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당, 총선용 '이합집산'
기독교 정당, 총선용 '이합집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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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자유민주당과 기독사랑실천당 합당…"내년 총선 때 원내 진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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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자유민주당과 기독사랑실천당이 12월 6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합당을 선언했다. 결국 3년 전 흩어졌던 기독사랑실천당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재결집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
이들의 합당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가 이끌던 사랑실천당은 기독민주복지당과 합당했고, 기독당이 출범했다. 하지만 기독당이 총선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하자 당내 인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기독당의 선거전을 지휘한 전광훈 목사도 내부 갈등 때문에 당을 떠났다. 전 목사는 지난 9월 2일 기민당 창당을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당 관계자들이 아무 말도 없이 내 자리를 없앴다. 미련 없이 당을 떠났다"고 했다.
기독당을 탈당한 전광훈 목사는 자신이 이끄는 청교도영성훈련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당 창당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김충립 목사를 대표로 내세워 기민당을 창당했다. 김충립 대표가 지난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서류 미제출로 후보 자격이 취소됐다. 이후 기민당은 내년 총선을 대비해 정당 정책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듯했다. 하지만 기민당은 창당 3개월 만에 기독당과 합당하는 것을 선택했다. 결국 이번 합당은 원래의 기독당 인사들이 재결집한 것이다.
합당을 주선한 것은 기독교지도자협의회 산하 단체인 '정치권 복음화 운동본부'(복음화운동·대표 김동선 목사)다. 복음화운동은 2003년 고 김준곤 목사를 중심으로 교계 원로 지도자들이 결성한 단체다. 복음화운동은 위원회(위원장 신신묵 목사)를 구성해 양당 관계자들에게 합당을 설득했고, 양측은 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양당은 합당 예배 이후 복음화운동과 함께 당 대표를 선출하는 등 합당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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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사랑실천당 민승 대표는 "과거 유교와 불교가 지배했다. 이제 기독교인들이 힘을 모아 1,000년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기독자유민주당 김충립 대표(오른쪽)는 "한국교회는 국회에 진출해 나라가 좌익으로 기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슬람의 수쿠크법, 불교의 자연공원법, 동성애법을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
김충립 대표는 기독교 정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일축했다. 김 대표는 "창당했을 때 문성근 씨와 이만열 교수를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과 미래목회포럼, 언론 등이 반대했다. 하지만 여러 번의 토론을 하면서 기독교가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했다.
합당 예배에 참석한 교계 인사들은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동권 목사(예장합동 전 총회장)는 "정치권이 혼탁하고 사회에 부조리가 만연했다. 정치를 신성화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뜻을 위해 기독교 정당이 정치권을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만신 목사(한기총 명예회장)는 양당의 합당이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이라며 치하했다. 이 목사는 "분열하는 것은 마귀가 좋아하는 짓이다. 하나님은 화평과 합동을 기뻐한다. 두 당이 겸손함으로 하나 되기를 힘써야 한다"고 했다.
복음화운동 측은 19대 총선에서 기독교 정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할 수 있도록 교계의 지지를 호소했다. 복음화운동 사무총장인 한창영 목사는 "총선은 1인 2표제다. 한 표는 후보에, 한 표는 정당에 투표한다. 교회 사람들과 친지들에게 좋은 후보에게 투표하고 정당은 기독교 정당을 찍도록 해 달라"고 했다. 한 목사는 "450만 표만 얻으면 원내에 진출해 교섭 단체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구교형 목사(성서한국 사무총장)는 "정책으로 승부하지 않고 비례대표제에 기대어 국회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종교 편향을 부추겨 사회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구 목사는 "합당을 했더라도 정당 운동을 하겠다는 이들의 면면은 변하지 않았다. 이들은 정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받지 않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이다. 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세를 불리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