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돌아온 종과 주인
밭에서 돌아온 종과 주인
오늘의 비유는 어찌 들으면 매우 가혹하고 매정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밭에서 땀 흘려 일하고 돌아온 종에게 주인이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하지 않고 오히려‘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하시니 말이다. 그러나 이 비유는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있어서는 어떤 대가나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정신이 들어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무슨 기도나 선행을 하고나서 반드시 그 대가가 있어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도대체 뭐가 부족하시고, 무슨 아쉬움이 있으셔서 우리에게 기도를 요청하시고 거금까지 요구하신단 말인가?
하느님을 섬기는 일은 하느님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대하여 감사하는 행위일 뿐이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에게 생명을 허락하시고, 사시사철을 빈틈없이 운행하시며, 제때에 필요한 햇빛과 상쾌한 공기와 비와 물을 마련해주시는 분이시므로 우리가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고 옳은 일일 뿐이다.
사람들은 무슨 어려운 일만 생기면 평소에 찾지도 않던 하느님을 찾고, 무슨 54일 기도다... 100일 기도다... 특별 단식기도다... 하면서 법석을 떨기 일쑤다. 그리고 그것이 무슨 대단한 공로나 세운 듯이 하느님의 마땅한 포상이 있어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평소에 열심히 기도생활을 했다면 무슨 일이 있을 때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는 것이다. 늘 평상시대로 하느님의 안배에 의탁하고 잘 되도 감사하고, 잘 안 되도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다.
우리가 열심히 기도하고 또 열심히 이웃을 돌보고 이러저러한 봉사활동을 했다고 해서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서 하느님께 감사패를 받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진정한 믿음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는 기도를 할 때 자칫 하느님과 얄팍한 계산 섞인 흥정을 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과 흥정하는 것을 기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기도하고, 일하고, 봉사하면서 언제나‘저희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하고 말할 줄 아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태도이다.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