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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이 이레 동안 고심한 대책이라는 게 황당하기 그지없다. "'위기'라는 말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듭시다" "일주일에 이틀을 단식의 날로 정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의류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가난한 사람은 의복을 구입하지 못할 테고, 부자들에게 옷이 그만큼 많이 돌아가겠죠. 무엇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을 걱정한단 말입니까" "부자들이 잠든 밤에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 집을 털게합시다. 무엇 때문에 부자들을 걱정한단 말입니까" "의복을 모조리 없애는 게 어떨까요" 등등.
결국 이 바보들은 전쟁을 선택한다. 이웃 나라 고르슈코프를 쳐서 적을 노예로 삼자는 것이다. 전쟁의 명분은 얼토당토않게도 "고르슈코프 부족이 우릴 바보 취급하니까"다. 현자들은 고르슈코프 성벽 자물쇠를 부수기 위해 300년형을 선고받은 도둑 파이텔마저 석방한다. 고르슈코프 정복에 나선 켈름 군대는 길을 잘못 들자 이이없게도 정복지를 마젤보르슈트로 바꾼다. 그저 가까이에 있는 나라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군대는 마젤보르슈트의 한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도축업자와 마부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망신을 당한 그로남은 포고령을 내린다. '앞으로 적을 공격할 때는 미리 첩자를 보내 도축업자와 마부들이 그날 저녁 결혼식에 참석하는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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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들의 나라, 켈름'의 지도자들이 어리석고 멍청한 대책을 논의하는 책 속 삽화. 지난 22일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놓고 벌어진 '국회 난투극'도 가까운 훗날 동화의 소재가 되지는 않을까. | |
바보들의 나라, 켈름은 1978년 소설 '적들, 어느 사랑 이야기'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이작 B. 싱어가 우화적으로 쓴 동화다. 1969년 칼데콧상을 수상한 유리 슐레비츠가 삽화를 그려 맛을 더했다. 책은 독자들에게 폭소를 던져주지만, 사실은 어리석은 지도자들과 권력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그로남 포크라카 파이텔은 하나같이 멍청하고 이기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을 합리화하고 찬양하는 시를 짓는 시인 제켈은 위선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인간을 상징한다. 이렇다 할 기교가 없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범죄 돈 전쟁 등 문명의 그림자도 날카롭게 꼬집는다. 책장을 넘기면 펼쳐지는 바보들의 활약상에는 웃음과 일침이 동시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