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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너지 시대로의 가교, 리튬이온전지

지식창고지기 2009. 11. 18. 11:11

그린에너지 확대를 촉진할 수 있는 사용자 편의성 증진, 사용 비용의 절감, 그리고 사용 수명 연장의 측면에서 2차전지의 효용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모바일 IT기기나 소형 무선 가전제품 위주로 한정된 시장을 가지고 있던 2차전지가 전기자동차의 급성장으로 수요시장의 범위를 넓히면서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2차전지 시장에서는 다양한 전지 솔루션이 경쟁하고 있지만, 수요자의 본원적 욕구 충족, 수요시장의 범위, 투자규모, 마케팅 전략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비교했을 때 리튬이온전지가 주도적인 솔루션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리튬이온전지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전지가 소형 IT 기기용에서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다음 세기를 주도하는 친환경사회의 핵심이 되려면, 핵심 원재료에 대한 접근성 확보에 주력해야 하고, 전기자동차와 대규모 전력 저장 등 새로운 수요 시장 확보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그린에너지 시대로의 가교, 2차전지 
Ⅱ. 응용기기별 2차전지 산업동향 
Ⅲ. 2차전지 산업, 리튬이온전지가 주도 
Ⅳ. 리튬이온전지가 해결해야 할 과제 
  
  
Ⅰ. 그린에너지 시대로의 가교, 2차전지 
  
 
여기저기서 친환경을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페인트를 고를 때 유독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페인트를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하기도 하고,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하여 요일제 스티커를 붙인 경차를 몰고 다닌다. 친환경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현대인들의 삶의 윤택함이 그 바탕이 된 에너지원의 고갈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친환경의 본질은 에너지원에 대한 관념이 ‘화석연료의 발굴 및 공급’에서 ‘그린에너지의 발굴과 에너지의 효율적 소비 추구’로 전환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유비퀴터스 사회는 IT 기기로 문이 활짝 열렸고, 진화하는 첨단 기기들이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그린에너지 사회의 문은 아직 열린 것이 아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려면 깐깐한 자격을 갖춰야 하고 수많은 규제를 견뎌내야 한다. 적극적인 수요자들이 많은 IT 산업과는 달리 그린에너지 사회는 규정을 강제하고 감독하는 감시자들로 인해 우리 삶에 불편함을 주고, 게다가 자발적 참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재활용 폐기물 분리에서 추가된 재사용 폐기물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고, 앞으로는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 등 그린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고 사용자가 직접 관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친환경 미래에 대한 사명감으로 남보다 앞서 구입한 전기자동차를 사용하려면, 아무리 피곤해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기 콘센트를 찾아서 플러그를 꽂아야 할 것이다. 
 
그린에너지의 확대는 소비자에게 소소한 불편함과 여러가지 에너지 시스템 개선에 대한 지루한 기다림을 요구한다. 
 
경제적 부담도 든다. 그린에너지를 집집마다 설치, 관리할 때 필요한 비용에서 수요자가 일정부분을 부담해야 한다. 작게는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까지 부담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한번 투자를 하면 매월 지출되는 비용은 절감될 것이라 하지만,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감은 그린에너지의 확산을 저해할 수 있다. 투자 회수기간에 대한 합리성보다 당장의 지출이 부담이 된다. 
 
또한, 그린에너지는 수요자가 그 공급량과 공급 시기를 결정 할 수 없는, 우리가 정작 원할 때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에너지원을 전적으로 대체하는 에너지가 아닌,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보완적 에너지원으로 소극적 소비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린에너지의 확산은 똑똑한 수요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성공의 관건이지만, 자발적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들은 적지 않다. 
 
장애요인을 해소시키는 2차전지 
 
그린에너지 사회에 대한 걸림돌을 해소 시키는 솔루션으로 충방전을 반복하여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가 부각되고 있다. 
 
먼저, 2차전지는 충전과정을 통해 전력망에 연결만 되면 수요자의 편의대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최근의 2차전지는 최초 구매비용이 필요하긴 하지만, 사용하는 기간 동안 별도의 비용이 필요 없고 오히려 기존에 지출되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한번만 지불하면 수요자가 추가 비용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유형에 따라 별다른 유지 관리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수명도 긴 편이다. 매일 사용하는 환경에서 10년간 성능을 보증할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난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 초기 비용 부담도 2차전지로 인한 총 에너지 비용 관점으로 보면 경제적이다. 
 
한때 ‘전기는 흘러가는 것일 뿐, 저장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전기를 저장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었다. 2차전지의 저장능력이 소형 가전 제품 정도만 사용이 가능할 정도라는 생각도 기술 발전에 따라 대용량 저장이 가능해 지면서 바뀌고 있다. 최근 전기자동차에 적용된 2차전지는 저장된 전기만으로 1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저장 용량이 확대되고 그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그린에너지 사회에 대해 수요자들이 즐겁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Ⅱ. 응용기기별 2차전지 산업동향 
  
 
최근 2차전지 산업의 영역이 IT 기기 시장을 넘어 빠르게 넓혀지고 있다. 이미 리튬이온전지로 표준이 정해진 IT 기기와 달리 이제 겨우 출발선을 벗어난 전기자동차 산업은 니켈수소전지가 안전성과 가격적 장점을 앞세워 주도를 하는 가운데 리튬이온전지가 높은 에너지 밀도를 무기로 거센 도전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연료전지와 수소전지는 장기적 관점의 자동차 동력원으로 개발이 활발하다. 아직 걸음마도 시작하지 않은 에너지 저장분야는 그린에너지의 본격적 확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나, 광대한 에너지 저장 용량의 범위를 대응할 수 있는 우세한 에너지 저장 솔루션이 아직은 없는 상태다. 
 
이하에서는 2차전지 응용산업 분야에 있어 기술유형간 경쟁 동향을 살펴보고, 최적 솔루션으로서 리튬이온전지의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소형 무선 가전 기기, 모바일 IT 기기 
 
1948년에 발명된 니켈카드뮴전지는 소형 전자제품에 이동성을 부여한다는 관점에서 최초의 2차전지다.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납축전지가 그 유래나 기술의 완성도에서 앞서 있었지만 큰 부피와 짧은 수명은 수요 시장에 차별적 응용 영역을 제시할 수가 없었다. 그 후 40여 년간 니켈카드뮴전지는 2차전지 시장의 주력 솔루션으로 수요 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휴대용 면도기, 무선 전화기, 무선 장난감, 전동 공구, 그리고 휴대용 음악재생기기 등에서 니켈카드뮴전지는 유선 기기 대비 성능의 차이를 최소화 하면서 이동성을 부여하는데 성공했다.  
 
1989년대에 등장한 니켈수소전지는 니켈카드뮴전지보다 1.7배에 달하는 고용량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넓혀갔다. 더구나 유해 중금속이 거의 없다는 장점까지 갖추어 니켈수소전지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같은 새로 등장한 IT 기기에 채택되기 시작했고, 소형 가전제품의 일부 제품 군에서도 니켈수소전지를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1년 Sony에 의해 등장한 ‘더 작고 더 가벼운 전지’를 표방한 리튬이온전지 대비 낮은 저장 용량으로 인해 니켈수소전지는 리튬이온전지와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기가 어려웠다. 90년대 후반 급성장하기 시작한 리튬이온전지가 안전성 문제로 인해 잠시 멈칫거리기 전까지 니켈수소전지는 니켈카드뮴전지와 리튬이온전지를 이어주는 과도기적 성격의 전지로 인식 되기도 했었다. 
 
초기 휴대폰, 노트북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에 장착되기 시작한 리튬이온전지는 IT 산업이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휴대폰과 노트북 등 IT 기기의 주력 2차전지가 되었다. 
 
전기자동차 
 
일본의 도요타가 주도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는 니켈수소전지가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핵심 원재료의 개선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용량을 올리려는 시도는 리튬이온전지안전성의 한계를 드러내게 하였고, 당시 개발 중이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적합한 2차전지를 고민하던 도요타는 결국 니켈수소전지를 채택할 것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의 높은 구매 가격에 비해 연비가 높지 않고 개선 폭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출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체 자동차 시장의 1% 수준도 안 되는 저조한 성장을 기록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비록 현재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2차전지의 99% 이상이 니켈수소전지이지고, 일부 전기자동차에서 연료전지나 수소전지, 또한 니켈수소전지를 사용한 모델도 보이지만, 새로 소개되는 대다수의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을 대체할 구동기관으로서 리튬이온전지와 전기모터를 사용하고 있다. 
 
GM에서 2010년 출시 예정인 Volt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180kg의 무게(납축전지 사용 시 850kg, 니켈 수소 전지 사용 시 470kg 수준)와 차량 가격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비싼 가격, 그리고 수시로 충전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100km 미만의 단거리 출퇴근용으로만 사용 시 하루에 1,000원 미만의 비용만 부담하면 되는 우수한 경제성을 자랑한다. 
 
향후 유가와 각국의 지원정책의 지속성이 관건이긴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의 도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산업 
 
전기에너지분야에서도 2차전지가 그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유형이 시도되고 있다. 기존 전력산업에서의 에너지 저장장치는 정전 시 외에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화력, 수력,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품질이 좋고 공급의 안정성도 뛰어나 굳이 2차전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무정전 전원공급장치의 경우, Data Center, Health Care 및 정밀 기기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의 품질과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졌다. 기존의 짧은 순간의 정전을 대비하는 전력 공급용으로 한 달에 한두 번 사용하든 것이, 이제는 상시적으로 사용해야 할 정도이다. 게다가 안정적 전원을 공급하는 필터링 기능까지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는 값싸고 안정적인 납축전지가 대세이지만, 한정된 공간의 활용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2차전지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지능형 전력망의 주요 구성요소인 에너지 저장 장치도 납축전지 이외의 솔루션으로 리튬이온전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당분간 소규모 에너지 저장장치의 주력 에너지 솔루션은 검증된 안전성과 낮은 가격, 그리고 공급의 안정성이 보장된 납축전지가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납축전지의 에너지 밀도로는 그린에너지 시대에서 요구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로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간 활용도 뿐 아니라 10년 이상 써야 하는 저장장치의 수명에 대한 요구가 향후 에너지 저장장치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장벽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Mega Wh급 에너지 저장 솔루션은 NaS 전지나 Flow 전지가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등 납축전지, 리튬이온전지 외에도 현재 다양한 솔루션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Ⅲ. 2차전지 산업, 리튬이온전지가 주도 
  
 
그렇다면 향후 2차전지 산업에서는 어떠한 전지가 주도적인 솔루션이 될 것인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IT 산업에서 실리콘 반도체와 LCD가 해당 산업내에서 어떻게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보자. 
 
1.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표준화 경쟁에서 배우는 시사점 
 
IT 산업은 우리에게 ‘편리함’이라는 가치를 제공했다. 과거 공상 만화 속에서나 가능하던 IT 기기들의 성능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구현되고, IT 기기들이 빠른 속도로 대중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수요자의 절실한 요구와 외부 환경의 변화도 부분적으로 공헌을 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LCD 등 IT 산업의 핵심 부품들이 전방산업의 표준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혁신적 진화를 거듭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산업 성장의 출발점은 인간의 본원적 욕구 충족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칭하는 반도체는 거리에 상관없이 안부를 묻고 정보를 나누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소통 욕구가 시작점이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지는 전기신호를 증폭시키기 위한 진공관의 등장, 약하고 비싼 진공관을 대체하는 트랜지스터의 등장, 그리고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작은 칩에 압축한 집적 회로의 등장으로 전자회로는 소형화, 고성능화, 저가격화가 가능해졌고, 가전 제품, 개인용 컴퓨터 등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더 깨끗하고 밝고 생생한 화면을 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부피와 무게에 있어서 기존의 CRT (브라운관) 디스플레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혁신이 이루어진 LCD (액정 표시 장치)로 인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던 벽걸이 TV가 가능해 졌다. 이제 LCD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가장 많이 보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광범위한 수요 시장과 대규모 투자의 적시성 
 
반도체와 LCD는 대부분의 전자기기를 수요 시장으로 삼고 있고, 그 수요는 개발 및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는 성능과 원가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실리콘 반도체는 우수한 안전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사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가면서 다양한 수요 시장의 표준 부품으로 사용되었다. 실리콘 반도체는 표준 부품으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쏟아 부었다. 게다가 기업간 치열한 기술 경쟁을 통해 성능의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LCD와 경쟁했던 CRT와 PDP는 각각 중형과 대형에 적합한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LCD는 2인치 대의 소형 휴대폰에서 50인치 대의 대형 TV까지 시장 특성이 다른 제품군에 대응하였다. 응용 기기의 확장성, 많은 참여 기업과의 탄탄한 인프라로 LCD는 수요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고, 이에 걸맞은 대규모 투자를 반복할 수 있었다. 나아가 LCD는 원가를 더 낮추고 성능의 한계는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차별적 역량을 갖추게 되었고, 대상 시장의 영역을 더욱 넓힐 수 있었다. 
 
수요자에 친숙한 마케팅 전략 
 
실리콘 반도체와 LCD는 수요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해 주도권을 잡았다. 반도체의 경우 무어의 법칙, 황의 법칙 등 집적도 향상에 대한 법칙들이 거론되었다. 해마다 새로 출시되는 반도체는 주요 언론매체의 일면을 장식하고, 고객들은 앞다투어 새로 나온 제품을 구매하였다. 반도체의 법칙들 그리고 ‘인텔 인사이드’와 같은 광고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긴 하지만, 수요자들에게 새로운 제품의 등장을 알려주고 마치 새로 나온 반도체를 적용하지 않으면 경쟁에 뒤쳐질 거라는 불안감을 갖게 하였다. 
 
LCD가 등장한 초기에는 대형화가 어렵고, 시야각이 좁고, 높은 생산 원가로 인해 소형 IT 기기 외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경쟁 솔루션인 PDP는 처음부터 대형 화면을 목표 시장으로 선정하여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TV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고, 낮은 가격이라는 장점까지 있었다. 하지만, LCD는 노트북과 PC용 모니터에서 쌓아 온 ‘가볍고 얇은 고급 디스플레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TV 시장에도 적용함으로써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고급 화면’으로 친숙하게 수요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2. 리튬이온전지, 2차전지 산업을 주도 
 
현재 2차전지의 다양한 솔루션을 앞서 살펴 본 본원적 욕구 충족, 수요시장의 범위, 투자규모, 마케팅 전략 등의 관점에서 비교해 보면 결론적으로 리튬이온전지가 주도적 솔루션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 
 
편리하고, 친환경적이어서 인간의 본원적 욕구 충족에 유리 
 
첫 번째로, 리튬이온전지는 납축전지나 니켈카드뮴전지에 비해 인간의 본원적 욕구를 충족하기에 유리하다. 즉, 가벼우면서 긴 수명 특성을 가지고 있어, 수요자가 대상 기기를 편리하고 즐겁게 오래 쓰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또한, 납축전지나 니켈카드뮴전지에 비해 친환경적이다. 
 
그린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불편함도 리튬이온전지의 경제적 혜택으로 상쇄될 수도 있다. 최근 앞다투어 리튬이온전지를 채택하는 전기자동차의 경우, 100km 미만의 단거리용으로만 사용 시 한번 충전만으로도 운행이 가능하다. 충전과정에서 오는 불편함도 승용차의 전체 사용기간 중 평균 90%에 달하는 정차 기간 동안 충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다면 오히려 주유소에 들락거리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가정용 태양광 발전에서 나오는 전력을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해 저장하고, 필요할 때 편리하게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수요자들의 이익은 시간이 갈수록 상승할 것이다. 
 
다른 2차전지에 비해 수요시장 광범위 
 
두 번째로, 리튬이온전지는 다른 2차전지에 비해 넓은 수요시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LCD의 경우 다수의 참여기업들로 구성된 성숙한 인프라로 인해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지속적 가격하락이 가능했다. 이것은 수요 시장을 확장하는 선순환 고리로 연결되었다.  
 
리튬이온전지는 이미 표준으로 자리 잡은 모바일 IT 기기에 이어, 전기자동차에서도 향후 주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다른 2차전지 솔루션과 비교하여 리튬이온전지에는 투자와 개발인력이 집중되고 있고, 이를 통해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원론적 이슈인 안전성, 고비용, 원료 공급의 한계에 대한 돌파구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 분야의 경우, 아직 구체적 실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2차전지가 주력으로 정해질 지를 알 수 없지만,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활용방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면 그 해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Oak Ridge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20년에 미국 전체 차량의 약 20%가 전기자동차이고, 자동차와 전력망의 상호 전기 에너지 교환이 이루어 지지 않고 수많은 전기자동차가 갑자기 전력망에 연결된다면 전력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리튬이온전지가 지능형 전력망에 연결되어 전력 수요를 적정하게 분산시키지 않는다면, 미국에만 160개의 새로운 전력 발전소가 필요하다. 즉, 에너지 저장 솔루션과 전기자동차는 독자적 영역이 아닌 서로 엮여 있는 연관 영역이다.  
 
자동차 가격의 25% 이상의 수준으로 비싸고, 휴대폰용 리튬이온전지 용량의 5천 배에 달하는 대형 리튬이온전지를 지능형 전력망용으로 가정에서 구매하여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전기자동차에 리튬이온전지가 표준으로 정해지고, 가동시간이 차량수명의 5~10%에 불과한 전기자동차의 활용도를 올리는 시도가 지속된다면, V2G(Vehicle to Grid)는 현실적으로 구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실현 되어야 하는 영역으로 등장할 것이다. 
 
리튬이온전지에 대규모 투자집중 
 
셋째, 리튬이온전지에 대하여 대규모 투자가 시행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투자는 기존 2차전지 관련 기업은 물론 국가 기관들까지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2차전지의 새로운 본산이 되고자 하는 미국 미시간주의 공격적 투자 유치 전략뿐 아니라,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돌파구로서 새롭고 구체적인 성장 동력인 리튬이온전지를 주요 후보로 삼고 있다. 반도체, LCD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막대한 수요층은 성능과 원가에 대한 혁신을 만들어 내고, 지속적인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를 리튬이온전지에서도 볼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른 2차전지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익숙 
 
마지막으로, 리튬이온전지는 IT 기기에 노출되어 있는 수요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부품이다. 휴대폰에서 노트북, 모니터에 익숙한 LCD 수요자들이 TV로 수요시장이 확장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던 만큼, 리튬이온전지는 우리 몸을 감싸고 있는 모바일 IT기기에 사용되는 익숙한 부품이다. 전기자동차에 리튬이온전지가 채택되고 확대되는 데에 별다른 거부 반응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하다. 리튬이온전지가 미래에 매우 중요한 부품이라는 사실을 수요자에게 계속 주지시키고, 그에 맞는 마케팅을 구사한다면 자동차는 물론 대용량 에너지저장 분야에서도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는 어렵지 않게 형성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리튬이온전지는 수요자의 본원적 요구, 다양한 수요 시장을 대상으로 한 표준 부품으로서의 위상과 반복되는 대규모 투자, 그리고 수요자에 친숙한 마케팅으로 2차전지 산업의 주력 솔루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튬이온전지로 인해 다른 2차전지가 채우지 못하는 미래 그린에너지 사회와 수요자 사이의 빈 공간을 메워 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Ⅳ. 리튬이온전지가 해결해야 할 과제 
  
 
그러나 리튬이온전지가 2차전지 산업의 주력 솔루션을 넘어 그린에너지 사회의 핵심 부품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문제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첫 번째로, 산업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핵심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원재료는 리튬이다. 비록 리튬이 경쟁 2차전지의 주된 원재료인 납이나 니켈보다 자연계에 더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실리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정된 자원이다. 게다가 남미에 리튬 원재료 광산이 집중되어 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급 불안요소가 상존한다.  
 
반도체 발명 초기의 주력은 게르마늄이었으나, 희귀하고 고가여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대체재인 실리콘에 쉽게 그 자리를 내 주었다. 실리콘은 저가의 장점에다 열 및 화학적 안정성까지 갖추어 반도체의 주력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주력 원재료인 리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수요 시장의 확대를 꾀하는 리튬이온전지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소형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핵심 원재료의 독점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한정된 기업만이 생산과 공급 과정을 독식하였고, 원재료에 대한 독점적 정보의 공유만이 있었다. 원재료의 독점문제는 전후방 시장에서 파트너십이 재편되고 있어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도시 광산을 이용한 리튬의 재활용 또는 해수에 담겨있는 리튬을 추출하는 방법 등 리튬의 확보에 대한 다양한 기술도 제시 되고 있다. 
 
두 번째, 모바일 IT 기기의 부품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과거 모바일 IT 기기 초반에 발생하였던 리튬이온전지의 불안정한 품질 문제들을 극복하고,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하락과 공급망 확장, 그리고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 혁신을 이루었듯이,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하이브리드 자동차 및 전기자동차의 부품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이 되어야 한다. 
 
다행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기존 소형 리튬이온전지에 있었던 품질 해결문제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다. 소형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IT 기기의 짧은 수명으로 인한 잦은 모델 개발과 한정된 규모의 생산, 그리고 극도의 원가 인하에 따른 낮은 수준의 부품이 안정적 품질의 장애요인들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은 그 제조나 사용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10년 이상씩 지속하는 동일 모델이 필요하고, 모델 개발 기간 동안 충분한 검증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동력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에 저가의 저질 부품을 쓰지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제조 환경의 수준은 IT 기기에 비해 훨씬 더 높다. 수요 시장의 앞선 품질 관리 수준은 리튬이온전지 생산 공정의 혁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 시장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앞으로 2차전지의 주된 시장은 모바일 IT 산업이 아닌 전기자동차 산업과 에너지 저장 산업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기술 확보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건은 메가 와트급 수준으로 넓혀지는 에너지 저장 범위에 대한 리튬이온전지의 기술적 대응 가능성이다. 비록, 리튬이온전지의 한계를 넘는 용량의 영역일지라도, 다른 2차전지 솔루션과 통합적 운영을 통해 에너지 저장 산업으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 수요시장의 확장은 이미 반도체와 LCD에서 보았듯이 주력상품의 대세를 굳히는데 결정적인 성공 요인이었다. 시장수요의 확대를 위해 리튬이온전지의 단독 솔루션 뿐 아니라, 다른 기능과 연계된 통합적 솔루션 제공을 통한 시장 확대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2차전지는 그린에너지 시대로 도약하는 핵심적인 발판이 될 것이다. 리튬이온전지가 2차전지의 주력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주도권을 확보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지만, 리튬이온전지와 겨룰 유력한 경쟁자는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다. 2차전지 부문에서 현재의 기술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대안이 당장 나오기도 쉽지 않고, 설사 나오더라도 상용 가능한 현실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리튬이온전지는 2차전지 부문에서 현재 가장 유력한 대안이며 향후 상당기간 그 위치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전지와 리튬이온전지와 연계된 산업의 변화에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 

그린에너지 시대로의 가교, 리튬이온전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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