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원둘레 계산이 틀려요 (왕상 7:23)
19. 원둘레 계산이 틀려요 (왕상 7:23)
그러나 이런 몇 가지 어려움은 다 설명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바다'는 깊이는 얕고 지름이 큰 '물통'을 일컫고, '규빗'은 논란은 많지만 약 50센티미터 안팎의 길이를 말하는 척도이고, '밧'은 액체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로서 약 22리터 안팎의 용량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면, 대강 그 물통의 그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위의 진술을 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쓰고 있는 도량형으로 표기한다면 다음과 같게 될 것이다. "또 바다를 부어 만들었으니 그 직경이 5미터요 그 모양이 둥글며 그 높이는 2.5미터요 그 주위는 15미터 줄을 두를만 하며 ... "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원둘레(c)는 지름(d)에 파이(π)를 곱하여 구한다는 공식을 배운다. 지름에다가 '파이' 곧 3.14를 곱하여 얻는 것이다. 여기 이 물통의 지름이 5미터이면, 그 물통의 둘레는 5 x 3.14가 된다. 곧 15.7미터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15미터 줄자로서는 솔로몬이 만든 물통의 둘레를 다 잴 수 없다. 적어도 16미터되는 줄자가 있어야 그 물통의 둘레를 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서를 읽으면서 이런 것까지 확인해 가면서 읽는 독자가 있는 것을 보고 필자는 가끔 놀라곤 한다. 그러나 성서를 읽고 있는 독자층이 다양하고, 또 그 다양한 독자가 대단히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성서를 읽고 있는 현실을 알게 되면, 이런 관찰은 그리 놀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질문이 제기될 때, 어떤 해결 방식을 택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피해야 할 것은 이러한 진술의 배경을 이해함이 없이, 문자 그대로 성서의 기록 자체가 맞고 현대의 수학적 계산이 틀린 것이라고 강변하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규빗'이라는 말이 히브리어의 음역이 아니고, 라틴어라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히브리어 본문에는 우리가 '규빗'이라고 하는 것이 '아마'라고 되어 있다. 그리스어로 번역된 구약에서는 '아마'를 '페쿠스'라고 번역하였다. '아마'는 히브리인들 사이에서 사용된 길이의 단위로, 바빌로니아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집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척도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규빗'의 정확한 치수가 얼마인지를 알 자료는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견적(見積) 하고 있다. '규빗'을 번역할 때 라틴어 '꾸비뚬(cubitum)'을 써서 '규빗'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까닭은, 이것이 히브리어 '아마'와 거의 비슷한 치수일 것이라고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들은 이 단위가 과학적으로나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착안하여야 한다. '규빗'만 하더라도 '팔꿈치에서 중지 끝까지' 조금은 막연한 전박(前膊)의 길이였다. 신명기 3장 11절의 "그것을 사람의 보통 규빗으로 재면" 이라는 말도 '규빗'이 대략적인 치수임을 일러준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일찍부터 '왕궁 규빗'과 '일반 규빗'이라는 이중 단위를 가지고 있었고, '규빗'이라는 같은 말을 쓰면서도 지방에 따라, 시대에 따라 41센치미터에서 52센치미터까지 그 길이가 일정하지 아니하다. 원의 직경과 둘레의 비율을 말해주는 파이(π) 공식이 만들어진 것이 비록 1707년 존스(W. Jones) 때였다. 어쨌든 지름이 10규빗인 원이 있었으면, 그것은 솔로몬 때였든 지금이든 관계없이 그 둘레는 예나 제나 실제로는 31규빗이 약간 넘는 길이인데(10 x 3.14를 하여 31.4규빗), 직경이 10규빗인 원의 둘레를 30규빗이라고 했으니 이 진술이 틀리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성서의 이 기록이 일반 독자에게 물통의 크기가 엄청나게 컸다는 것을 말해주기에 충분한 대략적인 치수이지, 치수를 정확하게 측량하고 그 결과를 정확하게 기록하려 한 과학적 기록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