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주도형 성장의 의미와 한계
내수주도형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은 국가들의 거시경제 성과는 그리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는 수출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서비스 등 내수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회복 시기와 속도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일례로 경기선행지수나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개선되는가 하면 수출은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경기 회복의 모양새가 V자형이 아닌 완만한 U자형이나 L자형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좀 더 우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의존적인 경제 구조로 인해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아 성장률의 낙폭이 클 뿐 아니라 향후 반등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차제에 대외의존형, 혹은 수출주도형 성장 구조를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하여 대외 여건 변화에 대한 민감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보자는 논의도 대두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만 달러인 국가들의 내수의 성장기여율(2001~2007년 연평균 기준)이 53.5%인 것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는 31.0%로 낮은 것 또한 사실이다.
내수주도형 성장의 의미 다각도로 쓰이나 정의 불명확
그러면 내수주도형 성장이란 무엇일까? 사실 이 표현이 자주 쓰이기는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는 않다. 반면 수출주도형 성장은 비교적 그 의미가 명확하고 성공적인 사례도 많다.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내수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어 해외 시장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좁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신흥공업경제국(NIEs, Newly Industrializing Economies)들이 바로 수출주도형 경제에 해당한다. 최근 아시아 개도국들은 물론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의 자본과 자국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공업생산기지화를 추진, 수출을 확대시킴으로써 고성장을 달성한 것도 유사한 사례이다.
이에 비해 내수주도형 성장은 말 그대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에 의해 성장이 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에서 수출의 역할이 크지 않은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내수주도형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위적으로 내수주도형 성장을 추구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역사적으로는 1950년대 이후 중남미, 인도 등 제3세계 동맹국들이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을 통해 자국 내 제조업을 육성하려 했던 것을 들 수 있다. 선진국과의 교역을 불공평한 것으로 보고 추진한 전략이었지만 그 결과는 성장 정체와 외환위기 등 원하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에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이 지나친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농 격차 해소, 중소기업 진흥, 서비스업 개발 등 투자와 소비 확대를 통한 내수부양책을 추진했지만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의 연구(2005) 등에 따르면 국가마다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고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이들의 내수 부문이 확대되었다는 견해와 대외의존도가 심화되었다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 급락세를 겪고 있는 중국이 적극적 금융완화와 소비확대, 사회보장제도 보완 등을 쏟아내며 내수의 성장기여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표> 참조). 신용카드 사용 확대, 개인소득세의 과세 기준 상향, 각종 보조금 및 쿠폰 지급 등 저축률을 떨어뜨려 소비를 진작한다거나 국내 산업 및 서비스업을 육성하고,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소득 기반을 강화하려는 노력 등이 내수 확대를 위해 시도되고 있는 정책들이다.
내수의 성장기여율로 내수주도형 성장 정의
어떤 형태의 성장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사람들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수주도형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들의 거시경제 성과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본 분석에서는 국가간, 혹은 한 국가의 여러 시점간 비교를 통해 내수주도형 성장을 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내수의 성장기여율을 활용하였다(<박스> 참조).
전체 181개 국가 중 대표적인 내수주도형 성장 국가들에는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호주, 일본, 이태리, 영국, 스페인 등이, 개도국 중에서는 브라질, 인도, 아르헨티나 등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수출주도형 국가들에는 선진국 중에서는 스위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스웨덴, 독일 등이, 개도국 중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이 포함되었다(<그림 1> 참조). 이와 같은 결과는 1971년부터 2007년까지의 전체 기간의 연평균 성장률 및 기여율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장 주도 부문의 변화는 따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전체 기간에 대해서는 내수주도형 성장 국가에 포함되어 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그 이전의 80%대에서 50% 미만으로 급락, 수출주도형으로 전환되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 80% 안팎의 높은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전 기간에 걸쳐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출지향공업화를 추진하면서 빠르게 수출이 늘어왔지만 실제로 성장기여율 측면에서 볼 때 80년대까지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더 컸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내수보다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더 높은 구조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내수주도형 국가, 성장률 낮아
이하에서는 내수주도형 성장 국가들의 거시경제적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내수주도형 국가들의 경우 수출주도형 국가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좀 더 낮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3> 참조). 발전 단계를 고려하여 고소득 국가군과 저소득 국가군 내에서 내수 및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성장률을 각각 비교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나름대로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생산을 통해 비교적 고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수주도형 국가들은 인구 규모, 소득 수준 등 국내 시장 규모에 제약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홍콩, 대만, 중국 등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로 꼽히는 아시아 공업국들은 1971년부터 2007년까지의 기간 동안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50~80%대에 이르렀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6% 이상이었다. 반면 같은 개도국 중에서도 내수주도형 국가들인 인도와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의 성장률은 3~5%대로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한 국가 내에서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아질수록 성장률이 하락하는지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형적인 경제 발전 단계를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가능성은 생각해볼 수 있다. 저소득 단계에 있을 때에는-인구가 많거나 자원이 풍부하지 않는 한-내수에만 의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임금을 바탕으로 수출을 동력 삼아 고성장을 시작한다. 그 후 경제 성장과 더불어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경제 전체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국내 수요가 증가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하락하고 소비 등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아지면서 수출주도형 고성장에서 내수중심의 저성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본고의 분석 대상인 1970년대부터의 데이터로는 수출로 고성장을 이루던 국가 중 내수중심으로 전환된 사례를 찾기 매우 어려웠다. 이는 아직까지 수출주도형 성장의 메리트가 대부분의 수출 공업국들에게 소멸되지 않고 남아있거나 여전히 내수주도의 성장을 하기에는 각국 국내 시장의 규모가 협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평균적으로 1980년대 이후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하락하고 성장률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글로벌화에 따른 교역 증대의 수혜를 내수 및 수출주도형 국가들 모두가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그림 4> 참조).
고소득 단계에 이미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주도형 국가로 남아있는 케이스는 유럽의 선진 공업국들과 1990년대 이후의 일본이다. 이들은 경제규모나 1인당 소득 등의 관점에서 내수가 활성화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갖추고 있으나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20~30%에 불과한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역내 국가간 분업과 교역 활성화로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고령화와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 인구 정체 등이 내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의 GDP대비 수출 비중이 16.8%로 낮지만 내수 경기가 워낙 심한 부진을 지속해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높아진 사례이다.
성장률 변동성과의 관계는 불명확
내수주도형 국가일수록 성장률의 변동성이 낮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예상보다 그 상관관계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반적으로 수출주도형 성장을 하는 국가들은 세계 경기 변동에 종속적이기 때문에 해외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에 대해서는 내수주도형 국가가 성장률의 변동성이 작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1970년대의 경우에는 1,2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일부 산유국들과 우리나라, 홍콩 등의 성장률 급등락이 매우 심하여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성장률 변동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내수주도와 성장률 변동성의 관계가 반대로 나타났다(<그림 5> 참조). 경제규모 상위 50개국 중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성장률 변동성이 3.4인 반면 내수주도형 국가들은 9.7을 기록한 것이다. 수출주도형 국가들이 전세계적인 장기 호황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확보, 지속적인 고성장을 누린 반면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등 내수중심의 일부 남미 국가들에서 외채 문제와 정치사회적 상황 변화 등으로 인해 성장률의 심각한 변동이 발생했다.
이처럼 성장률의 변동성은 국가의 경제규모, 발전 단계, 정치사회적 상황, 자원가격 등 여러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유럽 공업국들처럼 수출주도형이지만 안정적인 저성장 기조를 보이는 국가들도 있는 반면, 내수주도형 국가들 중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의 경우에는 외자 유출입, 자원가격, 정치적 이벤트 등에 매우 민감하여 성장률의 변동폭이 크다. 또 저개발국들은 아무리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경제규모 자체가 작은데다가 내수의 진폭이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을수록 성장률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통념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내수주도형 국가의 문제는 대외불균형
내수주도형 국가들은 상품 및 서비스 수지 적자를, 수출공업국들은 흑자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그림 6> 참조). 미국, 영국,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선진국 중 소비성향이 높은 국가들은 상품 및 서비스 수지 적자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국내 수요에 필요한 생필품의 생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저개발 단계의 국가들 또한 대부분 적자 비중이 높다. 반면 아시아의 수출공업국들과 중동의 자원부국들은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함으로써 상품 및 서비스 수지의 흑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비중도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내수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저축률을 떨어뜨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라면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해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나라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소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가치가 유지되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축통화국이 아닌 보통 국가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하며 성장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히 소비를 늘려 성장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겠다.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은 내수주도형, 부자 국가들에는 수출주도형 많아
최상위의 경제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로 논의를 한정하면 수출주도형보다 내수주도형 국가들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명목GDP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큰 상위 12개 국가들 중에서 독일, 중국,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국가들이 내수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국내 수요 부문의 크기가 커서 세계 수요와의 격차가 작기 때문에 내수에 의존한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1인당 소득은 수출주도형 국가들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그림 7> 참조). 내수주도형 국가들의 2001~2007년 평균 1인당 명목GDP는 8,269달러에 불과한 반면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18,823달러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1인당 소득이 높은 48개 국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 국가군에 유럽의 수출 중심 중소규모 선진국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 비중 내수주도형 국가에서 높아
명목 부가가치 대비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일수록 내수의 성장기여율도 높았다. 서비스업은 주로 대내 수요를 위한 비교역재를 생산하는 부문이기 때문에 내수의 성장기여율 확대와 관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소득이 늘면서 상품에 대한 수요뿐 아니라 금융, 문화, 교육, 보건 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여 이들 산업 부문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다. 또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연구개발, 유통 등의 업무를 제공하는 사업서비스업과 복지 등 사회서비스업 부문의 비중도 함께 늘어난다. 그러나 홍콩, 싱가포르 등 경제의 규모는 작은데 전략적으로 금융업을 특화시킨 경우, 유럽의 여러 국가들처럼 복지와 같은 사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 이 부문의 비중이 커진 경우 등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들도 있었다.
단기적 내수 부양보다 장기적으로 공급 부문에 초점 맞춰야
우리나라는 그 동안 전형적으로 수출주도형 성장을 구가해 왔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는 내수 부진과 수출의 활황이라는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외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리면서 내수 부문의 성장기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수주도형 성장의 한계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단기적 차원의 내수 부양은 경상수지 악화를 가져옴에 유의해야 한다. 소득 수준의 향상이 없는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소비 진작은 저축률 하락과 대외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형태의 내수 부양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는 신용카드의 사용 활성화로 인한 소비 증대로 짧은 기간 동안 내수 확대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경상수지 적자가 대폭 증가하고 가계의 부채가 누적되면서 성장률이 급락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또한 내수주도형 국가들의 경제 변동성이 작다는 통념도 확인할 수 없었다.
둘째, 내수주도로의 성장이 자칫 성장세 둔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 국가의 생산 요소, 특히 노동이나 자원 등은 제약되어 있다. 해외 수요까지 포함한 거대한 시장을 대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달성할 때 생산요소당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은 저부가가치 일자리인 경우가 많은데 이 부문에 더 많은 생산요소가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소득 양극화나 경기 변동성을 줄여나가기 위해 내수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국민들에게 새로운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 부문이 꾸준히 창출되어 양적, 질적 확대가 이루어지게 되면 내수 부문에서도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있는 여지가 확대될 것이다. 즉 인위적인 부양이 아니라 내수 기반의 다양한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급 부문에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수출은 우리에게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2000년대 우리나라의 세계 수입시장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각 산업 부문의 비교 우위가 높은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발굴할 수 있는 해외 수요는 아직 무한대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과 내수를 상충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출로 경제의 성장축을 유지하면서 규제 완화,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서비스 등 비교역재의 원활한 국내 생산 확대를 이뤄간다면 수출과 내수 부문의 동반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다. <끝>
내수주도형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은 국가들의 거시경제 성과는 그리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는 수출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서비스 등 내수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회복 시기와 속도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일례로 경기선행지수나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개선되는가 하면 수출은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경기 회복의 모양새가 V자형이 아닌 완만한 U자형이나 L자형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좀 더 우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의존적인 경제 구조로 인해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아 성장률의 낙폭이 클 뿐 아니라 향후 반등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차제에 대외의존형, 혹은 수출주도형 성장 구조를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하여 대외 여건 변화에 대한 민감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보자는 논의도 대두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만 달러인 국가들의 내수의 성장기여율(2001~2007년 연평균 기준)이 53.5%인 것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는 31.0%로 낮은 것 또한 사실이다.
내수주도형 성장의 의미 다각도로 쓰이나 정의 불명확
그러면 내수주도형 성장이란 무엇일까? 사실 이 표현이 자주 쓰이기는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는 않다. 반면 수출주도형 성장은 비교적 그 의미가 명확하고 성공적인 사례도 많다.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내수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어 해외 시장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좁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신흥공업경제국(NIEs, Newly Industrializing Economies)들이 바로 수출주도형 경제에 해당한다. 최근 아시아 개도국들은 물론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의 자본과 자국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공업생산기지화를 추진, 수출을 확대시킴으로써 고성장을 달성한 것도 유사한 사례이다.
이에 비해 내수주도형 성장은 말 그대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에 의해 성장이 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에서 수출의 역할이 크지 않은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내수주도형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위적으로 내수주도형 성장을 추구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역사적으로는 1950년대 이후 중남미, 인도 등 제3세계 동맹국들이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을 통해 자국 내 제조업을 육성하려 했던 것을 들 수 있다. 선진국과의 교역을 불공평한 것으로 보고 추진한 전략이었지만 그 결과는 성장 정체와 외환위기 등 원하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에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이 지나친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농 격차 해소, 중소기업 진흥, 서비스업 개발 등 투자와 소비 확대를 통한 내수부양책을 추진했지만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의 연구(2005) 등에 따르면 국가마다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고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이들의 내수 부문이 확대되었다는 견해와 대외의존도가 심화되었다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 급락세를 겪고 있는 중국이 적극적 금융완화와 소비확대, 사회보장제도 보완 등을 쏟아내며 내수의 성장기여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표> 참조). 신용카드 사용 확대, 개인소득세의 과세 기준 상향, 각종 보조금 및 쿠폰 지급 등 저축률을 떨어뜨려 소비를 진작한다거나 국내 산업 및 서비스업을 육성하고,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소득 기반을 강화하려는 노력 등이 내수 확대를 위해 시도되고 있는 정책들이다.
내수의 성장기여율로 내수주도형 성장 정의
어떤 형태의 성장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사람들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수주도형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들의 거시경제 성과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본 분석에서는 국가간, 혹은 한 국가의 여러 시점간 비교를 통해 내수주도형 성장을 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내수의 성장기여율을 활용하였다(<박스> 참조).
전체 181개 국가 중 대표적인 내수주도형 성장 국가들에는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호주, 일본, 이태리, 영국, 스페인 등이, 개도국 중에서는 브라질, 인도, 아르헨티나 등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수출주도형 국가들에는 선진국 중에서는 스위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스웨덴, 독일 등이, 개도국 중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이 포함되었다(<그림 1> 참조). 이와 같은 결과는 1971년부터 2007년까지의 전체 기간의 연평균 성장률 및 기여율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장 주도 부문의 변화는 따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전체 기간에 대해서는 내수주도형 성장 국가에 포함되어 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그 이전의 80%대에서 50% 미만으로 급락, 수출주도형으로 전환되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 80% 안팎의 높은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전 기간에 걸쳐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출지향공업화를 추진하면서 빠르게 수출이 늘어왔지만 실제로 성장기여율 측면에서 볼 때 80년대까지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더 컸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내수보다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더 높은 구조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내수주도형 국가, 성장률 낮아
이하에서는 내수주도형 성장 국가들의 거시경제적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내수주도형 국가들의 경우 수출주도형 국가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좀 더 낮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3> 참조). 발전 단계를 고려하여 고소득 국가군과 저소득 국가군 내에서 내수 및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성장률을 각각 비교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나름대로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생산을 통해 비교적 고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수주도형 국가들은 인구 규모, 소득 수준 등 국내 시장 규모에 제약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홍콩, 대만, 중국 등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로 꼽히는 아시아 공업국들은 1971년부터 2007년까지의 기간 동안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50~80%대에 이르렀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6% 이상이었다. 반면 같은 개도국 중에서도 내수주도형 국가들인 인도와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의 성장률은 3~5%대로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한 국가 내에서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아질수록 성장률이 하락하는지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형적인 경제 발전 단계를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가능성은 생각해볼 수 있다. 저소득 단계에 있을 때에는-인구가 많거나 자원이 풍부하지 않는 한-내수에만 의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임금을 바탕으로 수출을 동력 삼아 고성장을 시작한다. 그 후 경제 성장과 더불어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경제 전체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국내 수요가 증가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하락하고 소비 등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아지면서 수출주도형 고성장에서 내수중심의 저성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본고의 분석 대상인 1970년대부터의 데이터로는 수출로 고성장을 이루던 국가 중 내수중심으로 전환된 사례를 찾기 매우 어려웠다. 이는 아직까지 수출주도형 성장의 메리트가 대부분의 수출 공업국들에게 소멸되지 않고 남아있거나 여전히 내수주도의 성장을 하기에는 각국 국내 시장의 규모가 협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평균적으로 1980년대 이후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하락하고 성장률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글로벌화에 따른 교역 증대의 수혜를 내수 및 수출주도형 국가들 모두가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그림 4> 참조).
고소득 단계에 이미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주도형 국가로 남아있는 케이스는 유럽의 선진 공업국들과 1990년대 이후의 일본이다. 이들은 경제규모나 1인당 소득 등의 관점에서 내수가 활성화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갖추고 있으나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20~30%에 불과한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역내 국가간 분업과 교역 활성화로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고령화와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 인구 정체 등이 내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의 GDP대비 수출 비중이 16.8%로 낮지만 내수 경기가 워낙 심한 부진을 지속해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높아진 사례이다.
성장률 변동성과의 관계는 불명확
내수주도형 국가일수록 성장률의 변동성이 낮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예상보다 그 상관관계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반적으로 수출주도형 성장을 하는 국가들은 세계 경기 변동에 종속적이기 때문에 해외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에 대해서는 내수주도형 국가가 성장률의 변동성이 작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1970년대의 경우에는 1,2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일부 산유국들과 우리나라, 홍콩 등의 성장률 급등락이 매우 심하여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성장률 변동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내수주도와 성장률 변동성의 관계가 반대로 나타났다(<그림 5> 참조). 경제규모 상위 50개국 중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성장률 변동성이 3.4인 반면 내수주도형 국가들은 9.7을 기록한 것이다. 수출주도형 국가들이 전세계적인 장기 호황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확보, 지속적인 고성장을 누린 반면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등 내수중심의 일부 남미 국가들에서 외채 문제와 정치사회적 상황 변화 등으로 인해 성장률의 심각한 변동이 발생했다.
이처럼 성장률의 변동성은 국가의 경제규모, 발전 단계, 정치사회적 상황, 자원가격 등 여러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유럽 공업국들처럼 수출주도형이지만 안정적인 저성장 기조를 보이는 국가들도 있는 반면, 내수주도형 국가들 중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의 경우에는 외자 유출입, 자원가격, 정치적 이벤트 등에 매우 민감하여 성장률의 변동폭이 크다. 또 저개발국들은 아무리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경제규모 자체가 작은데다가 내수의 진폭이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을수록 성장률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통념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내수주도형 국가의 문제는 대외불균형
내수주도형 국가들은 상품 및 서비스 수지 적자를, 수출공업국들은 흑자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그림 6> 참조). 미국, 영국,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선진국 중 소비성향이 높은 국가들은 상품 및 서비스 수지 적자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국내 수요에 필요한 생필품의 생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저개발 단계의 국가들 또한 대부분 적자 비중이 높다. 반면 아시아의 수출공업국들과 중동의 자원부국들은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함으로써 상품 및 서비스 수지의 흑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비중도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내수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저축률을 떨어뜨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라면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해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나라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소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가치가 유지되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축통화국이 아닌 보통 국가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하며 성장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히 소비를 늘려 성장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겠다.
경제규모가 큰 국가들은 내수주도형, 부자 국가들에는 수출주도형 많아
최상위의 경제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로 논의를 한정하면 수출주도형보다 내수주도형 국가들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명목GDP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큰 상위 12개 국가들 중에서 독일, 중국,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국가들이 내수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국내 수요 부문의 크기가 커서 세계 수요와의 격차가 작기 때문에 내수에 의존한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1인당 소득은 수출주도형 국가들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그림 7> 참조). 내수주도형 국가들의 2001~2007년 평균 1인당 명목GDP는 8,269달러에 불과한 반면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18,823달러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1인당 소득이 높은 48개 국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 국가군에 유럽의 수출 중심 중소규모 선진국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 비중 내수주도형 국가에서 높아
명목 부가가치 대비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일수록 내수의 성장기여율도 높았다. 서비스업은 주로 대내 수요를 위한 비교역재를 생산하는 부문이기 때문에 내수의 성장기여율 확대와 관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소득이 늘면서 상품에 대한 수요뿐 아니라 금융, 문화, 교육, 보건 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여 이들 산업 부문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다. 또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연구개발, 유통 등의 업무를 제공하는 사업서비스업과 복지 등 사회서비스업 부문의 비중도 함께 늘어난다. 그러나 홍콩, 싱가포르 등 경제의 규모는 작은데 전략적으로 금융업을 특화시킨 경우, 유럽의 여러 국가들처럼 복지와 같은 사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 이 부문의 비중이 커진 경우 등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 부문의 부가가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들도 있었다.
단기적 내수 부양보다 장기적으로 공급 부문에 초점 맞춰야
우리나라는 그 동안 전형적으로 수출주도형 성장을 구가해 왔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는 내수 부진과 수출의 활황이라는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외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리면서 내수 부문의 성장기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수주도형 성장의 한계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단기적 차원의 내수 부양은 경상수지 악화를 가져옴에 유의해야 한다. 소득 수준의 향상이 없는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소비 진작은 저축률 하락과 대외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형태의 내수 부양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는 신용카드의 사용 활성화로 인한 소비 증대로 짧은 기간 동안 내수 확대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경상수지 적자가 대폭 증가하고 가계의 부채가 누적되면서 성장률이 급락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또한 내수주도형 국가들의 경제 변동성이 작다는 통념도 확인할 수 없었다.
둘째, 내수주도로의 성장이 자칫 성장세 둔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 국가의 생산 요소, 특히 노동이나 자원 등은 제약되어 있다. 해외 수요까지 포함한 거대한 시장을 대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달성할 때 생산요소당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은 저부가가치 일자리인 경우가 많은데 이 부문에 더 많은 생산요소가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소득 양극화나 경기 변동성을 줄여나가기 위해 내수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국민들에게 새로운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 부문이 꾸준히 창출되어 양적, 질적 확대가 이루어지게 되면 내수 부문에서도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있는 여지가 확대될 것이다. 즉 인위적인 부양이 아니라 내수 기반의 다양한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급 부문에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수출은 우리에게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2000년대 우리나라의 세계 수입시장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각 산업 부문의 비교 우위가 높은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발굴할 수 있는 해외 수요는 아직 무한대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과 내수를 상충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출로 경제의 성장축을 유지하면서 규제 완화,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서비스 등 비교역재의 원활한 국내 생산 확대를 이뤄간다면 수출과 내수 부문의 동반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다. <끝>
내수주도형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높은 국가들의 거시경제 성과는 그리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는 수출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서비스 등 내수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회복 시기와 속도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일례로 경기선행지수나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개선되는가 하면 수출은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경기 회복의 모양새가 V자형이 아닌 완만한 U자형이나 L자형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좀 더 우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의존적인 경제 구조로 인해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아 성장률의 낙폭이 클 뿐 아니라 향후 반등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차제에 대외의존형, 혹은 수출주도형 성장 구조를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하여 대외 여건 변화에 대한 민감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보자는 논의도 대두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만 달러인 국가들의 내수의 성장기여율(2001~2007년 연평균 기준)이 53.5%인 것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는 31.0%로 낮은 것 또한 사실이다.
내수주도형 성장의 의미 다각도로 쓰이나 정의 불명확
그러면 내수주도형 성장이란 무엇일까? 사실 이 표현이 자주 쓰이기는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는 않다. 반면 수출주도형 성장은 비교적 그 의미가 명확하고 성공적인 사례도 많다. 수출주도형 국가들은 내수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어 해외 시장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좁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신흥공업경제국(NIEs, Newly Industrializing Economies)들이 바로 수출주도형 경제에 해당한다. 최근 아시아 개도국들은 물론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의 자본과 자국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공업생산기지화를 추진, 수출을 확대시킴으로써 고성장을 달성한 것도 유사한 사례이다.
이에 비해 내수주도형 성장은 말 그대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에 의해 성장이 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에서 수출의 역할이 크지 않은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내수주도형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위적으로 내수주도형 성장을 추구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역사적으로는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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