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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양에서는 홍차이고 동양에서는 녹차인가

지식창고지기 2009. 7. 30. 09:45

 

 

Sharpe's Havoc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09년 포르투갈) -----------

 

샤프는 밤에는 불을 피우는 것을 엄금했다. 언덕 아래 프랑스군 포병이 사격 목표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날이 밝아오고 있었으므로, 차를 끓여도 상관이 없었다.

 

"이 언덕에 평생 남아서 버틸 수도 있습니다." 하퍼가 말했다. "우리가 차를 끓일 수만 있다면 말이죠. 하지만 차가 떨어지고 나면, 항복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Sharpe's Waterloo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15년 벨기에) -----------

 

남쪽으로 3마일 떨어진 쌍동이 능선에서는, 프랑스군과 영국군 양쪽 병사들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온기를 느껴보려고 큰 외투로 몸을 감싸보았지만 다 소용없었다. 이미 비는 속옷까지 흠뻑 적신 상태였다. 대부분의 화톳불을 다 꺼져버렸고, 아직 남은 얼마안되는 땔감은 다음날 아침의 차를 끓이기 위해 소중히 갈무리해둔 상태였다.

 

...


귀리밭에 내버려진채 밤새 버림받았던 부상병들은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고 있는 동안에, 기상 나팔 소리가 숙영지를 일깨우기 시작했다.  야간 보초병이 철수하고, 새로운 초계선이 프라스니의 프랑스군 캠프의 화톳불을 향해 펼쳐졌다. 영국군은 꺼져가던 화톳불에 새로 땔감을 추가하고 화약을 좀 뿌려서 불을 되살렸다. 병사들은 각자의 탄약 주머니 속을 뒤져 한줌의 찻잎을 긁어모아 공동의 남비에 집어넣었다. 장교들은 서로의 대대를 사교적으로 방문하여, 브뤼허 원수가 나폴레옹의 공격을 격퇴시켰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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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차를 좋아합니다.  녹차보다는 홍차를 더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강한 맛이 나는 얼그레이를 매우 좋아합니다.  녹차도 좋아는 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마시는 현미 녹차는 솔직히 그다지 맛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부끄럽습니다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녹차는, 일본에 갔을 때 마셔본, 무슨 '교또 어쩌고'하는 차였습니다.  아주 깔끔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좋더군요.  현미 녹차는 사실 산뜻한 맛보다는 구수한 맛에 더 역점을 둔 것 같더군요. 

 

  

사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축구보다는 야구를, 차보다는 커피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요.  그래서 차는 그저 염가의 현미 녹차가 주류이고, 고품질의 녹차는 그리 널리 애용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물며 동양에서는 인기가 없는 홍차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지요.  왠만한 대형 마트에 가봐도 홍차 파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요.

 

저 위에 인용한 소설 속에서 병사들이 끓이는 차는 모두 홍차입니다.

 

제가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은, 왜 서양에서는 홍차를 마시고, 동양에서는 녹차를 마시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홍차나 녹차나, 똑같은 차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드는 것이쟎아요.  의외로, 웹을 열심히 뒤져보아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별 설명이 없더군요.

 

가장 흔히 나오는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당시의 느린 범선 때문에 그렇다고들 합니다.  즉, 원래 중국에서 영국 배가 녹차를 싣고 출항했는데, 영국에 도착해보니, 그 사이에 녹차가 발효되어 시커멓게 되어버렸는데, 마셔보니 의외로 맛이 좋아서 애용하게 된 것이 홍차라는 것이지요.

 

 

(19세기 중반, 차를 최대한 빨리 실어오기 위해 만든 범선 기술의 최고 집합체 - Tea Clipper) 

 

하지만 이건 대표적인 잘못된 정보입니다.  녹차가 상해서 홍차가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배에 처음 실을 때부터 녹차는 녹차로 실려가는 것이고, 홍차는 홍차로 실려가는 것입니다.  위의 '전설'에 따르면, 홍차라는 것은 영국 무역선에서 우연히 발명된 것처럼 나오지만, 원래 영국과 통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중국에서도 홍차가 있었거든요.  또, 영국에서도 처음에는 녹차도 꽤 마셨습니다. 

 

 

 

The Surgeon's Mate by Patrick O'Brian (배경: 1813년 발틱 해) ---------------

 

(특수 첩보 임무 때문에, 곧 파견될 작은 슬룹함인 에어리얼 호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야 할 일이 생기자, 영국 발틱 함대의 제독이 솔선 수범하여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포도주를 내놓습니다.)

 

제독은 에어리얼 호의 임무를 위태롭게 하느니, 앞으로 남은 근무 기간 동안 녹차 (green tea)만을 마시겠다고 하며 세 상자의 고급 클라레 포도주를 내놓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다른 군함들의 장교단에서도 가만 있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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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홍차가 있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홍차에 대해 별 흥미가 없으신 분들이 확실합니다.  세계 3대 홍차하면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우바, 그리고 중국의 기문이거든요. 

 

 

 

어떤 홍차에 대한 책을 읽다보니까, '처음에는 영국에서도 녹차를 마셨으나, 동인도회사의 무역량이 증대되면서 점차 양질의 홍차를 마시게 되었다'라고 씌여 있더군요.  이 구절만 보면 마치 녹차는 질이 낮은 차이고, 홍차가 고급이다 라고 오해를 하게 됩니다.

 

사실 제조 공정은 홍차보다는 녹차가 더 어렵습니다.  녹차와 홍차의 주된 차이점은 산화(oxidation)입니다.  즉, 홍차는 산화가 많이 된 차이고, 녹차는 산화를 억제시킨 차입니다.  녹차는 찻잎을 딴 뒤에, 산화 방지를 위해 가열 처리를 했다가 (덖음) 비비고 다시 가열하고 비비고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에 비해 홍차는 그냥 찻잎이 상당히 시들도록 (산화되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야 가열해서 말립니다.

 

 

(이 그림의 출처는 wikipedia - http://en.wikipedia.org/wiki/Image:Tea_processing_chart_II.svg )

 

일부에서는 홍차는 발효차이고, 녹차는 생차이다 라고 이해하는 모양입니다만, 발효(fermentation)와 산화(oxidation)은 분명히 차이가 있지요.  홍차가 무슨 미생물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실제로 홍차 업계에서는 이 산화 과정을 발효 과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발효가 아닙니다.  더 나쁘게 이야기하면, 홍차는 삭아서 변질된 차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 위에 말씀드렸 듯이, '중국에서 녹차를 싣고 오다보니 변질이 되어 홍차가 되었다' 라는 설이 꽤 그럴싸하게 널리 퍼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서양은 홍차를 주로 마시고, 동양에서는 녹차를 주로 마시게 되었냐고요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도 확실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실제로 위에서 말한, 배를 싣고 차를 운반하는 과정과 상관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홍차가 좋으냐 녹차가 좋으냐 하는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없는 질문입니다.  홍차는 홍차대로의 강한 맛과 정신이 번쩍 드는 강한 카페인이 있고, 녹차는 녹차대로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정도의 카페인이 있지요.  요즘은 건강상의 이유로 녹차가 점점 더 힘을 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TIME지에서 발표한 세계 10대 건강 식품에 녹차는 들어가지만 홍차는 못들어가거든요.

 

하지만 녹차보다 홍차가 더 우수한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바로 보존성입니다.  녹차는 대개 1년 안에 향이 날아가버리지만, 홍차는 그 유통 기한이 최소 몇년은 갑니다.  홍차...라기보다는 흑차에 가까운, 완전 산화차인 중국 보이차의 경우, 몇십년 된 것일 수록 오히려 더 고가에 팔리기도 하지요.

 

 

(보이차, 즉 Pu-erh tea)

 

바로 그 보존성 때문에, 서양에서는 녹차보다는 홍차를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당시 중국에서 출항한 범선이 유럽에 도착하려면 6개월이 훨씬 더 걸렸거든요.  거기서 창고에 보관되었다가 다시 우마차에 실려 유럽 각지의 최종 소비자에게 다다를 정도가 되면 거의 녹차의 상품 가치는 바닥을 친 상태였을 겁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녹차에 대해서는 별로 안 좋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홍차를 선호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한번 보지요.  왜 동양에서는 홍차를 안마시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이 질문도 제대로 된 것은 아닙니다.  중국에서도 홍차 마십니다.  기문 홍차가 중국 것이니까요. 

 

또, 원래 상고 시대에, 중국에서 마시던 차는 홍차였다고 합니다.  즉, 신농씨가 찻잎을 발견한 이래, 중국인들이 차를 애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산화 방지를 위한 덖음 과정이 발명되기 전이라서, 처음에 중국인들이 마시던 차는 홍차일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사실 홍차보다는 흑차에 가까왔겠지요.)   그러다가  당나라 때인가 송나라 때인가에 가서야 제대로 된 녹차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의식주를 통해 본 중국의 역사'(이재정,가람기획,2005)라는 책에서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책이었는데, 빌려 읽은 책이라서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네요.  (이 이야기에 잘못이 있다면 제 기억력 탓입니다... 제대로 된 것은 책 사서 읽어보세요.) 

그래서인지, 고대 중국에서 차를 수입했을 몽골이나 중앙 아시아의 유목민들이 마시는 차도 일종의 홍차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 '동양 사람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은, 사실 녹차보다는 우롱차를 많이 마십니다.  이 우롱(烏龍)차는 반(半)산화 차입니다.  그러니까 녹차와 홍차의 중간 정도 되는 차이지요. 

 

이 이야기도 저 위의 책에서 읽은 것입니다만, 우롱차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 시골 마을 사람들이 녹차를 만드느라고 찻잎을 덖고 비비고 하는 와중에, 검은 뱀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뱀에 놀란 사람들이 만들던 차를 버려두고 도망쳤는데, 나중에 돌아와 보니 그 사이에 덖던 차가 산화되버려 반쯤 삭은 차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맛이 의외로 좋아서 애용하게 되었고, 그 검은 뱀을 기념하여 우롱(烏龍), 즉 '검은 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럼 왜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홍차를 안마시고 녹차만 마실까요 ?  아마 중국에서 홍차대신 녹차가 유행한 다음에야 중국에서 차가 수입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또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을 아주 제대로 받은 나라라서, 커피가 너무 인기인지라 홍차가 주목받을 여지가 없는 것 같고요.  사실 우리나라는 기후가 차 재배에 적당한 곳이 아니라서, 보성 차밭을 빼고는 거의 차 생산이 없습니다.  일본은 그래도 전세계 차 생산량의 3%를 차지합니다.  중국과 인도가 각각 25% 씩이고요.  우리나라는 차 생산량에 있어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일본에 비해 차 문화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차의 명칭에 대해서는 좀 불만이 있습니다. 

 

  

1.  우리는 홍차, 녹차라고 부릅니다만, 영어로는 black tea와 green tea 라고 하지요.  서양에서는 찻잎의 색깔을 보고 그렇게 black이라고 부르는 모양이고, 동양에서는 우려낸 찻물의 색깔에 따라 홍차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마시는 녹차는 우려낸 빛깔이 사실 녹색이 아니고... 거의 노란색에 가깝지 않습니까 ?  그렇다면 사실 황차(黃茶)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제가 주로 마시는 녹차는 싸구려 현미 녹차라서 그런 걸까요 ?  확실히 일본의 그 교토 녹차의 경우는 좀더 녹색이 나는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2. 이건 정약용 선생께서도 분개하셨던 일인데, 차도 아닌 것들이 차라는 이름을 붙여서 나오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유자차, 율무차, 인삼차, 대추차...  정약용 선생께서도 '그런 것들은 차(茶)가 아니라 탕(湯)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차는 오로지 차나무 잎으로 만든 것이어야 하지요.  서양에서는 루이보스 차를 red tea라고도 부르는 모양입니다만, 그것도 사마외도의 음료일 뿐, 차는 아닙니다 !

 

 

 

 (유자차 ?  아니죠 ~  유자탕 ?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