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역사(일본)

일본(日本), 왜(倭)를 정벌하다

지식창고지기 2009. 6. 18. 10:48

일본(日本), 왜(倭)를 정벌하다
[김운회의 '새로 쓰는 한일고대사'] <14> 백제는 신화다 ③

2008-10-03


(2) 일본(日本), 왜(倭)를 정벌하다

그러면 당시 중원(中原)에서는 쥬신과 부여를 어떤 방식으로 계통화하고 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쥬신 - 부여 - 까오리 등이 항목별로 어떤 식으로 사서에서 묘사하고 있는 지 살펴보고 가야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인 사서의 신뢰도를 볼 때는 『한서(漢書)』를 기점으로 하지만, 일단 사마천의 『사기(史記)』부터 한국인들과 관련된 부분의 항목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었는 지를 부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사기』― 朝鮮列傳(조선열전)
②『한서』― 朝鮮傳(조선전)
③『후한서』― 동이열전 : 부여, 읍루, 고구려, 동옥저, 예, 한, 왜

먼저 한나라[전한(前漢)] 때까지는 요동, 만주, 한반도 일대를 조선(쥬신)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후한서에 이르러서야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대체로 만주와 요동지역의 민족을 조선과 결부시켜서 이해하다가 점차적으로 세밀하게 분류하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동이(東夷)라는 말이 후한대부터 널리 쓰이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③『후한서』― 동이열전 : 부여, 읍루, 고구려, 동옥저, 예, 한, 왜
④『삼국지』― 위서동이전 : 부여, 고구려, 동옥저, 읍루, 예, 한, 왜인
⑤『진서(晉書 : 265~420)』― 동이열전 : 부여, 마한, 진한, 숙신, 왜인
『위서(魏書 : 386~534)』― 동이열전 : 고구려, 백제, 물길

진나라 때는 숙신(肅愼)이 새로이 추가되고 고구려, 동옥저, 읍루, 예 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대신 『진서』에는 요동·만주·몽골 지역의 사람들을 동호(오환[오랑, 오롼], 선비)로 부르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들 예맥이 갑자기 이 지역에서 사라지고 한반도로 다 내려간 것이 아니라 원래 요동·만주·몽골 지역에 살던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이 바뀐 것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만 고구려는 국체가 분명한 나라이므로 동이에서 빠진 것이지, 사멸해서 동이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지요.

특히 주의할 점은 3세기 말에서 5세기초의 역사를 기록한 『진서(晋書)』에는 부여국(夫餘國)이 상세히 정리된 반면, 백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또 특이한 점은 『진서』에서는 북적(北狄)은 흉노로 압축되고 동이는 부여, 마한, 진한, 숙신, 왜인 등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진서』에서는 태강(太康) 6년 즉 296년 모용외(慕容廆)의 침입을 받고 그 왕 의려(依慮)가 자살하였고 그 자제들이 옥저로 달아났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25) 이제 부여는 존립하기 힘든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설령 부여가 존립한다하더라도 거의 명목뿐일 정도의 국가로 전락하였습니다.

⑥『송서(宋書 : 420~479)』― 夷蠻列傳(이만열전) : 고구려, 백제, 왜국
⑦『남제서(南齊書 : 479~502)』― 동남이열전 : 고구려, 백제, 가라, 왜국
『위서(魏書 : 386~534)』― 동이열전 : 고구려, 백제, 물길

『송서(宋書)』에 이르러 비로소 백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부여는 역사상에 사라졌음을 알 수 있고 숙신은 국가명이라기 보다는 종족의 명칭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야가 새로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야는 한반도 남단의 소국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에 기록이 될 정도로 당시의 사서들은 신뢰할만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들 사서의 기록자들이 그동안 백제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아는 대국 백제가 없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죠. 참고로 이 시대에 이르기까지 신라(新羅)는 등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시기부터는 부여가 없어진 자리에 백제가 이를 대신하고 있고 그 지역적인 위치도 만주와 요동에서부터 한반도 남부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왜(倭)는 이른 바 왜5왕(倭五王)의 시기로 왜왕들은 끊임없이 남조 정부로부터 정치적인 작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421년(영초 2년) , 443년, 451년, 462년 등에 걸쳐 한반도 남부의 지배권을 의미하는 작호를 요구하고 있던 시기입니다. 이 부분은 다른 장에서 상세히 거론할 것입니다.

⑧『양서(梁書 : 502~557)』― 동이열전 : 고구려, 백제, 신라, 왜국
『위서(魏書 : 386~534)』― 동이열전 : 고구려, 백제, 물길

이 시기에 물길(勿吉 : 와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라가 처음으로 『양서』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적어도 5세기말까지 신라는 고대국가를 제대로 갖춘 상태는 아니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BC 57년에 건국했다는 『삼국사기』의 신라는 확실히 신화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물왕(356~402) 이전의 경우는 『삼국사기』를 제외하고는 역사적 사실로 간주할만한 다른 증거들이 없는 상태입니다.

⑨『주서(周書 : 557~581)』― 異域列傳(이역열전) : 고구려, 백제
『남사(南史 : 420~589)』― 동이열전 : 고구려, 백제, 신라, 왜국
『북사(北史 : 386~618)』― 열전 : 고구려, 백제, 신라, 물길, 왜국26)

『남사』는 송(宋 : 420~479) ·제(齊 : 479~502) ·양(梁 : 502~557) ·진(陳 : 557∼589) 등의 네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 책은 남조사(南朝史)를 대표하는 책으로 동이가 고구려·백제·신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북사』는 북조(北朝), 즉 위(魏)·북제(北齊)·주(周)·수(隋) 4왕조 242년간의 역사서를 말하는데 백제와 관련해서는 고구려, 신라, 왜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⑩『수서(隋書 : 589~618)』― 동이열전 : 고구려, 백제, 신라, 말갈, 왜국
⑪『구당서(舊唐書 : 618~907)』― 동이열전 : 고구려, 백제, 신라, 왜국·일본
北狄列傳(북적열전) : 말갈, 발해말갈
『신당서(新唐書 : 618~907)』― 동이열전 : 고구려, 백제, 신라, 일본
북적열전 : 흑수말갈, 발해

이제 처음으로 일본(日本)이 열전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당서』에서 나타나는 기록은 우리의 상식과 완전히 벗어납니다. 즉 『구당서』에는 일본도 나오고 왜국도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상세히 거론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초기에는 왜(倭)와 일본이 동시에 등장하다가 점차적으로 일본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일본(부여계)이 왜(가야계)를 통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일본이 등장하는 것은 『구당서』『신당서』이후로 7세기 경 또는 8세기경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서』에는 607년 왜왕은 사신을 보냈는데 그 국서에 "해 뜨는 곳의 천자(東天皇)가 해지는 곳의 천자(西皇帝)에게 글을 보내는데 그 동안 별일이 없는가?(無恙)"라는 표현27)에 대하여, 수나라 양제는 분노하여 이러한 서신을 다시는 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28)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표현은 바로 한나라 문제(文帝 : BC 180~157) 때 흉노의 텡그리고두[天子 흔히 말하는 선우]이 한나라 황제에 보낸 편지 글과 매우 유사합니다. 한번 보시죠.

"하늘과 땅이 생기는 이 곳, 해와 달이 있는 곳인 흉노(先쥬신 : Pre-Jushin)의 천자(대단군?), 한의 황제에게 묻노니 그 동안 별일이 없었는가?(無恙)"

이 편지는 마치 황제가 어느 식민지의 총독에게 보내는 편지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편지는 목간(木簡 : 종이대신 사용, 당시에는 종이가 없었음)도 한나라 황제가 쓰던 목간보다도 큰 것을 사용하고 봉인(封印)도 모두 더 넓고 길게 하여 한(漢) 나라 황제를 하대(下待)하여 위엄을 보였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이런 언사를 망언(妄言)이라고 하고 있지요.

일본에서 보낸 국서가 흉노의 것을 참고한 것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중원과 대등하다는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가졌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는 신라 문무왕 10년(670) 왜가 해 뜨는 곳 가까이 있기 때문에 일본(日本)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시 『구당서』로 돌아갑시다. 『구당서』에는 "일본이 왜국을 병합했다."는 것입니다. 반도 사학계의 시각으로만 보면 '왜 = 일본'인데 어떻게 이런 논리가 성립하는지 이해가 안되지요?

분명한 것은 왜가 반드시 일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보시겠지만 왜는 산동 - 요동 - 한반도 - 일본 규슈 등지에 이르는 지역에 광범위하게 거주하는 한국인들로 연안 또는 도서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구당서』에서 왜국은 옛날 왜로국(倭奴國)이었는데 신라의 동남쪽 큰 바다 가운데 있으며 성곽이 없고 풀로 집을 짓고 사면이 적은 섬으로 50여개의 나라가 있었다고 합니다.29)

그러면 이 왜국을 병합한 일본(日本)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 문제의 관건이 되겠죠? 저는 이를 부여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일본이라는 명칭 자체가 한반도 거주민을 의미할 수 밖에 없죠. 즉 일본은 '해 뜨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일본열도 내에서 일본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일본열도에서 '해 뜨는 곳'은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일 것이고 한반도에서 봐야 열도가 '해 뜨는 곳[日本]'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이 말은 불(Fire) 즉 부여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구당서』에는 "일본은 왜국의 하나로 나라가 태양이 뜨는 곳에 있다하여 일본으로 불렀다. 또는 말하기를 왜국 스스로가 그 이름이 우아하지 못하므로 일본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혹은 이르기를 '일본은 원래 소국이었는데 왜국을 병합하였다'라고 하였다. 그 나라의 경계는 동서남북으로 각 수천 리였으며 서남쪽으로 바다에 이르며 동북으로는 큰 산들이 경계를 하고 있고, 동북의 산 밖으로는 털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30)

앞으로 충분히 거론하겠지만, 『구당서』에 나타나는 이 일본을 부여계의 열도 진출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위치에 대하여 "서남쪽으로 바다에 이른다."라고 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현재의 교토(京都)나 오사카(大阪) 지역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표현입니다. 또한 현재의 히다(飛) 산맥, 아카이시(赤石) 산맥 등을 넘으면, 모인(毛人) 즉 아이누가 살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간사이(關西) 지역에서 서남쪽이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은 교토(京都), 나라(奈良) 등 과거 야마토를 건설한 부여계의 중심지들 뿐입니다. 따라서 위의 기록은 부여계의 열도 근거지를 중심으로 서술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우리는 부여, 백제, 왜, 일본을 정사(正史)들의 열전의 항목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특이한 사실로는 일본이 왜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군요. 이제부터는 좀더 본격적으로 부여계의 역사적 갈등과 전개를 보도록 합시다.

필자 주
(25) 武帝時, 頻來朝貢, 至太康六年, 為慕容廆所襲破, 其王依慮自殺, 子弟走保沃沮.(『晋書』東夷列傳 夫餘)
(26) 『북사(386~618)』관련 부분은 列傳第八十一 僭偽附庸(序言 夏赫連氏 燕慕容氏 後秦姚氏 北燕馮氏 西秦乞伏氏 北涼沮渠氏 後梁蕭氏) 卷九十四 列傳第八十二 卷九十三(序言 高麗 百濟 耽牟羅國 新羅 勿吉 奚 契丹 室韋 豆莫婁 地豆幹 烏洛侯 流求 倭) 등이다.
(27) 참고로 이 기록은 『일본서기』 스이꼬(推古) 천황 16년(608)에 나온다. 문헌상으로 천황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최고의 것이라고 한다.
(28) "日出處, 天子致書, 日沒處, 天子無恙云云.」帝覽之不悅, 謂鴻卿曰:「蠻書有無禮者, 勿復以聞."(『隋書』倭國傳)
(29) 倭國者, 古倭奴國也. 去京師一萬四千裏, 在新羅東南大海中. 依山島而居, 東西五月行, 南北三月行. 世與中國通. 其國, 居無城郭, 以木爲柵, 以草爲屋. 四面小島五十餘國(『舊唐書』「東夷列傳」倭國)
(30) 日本國者, 倭國之別種也. 以其國在日邊, 故以日本爲名. 或曰 : 倭國自惡其名不雅, 改爲日本. 或雲 : 日本舊小國, 倂倭國之地. 其人入朝者, 多自矜大, 不以實對, 故中國疑焉. 又雲 : 其國界東西南北各數千裏, 西界·南界鹹至大海, 東界·北界有大山爲限, 山外卽毛人之國(『舊唐書』「東夷列傳」日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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