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의 저주…아르헨 고지대선 승률 절반 `뚝`
매일경제 | 입력 2010.06.15 17:01
17일 태극전사들이 아르헨티나와 일전을 치르는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는 해발 1753m에 위치한 고지대 경기장이다. 설악산 대청봉(1708m)보다 높은 곳에서 아르헨티나와 한판 붙는 셈이다.
고지는 묘하다. 인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일단 운동능력이 눈에 띄게 준다. 조금만 뛰어도 지치고 호흡이 일찍 가빠지는가 하면 빨리 탈수현상을 겪는다.
최근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된 '고지대와 체육경기 분석' 보고서를 보면 흥미롭다.
남미에서 고지대로 원정온 저지대 국가의 승률은 홈경기 때보다 최대 4배 정도까지 떨어졌다.
이들 국가 가운데 가장 고도 차가 심한 곳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해발 5m)와 볼리비아 라파스(해발 3700m)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볼리비아를 이길 확률은 82.5%로 조사됐으나 라파스에서는 승률이 21.3%까지 떨어졌다고 결론을 내린다.
고도 차는 골 득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도 차가 많이 날수록 고지대 팀의 골이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실점은 줄어든다.
승률 역시 높이가 좌우한다. 저지대 국가인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이상 해발 30m), 브라질은 홈에서 승률이 60∼70%에 달한 반면 원정 승률은 10∼20%에 머문다.
고지대 팀인 볼리비아와 에콰도르(해발 2800m)는 홈에서 이길 확률이 원정보다 2배가량 높다.
이른바 '고지대의 저주'다.
태극전사들은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꾸준히 고지 적응훈련을 해왔다. 고지대 훈련은 15분 이상 뛰는 장거리 종목에서 필요한 유산소성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실시한다.
한국은 축구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동계올림픽 때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실시했고 사이클이나 마라톤 선수들에게는 필수다.
고지에서는 대기압이 낮고 이로 인해 공기 중에 산소의 분압이 낮다.
이때 체내에서는 폐포의 산소분압이 감소되고 이로 인해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이 떨어지면서 저산소 상태가 유발된다.
이런 산소량이 적은 고지대에서 장기간 적응하면 감소된 산소압이 적혈구 수를 증가시켜 유산소운동 능력을 높여준다. 바로 고지대 적응훈련의 메커니즘이다.
고지에 처음 적응할 때는 물이나 우유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고탄수화물과 저염분 식사가 중요하다.
그러면 어느 높이에서 훈련하고 훈련기간은 얼마가 적정한가. 전문가들은 적정고도는 해발 2000∼2700m이며 적어도 1700m 이상이어야 하고 훈련기간은 3∼4주 정도가 적합하다고 본다.
훈련 초기에는 짧은 시간 동안 평소의 스피드 훈련을 반복하고 점차 시간과 강도를 늘려나가는 방식이다. 고지훈련을 마치면 4∼21일 사이에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승부가 운동생리학적으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 체력과 객관적인 훈련량은 한국이나 아르헨티나나 엇비슷하다.
고도도 우리와 아르헨티나가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둘 다 똑같이 고지훈련을 해왔다. 결국 변수는 '정신력'이다.
고지대에서 90분을 뛰는 것은 평지에서 130분 이상을 뛰는 것과 비슷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강한 정신력밖에 없다. 당연히 아르헨티나전은 정신력의 맞대결이다. 정신력이 강한 팀만이 '고지의 저주'를 훌훌 털어낼 것이다.
[오재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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