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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양식/이승택

지식창고지기 2011. 5. 26. 10:33

바야흐로 세계화.국제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국가와 민족간의 다방면에 걸친 교류와 접촉은 필연적으로 언어 소통의 문제를 수반하게 되었다. 특히 언어와 문화의 배경이 각기 다른 문화권 사이의 의사소통은 매우 긴요한 것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그런데 실제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에서는 언어적인 지식의 습득이나 구사력에 관계없이 언어 수행시 완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언어 수행시 동시에 발생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유형과 그 의미를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패턴은 각기 문화권마다 독특한 의미와 형태를 갖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의사소통 그 자체가 원활치 못하게 되거나 여러 가지 오해와 문화적 충격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7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모 후보가 '엄지를 세운'(thumb up) 제스처가 고대 로마시대의 '엄지를 내린'(thumb down) 제스처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다른 후보들의 비난섞인 오해를 받은 경우도 있다.

1.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범주

비록 말이나 글이 몸짓(gesture)보다는 더 체계적이고 널리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몸짓은 인간의 기본 커뮤니케이션 형태로서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비언어적 의사 소통은 몸동작인 손짓, 얼굴 표정, 눈동작, 눈썹 치켜 올리기, 어깨 으쓱하기, 오무린 입, 몸자세의 변화 등의 동작학(Kinesics) 영역과 소리의 크기, 어조, 음질의 변화나 웃음, 미소, 하품, 투덜거리기 등의 준언어(Paralanguage), 담화에 있어서의 두 화자 사이에 유지되는 공간의 연구인 근접학(Proxemics), 악수와 포옹, 피부 접촉, 애무, 키스 같은 촉각 커뮤니케이션(Haptics), 피부 색깔 및 민감도, 심지어는 의복 및 화장에 이르기까지 말로서가 아닌 인간의 모든 의사전달 방식을 말한다.

동일 언어의 문화권에서도 30%만이 말로써 이루어지고 나머지 70%는 비언어적 행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따른다면 결국 언어가 다른 두 문화권에서 온 사람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연히 '비언어'쪽에 의존되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전체적인 의사소통 현상의 맥락하에서 언어적 의사소통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즉 몸동작의 형태는 말 대신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말과 함께 일어나는 것이다.

2. 아랍인들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양식

아랍인들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양식에 대한 예비 지식을 통해 아랍인들과의 접촉시 불필요한 마찰이나 불화를 예방 또는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랍인은 대화중에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에 관한 표시를 나타내려고 할 때가 많으며 외국인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인상지우려 노력한다. 이 때문에 아랍인은 목청을 돋구어 큰 목소리로 말하며 크고 과장된 제스처를 사용한다. 비아랍인이 보면 그와같은 태도와 분위기에서 긴박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역시 아랍인들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양식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또 아랍인은 대화시에 상대방의 눈을 뚫어지도록 주시하며 상대방의 어깨를 두드리며 팔을 잡거나 얼굴을 바싹 들이대며 대화 상대와의 사이에 몸이 접촉되기를 원한다.

아랍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이 사적(私的) 공구(空球)에 대한 예비 지식이 없을 경우 아랍인과 외국인 사이에는 불쾌감이나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즉 아랍인들은 대화시에 상대방과 밀착된 상태에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때로는 상대방의 어깨를 두드리며 팔을 잡거나 얼굴을 바싹 들이대고 서로 눈을 꿰뚫어 보게 되고 서로의 입김을 느낄 정도가 된다.

이집트의 거리에서 남성끼리 팔장을 끼고 걷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는 두 사람이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임을 보여주는 이집트 아랍인들의 비언어적 행동 양식이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은 대화자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화자끼리 서로 몸이 닿는 것을 기피한다. 그래서 미국인과 아랍인이 복도의 한쪽 끝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야기가 끝날 때 쯤이면 다른 복도의 끝 쪽에서 이야기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집트의 어느 대학에서 영국인 교수가 강의를 하던중 의자 뒤로 기대어 신바닥을 무심코 학생들에게 내보였다가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본국으로 송환당한 경우는 비언어적 행동이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이러한 제스처가 무슬림 사회에서는 모욕을 뜻하는 것을 영국인 교수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인사법은 문화권마다 다양한데 아랍인들의 인사법을 손동작의 영역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전신 동작을 이용한 인사법은 오랜만에 남자 친구나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하는 껴안고 키스하기(hug and kiss)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한국인들과는 달리 허리를 굽히거나 머리를 굽혀 인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아랍인들의 종교적 배경에서 관습화된 것으로 절대신 알라외에는 허리나 머리를 굽히거나 엎드려 절하지 않는 것이다.

아랍인들의 준언어적인 현상으로 자가리드(Zagharid)와 호곡(Suwat)을 들 수 있다. 자가리드는 아랍 여인들이 결혼식(사진설명: 신랑 신부 우측에 서서 손을 입에 대고 있는 여인이 자가리드를 하고 있는 중임,레바논 지역의 결혼식)서나 희소식을 들었을 때, 혹은 누군가가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올 때 혀놀림을 이용하여 소리를 내는 것으로 기쁨이나 희열을 나타내는 감정 표현이다.
Suwat는 자가리드와 대조적으로 고뇌와 비통함을 신음소리, 호곡 등 음성으로 주로 장례식에 참석한 여인들의 감정 표현을 발성을 통해 나타낸다( 장례식의 여인들).

또한 아랍인에게 왼손을 내밀어서는 안된다. 이는 앞에서 보았듯이 "당신의 눈은 흉안이다. 따라서 나는 이와같이 해서 내 몸을 지켜야 한다"( 부적)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미신적 배경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에서도 오른쪽은 선과 행, 왼쪽은 악과 불행의 상징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랍 사회에서의 인간 관계는 특히 여성 중심의 가치 체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인간이 명예와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여자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권에서는 동성끼리는 공공연히 껴안고 뺨에 키스를 나누지만 이성끼리는 가볍게 악수하는 정도로 그친다. 부부나 약혼자 또는 친척 여자에게는 껴안고 뺨에 키스할 수 있으나 입술에 키스하는 것도 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