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역사(중국)

근대중국문학작품을 통해본 인민들의 삶

지식창고지기 2010. 2. 11. 10:57

블로그 행복한 서가에서 가져 옴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중국 창비세계문학  
스져춘 외 지음, 이욱연 엮고 옮김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0년 1월

 

『창비 세계 문학』시리즈의 독특한 선정 작품의 선정 방침이 마음에 들었다. 먼저 이 책 중국편은  중국 근대문학이 태동한 이후부터 1949년까지 나온 작품 가운데 중국 근대문학의 성격을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근대전환기의 시가혁신 운동과 중국근대문학의 선구자 '루쉰'을 필두로 '위따푸', '천충원', '빠진', '마오뚠', '스저춘', '라오셔', '띵링' 등 당시를 대표하는 작가 8명의 대표작9편을 한 권에 모았고 또 이 작품들을 통해 20세기 초의 중국 사회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빛을 발하는것 같다. 특히, 수록작품 중 띵링의 [밤], 빠진의 [노예의 마음], 마오뚠의 [린 씨네 가게], 스져춘의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이 국내에는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작품들로 근대의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문학작품은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입각해 먼저 근대 전환기의 시대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났으나 그 후에도 사회적·문화적 변혁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는 여전히 봉건문화가 지배적이었고 유교의 국교화(國敎化)를 외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등 매우 사상이 혼란스러웠으며 사회의 변화에 의식의 변화가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그는 문학을 통해 불합리한 전통의 타파를 외쳤던 것이다. 또한 근대화역사에서 카다란 분수령이 되었던 아편전쟁 이후 중국의 시대적 상황은 대내외적으로 극히 혼란스러운 변혁의 흐름 속에 어느 때보다도 ‘자강(自强)’과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높았고 ‘양무운동’, ‘변법유신운동’, ‘민주혁명론’ 및 ‘동서’ ‘고금’의 논쟁이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이 시기의 문학은 기존의 문언체의 문학에서 백화체의 문학이 모색되었고, 시와 소설에 있어서도 새로운 내용과 형식은 물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문학이론이 모색되었다. 그 결과 5·4시기에 이르러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근대적 형태의 신문학 이론이 성립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그 선봉에서 물고를 튼 루쉰의 작품에 먼저 주목해보지 않을 수 없겠다.
 
 중국의 근대문학을 대표적인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은 어릴때부터 전통학문을 배웠지만 신학문을 알게되고 의사가 되려고 일본 유학을 갔다가 동족의 처형 장면을 보고도 희희낙낙하는 중국인의 사진을 보고  '중국인들의 마비된 정신을 개조하는 데는 문학활동이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작품활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중국역사가 심하게 요동하고 혼란을 되풀이하던 혁명의 시대, 혁명가로서 그리고 과감한 전투정신으로 충만한 문필가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그는 단순한 슬로건이나 말뿐인 지식인의 허위가 아닌 진실한 생활, 눈부신 투쟁, 뜨거운 정열 그리고 상승하는 인간의 희망을 작품에 담았다. 

 
[아Q정전]은 근대중국문학 초기걸작으로서 수많은 언어로 외국에 소개되어 극찬을 받은 루쉰의 대표작으로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바로 신해혁명이다. 무지한 농민 아Q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 무렵 중국 민족의 약점인 노예근성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얼핏 빈약한 인물과 사건 속에 보다 정확한 현실인식과 인간인식이 감춰져 있다고 생각된다.  힘없이 시대의 커다란 조류였던 혁명으로 인해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되는 민초 아Q의 운명을 통해 혁명의 본질을 비판하고 있다. 두번째 수록작인 [고향] 역시 루쉰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주인공인 ‘나’가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옛날 죽마고우 룬투를 만나서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는 일인칭 소설이다. 이 작품 속에는 고향의 현재와 과거, 주인공 ‘나’와 어렸을 때의 친구 룬투와의 현재와 과거, 우리들의 현대 시대의 좌절과 희망, 우리 다음세대인 조카와 룬투의 아들에게 거는 미래의 희망, 농민의 재난, 지식인의 고뇌, 사회에 대한 폭로 그리고 미래에 대한 도약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그들은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중략)...몽롱한 내 눈앞에 해변의 파란 모래밭이 펼쳐졌다. 그 위 푸른 하늘에는 황금빛 둥근 달이 걸려 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 땅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P.75)
 
[고향]의 마지막 구절이다. 지금은 좌절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나 희미하게나마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걸어 보는 것으로 미래 지향적인 모습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이었다.
 
'위따푸' 역시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그는 일본에서 법학을 배우다 문학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타락]은 유햑시절인 1921년 발표된 그의 작가로서의 데뷔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이 작품도 1인칭 '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펴나간다. '나'라는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면서 작가의 의도를 들어내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의 막연한 복수심리를 통하여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독백 식의 우울함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주인공을 통해 당시 중국 청년들의 민족적 상황에 대한 울분을 대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천충원'의 샤오샤오는  자기보다 나이어린 신랑을 키우기 위해 시집을 가는것 자체도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이며 사는 외딴 시골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으며 '빠진'의 [노예의 마음]에서는 두 주인공  평과 정의 커다란 차이 즉,노예의 후손과 노예의 주인의 후손이라는 극명한 출신성분의 대조를 통해 사람사이에서의 계급으 존재라는 부조리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중국 심리소설의 개척자요진정한 의미의 모더니스트로 평가되고 있는  '스져춘'의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을 통해 당시 중국최고의 현대문명의 도시였던 상해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인 중년남자가 살아가는  일상. 또 그안에서 느끼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억압된 욕망을 대표하는 첫사랑 여인과의 낭만적 사랑으로의 여행이라는 다소 몽환적인 소재를 통해 소시민의 일상과 이상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수록된 여러 작품을 통해 근대시대의 대비되는 농촌과 도시의 삶을 보면서 70~80년의 세월이 지난후의 현대 중국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의 간극이 분명 존재하지만 아직까지도 너무 오지인관계로 교통이 불편해 판사가 말을 타고 다툼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  판결을 해주는 순회법정이 개최되는 나라인  중국의 대도시를  여행하다보면 수많은 농민공들의 구차한 삶도 엿볼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개혁과 개방의 혜택을 입은 도시와 혜택을 받지 못한 농촌이 함께 살아 숨쉬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19세기와 21세기, 첨단과 원시가 공존하는 중국을 묘사함에 있어 자기가 본 모습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반드시 오류를 수반하게 돨것같은 거대한 나라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으며 근대라는 시간적 시간여행을 인상적으로 하고왔다. 한편으론 발전된 중국과 대비도 되지만 궁극적인 밑바탕에는 근대 중국의 모습이나 지금의 중국의 모습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아직까지도 일맥상통함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 소설책으로 그 의의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