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인생의 혼, 짐승의 혼
16. 인생의 혼, 짐승의 혼
"인생의 혼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랴"
(전도서 3장 21절)

성서를 열심히 읽는 어느 "젊은이"가 하는 말: "전도서에 보면 인생의 혼은 위로 올라 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로 내려간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인생과 짐승의 근본이 다르다 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는 전도서 저자의 말뜻을 완전히 거꾸로 읽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성서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그러 한 본문 이해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기는 했지만, 그러한 잘못 읽기의 원인에 대해서 는 말할 기회가 없었다. 잘못 읽기의 원인은 두 가지였다. 문맥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 그 하 나이고, "젊은" 사람이 "낡은" 번역을 읽고 있었다는 것이 또 다른 원인이었다. 그는 전도서를 읽으면서 3장 21절의 말씀, "인생의 혼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 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랴"라는 말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 그는 틀림없 이 개화기에 번역된 {성경전서 개역 한글판}으로 읽은 것 같다. 여기 21절의 말씀만을 똑 따서 읽어보면, 전도서의 저자가 그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사실을 밝혀주고 있는 말처럼 들 린다. "사람들이, 사람의 혼은 위 곧 하늘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간다 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내가 이것을 깨달았고 이 점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 누고 싶다"라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도서 저자가 마치, "누가 알랴? 아무도 모르는 것을 이제 내가 깨달았다"라고 말이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읽었고 이해하였기에 그 독자는 성서에 그렇게 쓰여 있다고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이 구절을 인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21절로 이어지는 그 이전의 문맥을 함께 읽는다면, 지금 전도서의 저자가 일반 적인 상식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금방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하기를, 사 람의 혼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니, 사람과 짐승은 크게 다른 것이라고 하지만, 전도서 저자가 깨달은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문맥을 살펴보자. "내가 심중에 이르기를 인생의 일에 대하여 하나님이 저희를 시험하 시리니 저희로 자기가 짐승보다 다름이 없는 줄을 깨닫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노라"(18절). 곧,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짐승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사람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시려고 사 람을 시험하신다는 것이다. "인생에게 임하는 일이 짐승에게도 임하나니 이 둘에게 임하는 일이 일반이라 다 동일한 호흡이 있어서 이의 죽음같이 저도 죽으니 사람이 짐승보다 뛰어 남이 없음은 모든 것이 헛됨이로다" (19절). 이 말은 사람에게 닥치는 운명이나 짐승에게 닥 치는 운명이 같다는 말이다. 끝내는 죽고 만다고 하는 동일한 운명이 사람이나 짐승을 기다 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듯이 짐승도 죽는다. 짐승이 죽듯이 사람도 죽는다. 둘 다 숨 을 쉬지 않고는 못 사니, 사람이라고 해서 짐승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모든 것이 헛되다 는 것이다.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나니 다 한 곳으로 가거니와" (20 절). 이것이 전도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죽으면, 둘 다 같은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둘 다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인생의 혼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랴" (21절). 전도서 저자는 당시에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상식을 먼저 말하고 그것을 부정하는 논법을 쓰고 있다. 흔히들 말하기를, 사람의 혼은 위 곧 하늘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간다고 하지만, 그것은 누가 알겠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오해하기 쉬운 이 구절을 좀 더 분명하게 번역한다면, "사람의 영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영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간다고들 하지만, 누가 그것을 알겠는가?" ({표준새번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