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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고민

지식창고지기 2010. 1. 24. 16:08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고민

[中國探究]<65>: 제4회 베이징국제문화창의산업박람회를 통해

기사입력 2009-12-04 오후 4:09:58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베이징국제문화창의산업박람회가 지난 11월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 동안 베이징의 국제전시센터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펼쳤다. 2006년 처음 시작된 박람회는 그 동안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중국 내 30개 성급(省級) 행정단위가 대표단을 보냈고, 국제지적재산권연맹(IIPA), 유네스코(UNESCO), 세계애니메이션협회(ASIFA) 등 10개 국제 조직과 30여 국가의 대표단이 참가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박람회는 매년 중국 문화부, 국가라디오영화텔레비전총국(SARFT), 중국보도출판총국, 베이징시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해 오고 있으며, 베이징시 산하 조직이 실무를 주관해 왔다. 이번 박람회는 "문화의 창조적 활력을 일으키고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촉진하자(激發文化創新活力, 促進經濟持續增長)"이라는 주제로 전시회와 학술 행사, 문화콘텐츠 마켓, 예술 공연 등이 열렸다.

특히 이번 박람회는 지난 9월 중국 국무원이 <문화산업진흥계획>(중국탐구[57] 참조)을 공포한 직후에 열려 더욱 주목을 끌었다. 중국 정부가 나서 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최초의 강령을 선포한 데 이어 대규모 국제적 문화콘텐츠 관련 행사가 개최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번 박람회는 예술 공연, 판권 계약, 영상콘텐츠 제작,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연구 개발과 여행 콘텐츠 등 분야에서 322개 협정 또는 의향서를 체결하였고 그 포괄적인 액수는 55억 2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와 같은 수치는 46억 2천만 달러 규모의 292개 의향서를 체결했던 제3회 박람회와 비교했을 때 일정한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의 문화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 박람회의 성과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상황에서 일궈낸 것으로서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외형적 성장 이면의 의미들에 대해서도 여전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 번 <문화산업진흥계획>이 발표됐을 때의 기조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문화산업이 급속한 성장 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적 영역이자 문화적 영역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를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도구로만 간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며, 문화의 '산업화'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화의 '산업화'를 단지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겨두지 않겠다는 의지 또한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박람회를 주관하는 기관이 정부의 주요 문화 관련 부처와 베이징시인 것만 보아도 이러한 점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요컨대 문화의 '산업화'는 필수불가결한 추세이지만, 그렇다고 이데올로기로서의 문화의 기능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는 단계라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 사회의 개혁과 개방이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왔듯이 문화의 산업화 또한 그러한 절차와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의도로 읽힌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이러한 박람회 개최에 적극적인 것은 시장의 필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개된 장(場)을 조직하고 제공함으로써 일정하게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취함과 동시에 여전히 시장 자율 혹은 더 나아가 시장 만능으로만 맡겨둘 수 없는 문화 산업의 특수성을 동시에 감안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여전히 자국의 문화콘텐츠가 기술적·산업적인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박람회는 '국제'적 행사로 열리기는 했으나, 동시에 중국 내 각 지역과 산업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 또한 역력하다. 특히 박람회에 참가한 중국 내 행정단위는 '창의 쓰촨(創意四川)', '빙설 룽장(氷雪龍江)', '매력 티벳(魅力西藏)' 등의 표어를 내걸고 각 지역의 주력 문화콘텐츠산업을 선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컨대 안후이(安徽)는 출판그룹을, 텐진(天津)은 공연예술을 앞세우면서 지역적 특성을 한층 부각시키는 홍보를 통해 '문화강성(文化强省)', '문화흥성(文化興省)'의 전략을 구사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국 정부로서는 각 지역별 문화 전략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문화 기술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고 대내외적 산업 역량을 키움으로써 실제로 선진 문화산업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시기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문화콘텐츠 영역별로는 특히 영상콘텐츠와 게임콘텐츠, 애니메이션, 공연콘텐츠, 디지털콘텐츠 등의 합작 계획이 크게 증가하는 등, 이들 영역이 전체 중국 문화콘텐츠의 절대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전통 문화콘텐츠와 무형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이들을 어떻게 '현대화'하고 '산업화'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들 영역은 실제로도 시장의 수요와 대중의 기대치가 급속히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나 시장 모두 그에 대한 요구를 선점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박람회는 중국 내 문화시장의 요구, 대외 기술의 수용, 중국 정부의 고민이 빚어낸 합작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이들 삼자의 장력이 균형을 잃고 어느 시점에 한쪽 방향으로 힘이 쏠릴 것인지는 향후 몇 년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분명 중국 정부로서는 그 연착륙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제5회 박람회는 내년 11월 역시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다.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중국대중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