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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송인규 목사)

지식창고지기 2011. 8. 11. 21:27

Q: 가톨릭 교회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A: 로마 가톨릭(Roman Catholic, RC)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RC에는 현재 우리가 알거나 들어온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체계 (신앙 체계, 윤리 체계 등등)가 뒤섞여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까딱 잘못하면 코끼리를 부분적으로 만지는 장님들의 예화처럼, 어느 한 측면이나 양상을 경험하고서 “이것이 RC다!”라고 하기가 쉽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한국의 개신교인들 대부분은 RC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목회자들 가운데 “RC는 이단이다”라고까지 말한 경우가 있어 더욱 부정적 인상이 강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RC 이해와 반응은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고, 편견과 독단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RC 신도들의 신앙은 그 안에 갈래가 많고 복잡해서 지역마다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로마 교황청의 발표 문서에 나온 내용과 남미 RC의 행습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또 마찬가지로 미국의 RC와 한국의 RC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RC를 잘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교황청 및 주로 미국의 RC 입니다. (또 RC 신도들과 교류를 하든지 그들의 종교 생활에 참여해서 아는 것이 아니고 주로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바가 많습니다.) 여기에 기초해서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i)RC와 개신교의 근본적 차이.


RC와 개신교의 근본적 차이는 마리아 숭배나 연옥설 등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러한 교리에도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차이를 낳게 만드는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차이의 근본 원인은 권위(authority)의 좌소(seat) 문제입니다.

 

어떤 종교든 진리 체계를 주장하기 때문에 그 진리 체계가 어디에 근거하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권위의 좌소 문제입니다. RC는 권좌에 앉은 교황에게서 그것을 찾았습니다. 소위 교황무오설은 여기에서 비롯된 교리입니다. 반면 (보수주의적) 개신교는 성경 자체에 권위를 두었고 성경무오설을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RC도 성경의 권위를 받아들이지만 최종 권위로 인정은 하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면 성경보다 교황을 높이 두어 성경 해석의 최종 권위자로 만듭니다. 궁극적 권위의 좌소가 성경이 아니기 때문에 이로부터 개신교도들이 이해하거나 납득하기 힘든 각종 교리가 만들어집니다.

 

(ii) RC는 이단인가?


여기에서는 이단의 정의가 무엇인지가 문제가 되겠습니다만, 적어도 사도신경의 신앙 조항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면에서 보자면 RC는 결코 이단이 아닙니다. RC는 개신교와 같이 삼위일체 교리,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 그리스도의 동정녀 잉태, 속죄, 부활, 재림 등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성령께서 하나님이심을 개신교와 똑같이 인정합니다.

 

혹자는 속죄론에 있어서 RC와 개신교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많지 않느냐고 질문합니다. 그래서 RC는 그리스도의 구속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말하고, 특히 미사가 피없는 제사의 연속으로 드려지는 것이 아니냐고 힐문합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RC는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영단번적 성질(히 7:27; 9:12; 10:12)을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RC의 문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 또 RC의 설명에 의거하면 -- 그들 역시 그리스도 속죄의 최종성(finality)을 믿는다는 사실입니다. 단지 그러한 영단번의 사역을 적용한다는 면에서 -- 이것이 화체설에 입각한 미사 교리입니다 -- 개신교와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구속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아직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결코 이단 운운할 정도의 차이는 아닙니다.

 

(iii) RC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RC는 워낙 방대한 체계이므로 그 안에서 해방 신학이 나왔는가 하면 성령의 은사 운동이 활발히 일어났습니다. Hans Küng처럼 교황무오설에 반기를 들었다가 정직당하는 케이스가 있었는가 하면, RC 내에는 Catholic evangelicals라고 해서 오늘날 개신교의 복음주의자와 거의 같은 이들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RC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어떤 면, 어떤 교리, 어떤 사항을 거론하는지 정확히 해야 하고, 또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논점을 명확히 밝혀야만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객관적일 수 있고, 또 개신교와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된 연고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iv) RC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


RC는 하나님과의 교제, 말씀 묵상, 기도 등 영성 신학의 면에서 오래된 전통과 심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사회 정의 실현과 사회 봉사의 면에서 좀 더 적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1961-2년의 Vatican II 라는 종교 회의 이후에는 타종교 (및 다른 교단)에 대해 매우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제사 제도의 토착화, 술 ․ 담배 문제에 대한 자유, (개신교 목회자에 비해) 신부들의 검소한 삶 등이 매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v) RC와 복음주의자들의 연합 운동.


약 10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복음주의자들 -- 이들 중에는 J. I. Packer, Charles Colson 등이 포함됨 -- 과 RC 사이에 연합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물론 이 운동이 RC와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교리적 차이가 없다든지 그것을 무시하자든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미국 사회의 세속화에 대항해 서로가 힘을 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운동은 양자 -- RC의 근본주의자들 및 개신교의 근본주의자들 -- 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RC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 포괄적이며 감정이입적인 책자가 있으면 좋겠는데, 한국에는 아직 그런 책이 없고, 또 그런 내용의 번역서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시면, 제가 책을 쓰고 싶기는 합니다만 …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