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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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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1. 19:12
현대건설은 애물단지?
매일경제 | 입력 2010.07.01 17:21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범현대가'와 현대그룹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인수 가능성과 주가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1일 증시에서 모 언론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범현대가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지만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주가는 오히려 급등세를 나타냈다.
반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8.02%) 현대상선(4.75%) 현대증권(3.4%) 등은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양쪽에서 모두 러브콜을 받고 있는 현대건설은 이날도 5.64% 오른 5만9900원으로 마감해 이틀 새 4300원이나 껑충 뛰었다.
모 언론은 이날 '범현대가 대표들이 최근 회동해 현대차그룹이 현대중공업과 KCC그룹 지원을 받아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측은 "최근 범현대가가 회동을 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물론 증권가에선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인수전의 중심에 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덜 회복된 업황으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고 2조원에 달하는 오일뱅크 인수를 별도로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건설 매각 대금이 인수 후보 측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증권계 시각이다.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인다 해도 적어도 인수 후보자가 실탄을 2조원 이상은 확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가 리서치센터장은 "대주주가 그룹 적통 계승이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끌어다 쓸지 모른다는 점에 주주들이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로 기업가치가 악화되는 것을 염려하는 시각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시장 예상과 달리 현대그룹 측도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최근 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것과 무관하게 9월께로 예정된 현대건설 입찰(인수제안서 접수)에 반드시 참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때 증권가에선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현대증권을 매각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으나 현대그룹 측은 "그럴 계획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결국 현대그룹은 2조원에 육박하는 자체 인수 대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진훈 기자 / 김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