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역사(중국)

[공저] 동아시아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2009)-목차 및 서문

지식창고지기 2010. 2. 11. 10:46

블로그 청송재에서 가져 옴

 

[동아시아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 한울, 2009

 

                                                             

 

서문

   

제1장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그 의미

 

제1부 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

 

제2장 ‘동아시아 정체성’ 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제3장 동아시아의 외래문화와 문화변용

제4장 동아시아의 해양세계와 해양 네트워크

 

제2부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학

   

제5장‘서유럽 모던’과 ‘동아시아 근현대’

제6장동아시아 문학의 가능성

제7장 동아시아 문학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제8장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초국가적 수용

 

결어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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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문

 

 

오늘날 ‘동아시아’라는 개념과 관련된 논의 또는 (담)론은 이미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된 관심사로 등장했다. 특히 흔히 개발도상국으로 알려진 동아시아에서 문화는 다양한 민족 간 이해가 충돌, 갈등하는 경합의 장을 제공한다. 그것은 민족문화 간 차이를 만들어내는 문화적 자원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동아시아, 특히 식민지 경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학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 지구적 맥락(global context) 속에 위치시킬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담론 역시 전 지구적(global)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는 이주노동의 문제, 디아스포라(diaspora), 가족문화, 대중문화, 문화적 정체성, 재현의 문제 등을 세계문화의 흐름 속에서 고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준다. 전 지구적 과정에서 이질적인 문화 간의 문화접촉(culture contact) 속에서 동아시아의 문화 간 충돌과 갈등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서양에 의한 동양의 침략은 결국 서양인의 눈에 비친 동양의 이미지, 즉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만들어냈다. 서양은 인식의 주체임과 동시에 인식의 중심이었으며, 동양은 서양인의 인식 대상임과 동시에 인식의 주변이었다. 인식 주체이자 중심이었던 서양인의 눈에 비친 동아시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의 근대는 대체로 서양인에 의해 ‘창조되고’ ‘날조된’ 역사 과정이며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일종의 문화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홉스봄 2000). 식민지적 근대성 속의 문화 창출이라는 특성은 동아시아, 특히 식민지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과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문화 형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식민지적 피지배의 다중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근대는 특수한 문화 구도(cultural matrix)에서 조망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저서는 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을 문화와 문학이라는 양대 구조 속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서구의 문화와 근대성 개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을 동아시아의 시각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이번 시도는 특히 동아시아라는 개념에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그 일차적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를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동아시아론은 두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동북아시아’라는 잘못된 등식에 의해 동남아 지역을 소외시킨 것이 첫 번째 약점이다. 동(북)아시아의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없는 중화주의에 의해 거부될 가능성을 지적했는데 이것이 두 번째 약점이다(김명섭 2000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 또는 프로젝트로서의 동아시아’ 개념에 충분히 공감하고 그것을 잘 활용한다면 ‘동아시아’ 문화 또는 ‘동아시아’ 문학을 조감하는 데 단순한 비교의 차원을 넘어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동아시아’라는 개념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개념의 보편성과 객관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중국 대륙의 입장에서는 동쪽에서 한국․일본과 함께 ‘동북아시아’, 남쪽에서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속한 국가들과 함께 ‘동남아시아’, 북쪽에서 우즈베키스탄, 타지크스탄 등과 함께 ‘중앙아시아’, 서쪽에서 인도․네팔 등과 함께 ‘남아시아’라는 권역을 구성할 수 있고, 그럴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권역에 얽매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동아시아 문화와 문학 구상이 한국과 일본, 중국의 전유물로 간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적절한 논리 또는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중국과 관련된 논의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에 대해선 본문에서 보다 상세하게 다룰 것이다.

이 저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을 문화인류학과 문학의 측면에서 다룬다. ‘동아시아’라는 개념적 범주는 한편으로는 광범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호한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이론적, 방법론적 논의는 학술적 측면이나 실천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할 중요 과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단초로서 이 저서에 대한 집필이 이루어졌음을 이 자리를 통해 밝혀두는 바이다.

이 저서는 동아시아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동아시아'의 개념적 범주를 통해 보다 광범위하게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 시도의 일환으로 저술된 것이다. 이 저서의 연구주제 자체가 독창적이고 창의적일 뿐 아니라 기존 분과학문의 경계를 가로질러 학문적 상호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도는 개별화되어 있는 분과학문 사이의 학술적 의사소통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가능케 할 것이며, 그것은 결국 하나의 학술공동체를 구축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작업은 동아시아 공동체의 가능성을 학술적, 실천적으로 조망하는 일이 될 것이며, 비교론적 방법을 통해 동아시아의 문화적 특수성과 보편성을 전 세계적 문화 흐름의 구도 속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동아시아의 실체와 운동성을 드러내는 작업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바이다.

이 저서는 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된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점검하여 보다 체계화하고자 하는 학술적 시도가 될 것이다. 동아시아 문화와 관련된 연구에 대한 저서의 출판은 동아시아 문화연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특정의 도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움직임 속에서 기존의 고정되고 확정된 경계를 벗어나서 작동하고 있는 다층적인 문화접변 현상과 문화적 요소의 생산, 유통, 이용 및 소비 상황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에 대한 이론적, 방법론적 검토 및 비판적 성찰이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적, 문화적 구성물로서 동아시아는 문화적으로 중요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 문화와 문학에 대한 비교문화론적 연구는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의 상호작용 및 서로의 관계를 통시적, 공시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 작업은 동아시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역설적으로 동아시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인문사회과학자들에게 공동 연구 또는 학제 간 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한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를 문학, 영화, 대중문화, 생활양식, 정체성, 세계관, 역사성 등의 제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이 작업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학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동아시아’ 문화 구축의 작업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 ‘동아시아 문학과 문화’,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세계 속의 동아시아’, ‘동아시아의 디아스포라 사회’ 등의 강의를 위한 교재 또는 참고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의 문화와 문학적 특성이 현대사회 속에서 어떻게 유지, 변형되는가를 심층적으로 조망하는 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본 연구결과는 동아시아라는 개념적 범주를 학술적으로 규명함으로써 근대의 국가 모델인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선 개념적 범주로서 동아시아라는 영역 또는 분야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관련 교과목을 개발하여 활용하는 데 유용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근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포괄하는 동아시아 사회는 다문화주의로 인한 문화적 혼성성을 경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되는 문화 현장을 제공한다. 문화적 혼성성은 국가간 경계를 초월하여 진행되고 있다. 현재 사회 속에서 문화의 퓨전화(fusionization)를 관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서유럽화로 대표되는 문화적 현상의 주체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들은 문화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사회현실을 구성하는 주요한 문화적 담지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생산 개념으로부터 후기산업사회의 대량 소비가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문화를 추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본 저서의 출판은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총체적 이해는 물론 동아시아 문화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 문화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존의 동아시아 연구서와는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동아시아 세계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저서 출판이 이전보다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하면서 이에 대한 지원을 건의하고자 한다. 또한 최근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국민국가의 틀을 뛰어넘어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현상, 예컨대 트랜스내셔널리즘이나 조기 유학을 위한 가족 변화, 기러기 아빠와 엄마의 창출, 국제 이민, 이주자들의 현지 생활 적응과 난민 문제, 빈곤에 대한 국제적 해결, 국제법 등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화현상에 대한 이론적,방법론적 접근을 가능케 하는 개념적 범주로서 동아시아라는 영역 또는 분야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에 대한 논의를 기존의 정치경제학적 틀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문화적, 인문학적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이러한 '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논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하면서, 학술적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다양한 루트의 지원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