치적, 군사적 역할의 강화를 모색하는 일본, 그리고 12억 인구와 고도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강력한 중국간의 갈등과 경쟁이 바로 이 지역의 불투명성과 불안정성의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 지역은 대만과 한반도문제와 같은 냉전시대의 화약고를 그대로 안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평화와 안정이 깨어 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동아시아지역의 불투명하고 불안한 상황은 이 지역의 주요 국가들간의 군사비 증액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탈냉전시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탈군사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데 비하여 동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지역에서는 오히려 군사비가 증액되고 있는 현상은 바로 탈냉전시대의 불안정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래의 <표-2>가 보여주고 있는 것 처럼 지난 10여년간 동아시아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군비확충을 추진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1983년에서 1993년 사이에 전세계 평균 군사비는 27%의 감소를 보였는데, 동아시아지역의 경우는 23%의 실질적 상승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동아시아지역에서의 군사비 상승현상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한국이나 북한, 그리고 다른 역내 국가들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군사비 증액을 계속 추진했기 때문이다.

 

<표-2> 지역별 군사비 증감 추세

 

군사비

GNP대비군사비%

 

1983

1993

성장율

1983

1993

성장율

서유럽

1925

1853

-3.7

3.4

2.6

-23.9

북미3국

3186

3096

-2.8

5.8

4.3

-25.4

동아시아

1140

1400

22.8

2.7

1.9

-29.2

기타지역

5695

2335

-59.0

9.9

5.2

-47.7

세계전체

11946

8684

-27.3

5.7

3.3

-41.3

자료: U.S. ACDA, World Military Expenditures and

Arms Transfers, 1993-1994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이러한 군비증강의 추세는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닐지 모른다. 위의 <표-2>가 보여주고 있는 또 다른 추세는 동아시아의 경우 GNP대비 군사비의 비중이 가장 낮고, 그것도 1983년의 2.7%에서 1993년에는 1.9%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실질적인 군사비 증액은 경제성장의 부수적인 효과이며, 탈냉전시대의 불확실성을 대비하려는 자구적 노력의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냉전이라는 불투명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지역강국들이 지속적으로 군비증강을 추진한다는 것은 역내국가들을 긴장시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들과 여러가지로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 동아시아 제국들의 입장에서 중국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경향은 우려할 만한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중국위협론’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하겠다.

 

3. ‘중국위협론’의 실상과 허상

 

지난 1990년대 초 미국과 일본, 그리고 동아시아 여러나라들은 강력한 중국의 등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하였다. 12억의 인구와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고,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고도성장경쟁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 그리고 중국의 국익과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 중화민족주의적인 경향성마져 보이고 있는 중국은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될만 하다.

 

물론 이런 ‘중국위협론’은 강력한 중국의 등장을 견제하려는 미국이나 일본의 정치적 의도에 의하여 과장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중국위협론’의 현실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중국의 경제대국화 경향은 ‘중국위협론’의 물적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 1978년이후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고도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경제대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경제는 1979년이후 1995년까지 연평균 9.9% 성장율을 기록하였고, 1991년부터 1995년 사이에는 11.9%라는 놀랄만한 경제성장율을 기록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활기있고, 고도성장하는 경제라는 점을 과시하였다.

 

이처럼 중국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중국경제의 규모도 엄청나게 확장되었다. 1978년부터 1989년 사이에 중국의 국민총생산량은 2배이상 증가되었고, 일부 서방세계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경제의 규모는 이미 1990년대초에 미국이나 일본 다음으로 큰 경제대국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의 중국경제는 실질 구매력을 기준으로 할 때, 전세계 총생산의 약 6%를 차지하는 세계 3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은행의 추정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경에 홍콩과 대만을 포함하는 대중화권의 국민총생산량은 미국의 9.7조 달러보다 많은 9.8조 달러가 될 것이며, 교역양에 있어서도 일본의 5210억 달러보다 많은 6,390억 달러를 기록하는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같이 중국경제는 총량적인 차원에서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경제생활수준도 상당히 향상되었다. 개혁기간동안 절대빈곤층(絶對貧困層)은 그 이전과 비교하여 절반 이상 감소하였고, 국민소득도 대폭 증가하였다. 1978년 1인당 국민소득은 379元에서 1995년에는 4,757元으로 약 12.6배가 증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식적인 국민소득은 다른 개발도상국가들에 비하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에 대한 통계만으로는 중국 국민들의 경제생활수준을 정확히 추론하기 힘들다. 예를들면, 공식적인 환율에 의하면, 1993년 1인당 국민소득은 370 달러에 불과하지만, 실제 구매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면, 1,600 달러수준에서 2,600 달러 수준이라고 추정될 만큼 중국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향상되었다. 물론 실제 구매력으로 평가해도 중국은 아직도 경제적으로 낙후된 개발도상국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규모와 그 성장잠재력을 고려한다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하겠다.

 

둘째로, 이와같이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통하여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성취하고 경제대국으로 발돋움을 하면서 동시에 천안문사건 이후 중국은 신장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군 현대화를 추진함으로써 중국이 군사대국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다음의 <표-3>에서 알수 있는 것처럼, 1988년이후 1995년사이에 중국의 국방예산은 매년 대폭적으로 증가하였다.

 

<표-3> 중국 국방비 증가추세

년도

국방비:억원, (전년대비 증가율,%)

’88

217.9 ( 3.9)

’89

251.4 (15.3)

’90

290.3 (15.5)

’91

330.3 (13.8)

’92

377.8 (14.4)

’93

425.8 (12.7)

’94

550.6 (29.3)

’95

630.9 (21.2)

출처: 민족통일연구원, 㰡”中國의 改革, 開放 加速化와 東北亞秩序㰡• (연구보고서 93-04), p.29; 대외 경제연구원, 㰡”지역경제㰡• (1995년 4월호), p. 9

 

특히, 1995년의 공식적인 국방예산은 전년대비 21.2%가 증가된 630억元(약 75억 달러)으로 이는 2년 연속 20%이상의 국방예산을 증액시킨 것이었다. 물론 이와같은 공식적인 국방예산의 증액만으로는 실질적인 국방비 규모를 알 수 없다. 서방세계의 추산에 의하면, 중국은 약 1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군사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중국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면서 러시아로부터 각종 첨단무기를 수입하여 군비 현대화를 추진함으로써 주변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셋째로, 중국정부와 중국사회에서 중화민족주의적인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현상도 ‘중국위협론’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에 폐막된 중국공산당 제 14기 6중전회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발전과 대외개방의 새로운 역사적 조건 아래서 어떻게 정신문명을 건설하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다시 강조하였다.

 

사회주의 정신문명의 건설은 이미 1980년대 이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강조되었던 것이어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며, 또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 특히, 신심(信心)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주의 정신문명의 건설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전통문화와 가치, 그리고 중화주의적인 애국심을 고취하려고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형적인 부국강병책을 추구하면서 중화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중화주의의 부활 또는 중국적 패권주의의 징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하겠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부강하고 군사적으로 강력하며, 중화민족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등장에 대해 주변 국가들이 우려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현실적으로 그렇게 위협적인 강대국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중국경제의 장래, 중국 군사력의 실상, 그리고 중화민족주의의 한계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첫째로 중국의 경제대국론에 대해서도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물론 풍부한 노동력, 거대한 시장규모, 중국인이 동원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 및 기업가적인 자질 등을 고려한다면 중국은 21세기에 경제 초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정보와 첨단기술, 창의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므로 중국도 머지않아 지금과 같은 외연적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총량적인 차원에서 중국경제의 규모는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10%이상의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중국경제의 장래를 그렇게 낙관만 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들면, 중국의 경제발전과정에서 중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유기업의 적자및 비효율성의 문제, 재정적자의 누적, 농업부문의 낙후성과 사회간접자본의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중국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난제들이 있다. 더구나 경제성장의 부산물로 나타난 여러가지 사회경제적 부작용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경제의 장래를 그렇게 낙관만 할 수 없다.

 

둘째로, 중국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도 현재로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 본 것 처럼 1989년이후 중국의 군사비 증액 비율은 주목 할만한 것이지만, 그것의 내역을 살펴보면, 보상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혁, 개방이 시작한 이후 약 10년간 유예되었던 부분, 특히 인건비 부분에 대한 보상적인 성격의 증액이란 중국측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다. 또한 증액된 중국의 국방비도 일본이나 미국의 국방비와 비교하면 위험한 수준은 아직 아니며, 더구나 기술적인 차원에서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이나 일본의 역량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중국은 현재의 싯점에서 지역적 강대국의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경고는 오히려 일본이나 미국의 군사력 증강 구실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끝으로 중국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화민족주의적인 성향은 경우에 따라서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대외관계로 악화될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경제의 대외 개방성과 대외의존성이 증가되면서 중국사회에서 민족주의적인 성향과 더불어 개방적인 국제주의를 추구하는 세력도 동시에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단계에서 중화주의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4. 동아시아 신질서와 중국의 역할

 

이와같이 ‘중국위협론’에는 현실적으로 타당한 측면도 있고, 과장되거나 왜곡된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중국 지도부가 추구하고 있는 정책적인 목표가 무엇이며, 앞으로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996년에 열린 全人大에서 중국은 9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21세기의 장기 정책목표를 제시하였다. 금세기 말까지 국민총생산액을 1980년의 4배 증대하여 小康단계를 실현하고, 2010년까지 다시 2배로 증대하며,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함으로써 중진경제국으로 발전하고, 국가건립 100주년인 2050년 이후에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에 찬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은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개방과 개혁정책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앞으로 상당기간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공동번영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동아시아의 현상유지에 만족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경제력등 신장된 ‘종합국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남사(南沙)군도와 조어도(釣魚島) 등에 대한 영유권 확보, 홍콩과 대만에 대한 주권 회복 등을 추구하면서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은 탈냉전시대의 다극화 추세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신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국력에 걸맞는 위치와 역할을 점유하려고 노력할 것이 틀림없다고 하겠다.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노력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동아시아 제국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탈냉전시대의 동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미국의 정책과 충돌하면서 미ㆍ중관계의 갈등과 긴장을 조성하고, 동아시아의 불투명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중국 등 모든 관련 당사국들이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이 지속하는 것은 궁국적으로 자신들의 국익에도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타협과 협상을 통하여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예를들면 중국과 동아시아지역은 미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극단적인 대립을 회피하려고 하고, 중국도 지속적인 개혁과 개방정책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서방세계와의 협력이 필요하고,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의 패권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이들과의 관계가 대결 국면으로 악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중국을 배제하거나 견제하려고 하기보다는 21세기 동아시아 신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위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동아시아 발전을 위한 동반자의 관계를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사실 중국의 발전과 안정없이는 동아시아의 발전과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21세기의 동아시아의 장래는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