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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지구촌현장] “되찾은 땅에 우리 꿈도 함게 키워요”

지식창고지기 2009. 7. 8. 16:27

[2005지구촌현장] “되찾은 땅에 우리 꿈도 함게 키워요”

 

3.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버리고 떠난 비닐하우스에서 경제적 독립을 향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꿈이 익어가고 있다.

▲ [2005지구촌현장] 3. 가자지구

땅이 비옥한 가자지구의 2000여개 비닐하우스에서 팔레스타인 농민들이 가꾼 8t의 고추가 지난 11일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수출됐다. 앞으로 이곳에서 수확되는 딸기와 방울 토마토, 허브와 향신료는 유럽과 주변국가들로 수출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고용돼 허드렛일만 하던 가자 주민들은 요즘 제손으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소속 경제개발회사의 바실 자비르 사장은 <에이피통신>에 “팔레스타인인의 재건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우리땅에서 농사 짓고 사업도 하며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3개월 전까지 이곳에는 38년 동안 가자를 점령했던 이스라엘 군대와 정착촌이 있었다. 8500명의 유대인 정착민들은 가자지구의 20%를 차지했고, 팔레스타인인 120만명은 남은 땅에 몰려 살아야 했다. 8월15일부터 시작된 가자철수 동안 이스라엘 전역에서 몰려든 극우파 젊은이들은 정착민들과 함께 불까지 지르며 저항했고, 군인들에게 달랑 들려 강제로 차에 태워지는 이들의 모습은 전세계로 전해졌다.

땅을 되찾았다는 환호로 들떴던 가자지구에서 지금 모든 것이 비닐하우스 안의 농산물처럼 제대로 익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이 9월12일 철수를 끝내면서 모두 부숴버린 정착촌의 산더미 같은 잔해는 여전히 곳곳에 흉칙하게 남아 있다. <아에프페(AFP)통신>은 이스라엘 정부가 애초 이 잔해를 모두 치우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경제개발 계획들도 장애물에 부딪쳤다. 정착촌의 잔해가 치워져야 주택과 시설들을 지을 수 있지만, 공사는 시작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철수 이후에도 가자를 둘러싼 모든 국경과 해상 통제권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의 압력 속에 이스라엘은 11월26일에야 비로소 이집트-가자 사이 라파 국경 검문소의 관할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겼다.

지중해로 둘러싸인 가자에 항구를 짓는 계획도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01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야세르 아라파트 공항’도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독립국가 수립의 오랜 꿈이 여전히 멀기만 하다는 것은 이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을 사이로 분리된 두 지역,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을 영토로 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국가를 세우려 하지만, 여전히 두곳 사이의 통행조차 쉽지 않다.

내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 3월 이스라엘 조기총선은 중요한 변수다. 팔레스타인 총선에선 교육·의료사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집권 파타당을 위협하며 어떤 성적을 거둘지가 주요 관심사다. 하마스가 대승을 거둔다면 이스라엘은 이를 빌미로 강경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가자철수를 실현시킨 아리엘 샤론 총리는 최근 신당을 창당해 조기총선에 나섰다. 샤론 총리가 승리한다면 서안에서 이스라엘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의 계획이 더욱 강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