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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고, 교복까지 다른 ‘한 지붕 두 학교’

지식창고지기 2010. 4. 20. 15:33

자율고, 교복까지 다른 ‘한 지붕 두 학교’

시사IN | 김은남 기자 | 입력 2010.04.20 11:18 |

 
올해 출발한 자율형 사립고가 여러 모로 화제이다. 자율고 입학을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자율고가 무한경쟁과 타율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학교를 그만둔 교사도 있다. 자율고 안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글 싣는 순서
1) 외고 인기 뛰어넘은 자율고는 입시교육 올인 중
2) 자율고의 이면, '한 지붕 두 학교'
3) 외고 사교육, 자율고로 옮겨가나
4) 강남 학교는 여유만만, 강북 학교는 전전긍긍
5) "학교가 미쳤다, 살려면 떠나야했다"

신생 학교를 제외하고 현재 대다수 자율고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운영되고 있다. 곧 1학년은 자율고생이요, 2~3학년은 일반고생이다.

이들은 알게 모르게 차별당한다. ㅅ고는 입학식에서 '제1회 입학생 환영식'이라는 문구를 내걸어 빈축을 산 것으로 전해진다. 자율고 전환 뒤 1회라는 뜻이겠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기존 재학생의 마음을 상하게 할 만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ㅈ고는 신입생 교복이 달라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같은 교정에서 교복만 봐도 일반고생(2~3학년)인지 자율고생(1학년)인지 구분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개교 100주년을 맞아 교복을 바꾸려 한 것인데 공교롭게 시기가 맞물렸다. 2~3학년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 기존 교복을 그냥 입겠다는 의견이 많아 1학년만 새 교복을 입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현재 대부분의 자율고에는 기존 일반고 재학생이 남아 있다. 사진은 자율고생인 1학년과 일반고생인 2,3학년의 교복이 다른 한 학교.

이런 눈에 보이는 차별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 또한 2~3학년 일반고생들의 박탈감을 부추긴다. ㅇ고 2학년 여학생은 "몇몇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1학년은 수업 태도도 좋고 내용도 잘 알아듣는데 너희는 뭐냐'는 식으로 말해 기분이 안 좋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교육 역량이 1학년에 집중되면서 2~3학년이 상대적 손해를 입기도 한다. 한 교사는 "올해 들어 우수 교사를 1학년으로 빼면서 2~3학년에 배치된 비정규직 교사 수가 20명에서 30명으로 늘었다. 아무래도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자율고들은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과과정을 운영한다는 자율고의 본래 취지를 망각한 채 입시 교육에 '올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속에서 비교육적인 차별 또한 자연스럽게 만연하고 있는 셈이다.

김은남 기자 / ken@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