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행위'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송인규 목사)
Q: 저는 26세의 평범한 기독대학생입니다. 목사님께서 쓰신 '고립된 성'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고성행위'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서점에서 그 책이 눈에 들어와 사서 읽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 안에 있던 죄의식의 문제가 해결되어서 너무 감사했고 성에 대해 가졌던 저의 왜곡된 생각이 많이 바로 잡혔다고 생각합니다.
바쁘실텐데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전 상식적인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죄를 짓지 않고 살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기혼남성의 경우 부인과 떨어져있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배우자를 생각하며 고성행위를 하는 것은 죄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또 미혼남의 경우 장래 배우자가 될 사람을 생각하며 고성행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성적욕구를 승화시키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볼때) 그런데 이때의 장래 배우자는 주위에 있는 사람이 아닌 상상의 인물(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죄에서 가장 먼 '가공의 인물', '비계획적', '한 인물에 집착하지 않음')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러면 장래를 약속한 연인이 있다면(저의 경우입니다) 그 사람의 동의를 얻어서 그녀를 생각하며 고성행위를 하는 경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두사람은 직접적인 성경험이 없고 페팅까지 해보았습니다.) 과연 죄가 되는지 또 그것이 순결을 지키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녀와 모든 이야기를 다 나누어 보았지만 둘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습니다.
이 결정의 가장 중요한 권위는(목사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성경이지만 성경에 직접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서, 말씀에 비추어 확고히 서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권위를 빌리려고 합니다. 부디 저의 이 고민에 답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고민하는 청년 올림
A: 고민하는 청년 분께,
귀하의 경우, '고립된 성', pp. 51-52에 등장하는 어느 신학생과 비슷한 처지로 여겨집니다. 단지 차이가 나는 것은, 책의 예에는 (i) 두 사람이 약혼한 상태라는 것과 또 (ii) 둘 사이에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가 개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귀하께서 이미 밝히셨듯 상대방과 "장래를 약속한 연인"의 관계라면 (i)의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또 지금 고성 행위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ii) 역시 별로 큰 차이를 산출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귀하가 공상의 대상으로 삼은 인물이 저의 책, p. 188에 등장한 어떤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존재 여부"에 있어서는 실재이되 "관계"에 있어서는 장래를 약속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p.188에 표를 만들었을 때에는, 이성으로서 사귀는 -- 그리하여 귀하의 경우처럼 상대방을 공상하여 고성 행위를 한다는 말을 나눌 정도의 친밀한 -- 대상은 제외시켰습니다.
그렇다면 귀하의 경우는 아까 pp. 51-52에 소개된 "무방설"의 경우에 근접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귀하 개인의 입장만을 생각한다면 -- 사귀는 분과의 전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 [A] [B] [C] [D] (p.188) 어느 경우보다도 더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귀하는 사귀는 분과 어느 정도의 신체적 접촉[petting]을 시도했다고 말씀했습니다. 또 상대방과 더불어 귀하의 공상 내용을 나누었다고 했습니다. 즉, 개인의 고성 행위가 사귀는 분과의 신체적 접촉 문제와 연계가 된 것입니다. 물론 이성 교제 시의 신체 접촉 문제는 개인의 고성 행위와 상관이 없고, 또 제가 책에서 다룬 바도 아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성의식 및 생활의 각도에서 보면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입니다.
문제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귀하의 고성 행위 (또 심지어 사귀는 분에 대한 성적 공상) 자체가 아니라 그 고성 행위가 두 분의 신체 접촉을 점층적으로 자극할 가능성과 또 이런 것들이 귀하의 고성 행위 시 공상의 풍부한 자료 노릇을 할 가능성입니다. 제가 "가능성"이라고 한 것은, 귀하의 설명을 듣고 확인한 바가 아니라 제 편에서의 추측에 기초한 바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대부분의 젊은 분들이 이성 교제에서 신체 접촉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상과 같은 추측은 충분히 근거 있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상승 작용 -- 개인의 고성 행위에 대한 고백이 서로의 신체적 접촉을 자극하고 또 서로에 대한 신체적 접촉이 개인의 고성 행위 시 갖는 공상을 심화시키는 일 --은, 저의 책에서 전혀 다루어지지 않은 독특한 경우로서 실상 또 다른 측면에서 문제 거리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만일 상기한 저의 추측 내용이 사실 무근한 것이라면,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귀하의 고성 행위에 대한 진단은 이미 드린 바와 같이 "도덕적 무방"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추측이 귀하가 겪으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신체적 접촉과의 바람직하지 않은 상승 작용 때문에 따라서 그러한 고성 행위 역시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가운데, 두 분 사이의 성숙한 자세로써, 각 개인의 현명한 판단과 더불어,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현명하고 신중하게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송인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