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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병은 과연 빵에 무엇을 바른 것일까 ?

지식창고지기 2009. 7. 28. 08:44

 

 

삼총사, 알렉상드르 뒤마 (배경 : 17세기 초, 프랑스) -------------------------


용기병 한명이 옆에 서있었다.  그는 군도에 거위 한마리를 꿰어서, 군도를 구이용 꼬챙이 삼아 벽난로 불 위에서 거위를 굽고 있었다.


"어느 보루를 말하는 거야 ?"  그가 물었다.

 

달타냥이 대답했다.  "생 저베 보루야.  로쉘 시민군이 그걸 점령하고 있어서 참호 속의 우리 공병대가 위협받고 있지."


"아주 화끈한 전투였겠군, 응 ?"


"맞아.  우리는 5명이 전사했고, 로쉘 시민군은 8~10명 정도를 잃었을거야."

"아마 적군이 오늘 아침에 보루를 수리하러 공병대를 보낼 걸 ?"  근위대 병사가 말했다.


"아마 그렇겠지."  달타냥이 대답했다.

아토스가 끼어들었다.  "여보게들.  나하고 내기 한판 걸지 않겠나 ?"


"내기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  스위스 용병이 대답했다.


용기병은 벽난로 불가의 두개의 큰 지지대 위에 그의 군도를 마치 구이용 꼬챙이처럼 걸쳐놓았다. 


"잠깐 !"  용기병이 외쳤다.  "나도 그 내기에 끼워줘 !  이봐, 거기, 주인장 !  여기로 빨리 프라이팬 하나를 가져오게 !  이 거위 기름을 단 한방울이라도 잃고 싶지 않거든 !"


"그래야지."  스위스 용병이 맞장구를 쳤다.  "빵에 거위 기름을 적셔 먹으면 아주 끝내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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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화 장면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명작 "스릴러 소설"인 '삼총사'의 한장면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분들께서는 삼총사라는 소설을 어렸을 때 소년용 버전으로 읽어보셨거나 혹은 영화로만 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작 삼총사는 소년용 버전보다 훨씬 내용이 길고, 또 음울한 내용도 많이 나옵니다. 


원래 삼총사는 1844년 일간신문에 연재되던 신문용 연재소설이었습니다.  원래 일간신문에 소설을 연재한다는 것은 굉장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인데, 알렉상드르 뒤마는 바로 전년도에 '몽테 크리스토백작'을 성공리에 연재하자마자 연이어 '삼총사'를 연재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일만큼 열정적으로 집필활동을 했던 이유는 알렉상드르 뒤마를 짓누르고 있던 빚을 갚을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사채업자 덕택에 우리는 '몽테 크리스토백작' 및 '삼총사'와 같은 명작 소설을 읽게 된거지요.  사채업자가 항상 나쁜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닙니다.


삼총사에 전쟁 장면이 있던가 ?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전쟁 장면이 있긴 있습니다.  위 장면은 프랑스의 항구도시인 라 로쉘 (La Rochelle) 포위 작전 중 한 장면입니다.  이건 실제 역사에 있던 전투였습니다. 

 

라 로쉘은 16세기부터 프랑스 위그노, 즉 신교도들의 근거지 중 하나였습니다.  루이 13세와 리셜리외 추기경이 집권하던 17세기 초반, 다른 위그노들의 본거지는 다 몰락한 것에 비해 라 로쉘은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신교도들이 점점 더 모여들어 카톨릭에 대한 불만을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루이 13세는 이 도시에 14개월간 포위작전을 펼쳤고, 결국 항복을 받아냅니다.  이로서 프랑스 위그노의 역사가 끝나게 되지요.  대부분의 위그노들은 영국이나 미국, 네덜란드 등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 그림이 라 로쉘 포위작전을 지휘하는 리셜리외 추기경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루려는 것은 프랑스의 종교 내전이 아닙니다.  바로 저 거위 기름과 그 용도입니다. 

 

요즘 같으면 음식에서 기름을 줄이려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데 반해서, 이 프랑스 친구들은 거위를 구울 때 흘러나오는 기름을 받아다 빵에 찍어 먹는군요.  이런 장면은 다른 소설에도 나옵니다.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에서도, 주인공 파울 및 그 동료인 독일군 병사들이, 몰래 거위를 훔쳐다 구워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도 흐르는 거위 기름을 받아다 빵에 적셔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요즘 우리들이 먹는 빵은 당시 먹는 빵과는 재료 및 맛, 식감이 많이 다릅니다.  요즘 흔히 시중에서 파는 식빵은 빵인지 케익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달고 부드럽습니다.  설탕과 우유, 그리고 버터 (...혹은 트랜스지방 덩어리인 쇼트닝)를 잔뜩 집어넣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달타냥과 그의 동료 프랑스 병사들이 17세기 초에 먹던 빵이나, 20세기 초에 파울과 그의 동료 독일 병사들이 먹던 빵에는, 설탕이나 우유, 버터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밀가루와 물, 약간의 소금, 그리고 이스트 만을 사용했지요. 


원래 중국집 실력을 보려면 다른 것 다 소용없고, 짜장면 맛을 보면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  빵집에도 그런 것이 있습니다.  그 빵집의 실력을 보려면, 진짜 밀가루와 물, 약간의 소금, 그리고 이스트 만을 사용하는 바게뜨의 맛을 보면 된다고 합니다.

 

 


쇼트닝이나 버터를 넣지 않으면 빵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  갓 구웠을 때는 뭐 나쁘지 않은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엄청 딱딱해지고 말라버립니다.  쇼트닝이 20세기 제빵제과 업계의 다이너마이트 역할을 한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어쨌든 당시에도 언제나 갓 구운 빵을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구할 수만 있다면) 빵에 버터를 발라서 좀 부드럽게 만들어 먹었습니다.  버터의 주성분은 ?  예, 지방이지요.  그러니까 사실 꼭 버터만 바르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거위 기름이 있다면 그것도 좋았던 것입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면 주요리가 나오기 전에 빵과 함께 올리브유에 발사믹 식초를 줍니다.  제가 처음으로 미국에 가본 것이 1997년이었는데요, 보스톤이었습니다.  그때 이른 점심 시간에 어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더니, 꼭 마피아처럼 생긴 웨이터인지 주방장인지 주인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아주 퉁명스럽게 저를 맞이하면서 빵과 함께 올리브유 접시를 주더군요.  그때만 해도, 저는 국내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란 곳을 가본 적이 없어서, 그게 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 마피아에게 '이게 뭐냐 ?'고 물으니 그 친구가 어이없다는 듯이 '올리브유'라고 대답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탈리아는 남북으로 긴 나라이고, 문화적으로도 남북차가 많이 난다고 하지요 ?  북쪽은 오스트리아처럼 낙농업이 발달하여 기름으로 버터를 주로 사용하고, 남쪽은 올리브 재배가 활발하여 올리브유를 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요리에 기름으로 버터를 쓰는 지방과 올리브유를 쓰는 지방의 경계선이 지중해 문화권의 경계선이 된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빵에 버터나 잼 외에 기름을 찍어먹는 전통은 사실 아주 오래된 것입니다.  성서에도 이와 관련되어 아주 유명한 구절이 있지요. 바로 요한복음 13장 26절입니다. 


"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한 조각을 찍어다가 주는 자가 그니라 하시고 곧 한 조각을 찍으셔다가 가룟 시몬의 아들 유다를 주시니 "


즉 당시 유대인들이 먹던 빵은 중동식으로 납작하고 넓은 빵이었는데, 이걸 조금씩 손으로 떼어 기름이나 물에 적셔 먹었던 것입니다.  저 윗 구절은 베드로가 '누가 예수님을 배신하겠습니까'라고 묻자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내가 빵조각을 적셔 건네주는 자'라고 말하시는 장면입니다.


이때 적셨던 것이 물인지 기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어디서 읽었던 것 같은데... 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시면 코멘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