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차용된 아랍어 어휘
출처 : http://www.chosun.ac.kr/~hmsa/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하는 민족간의 문화적 접촉이 있을 경우 언어적 접촉이 수반되며 이 때 각기 다른 두 언어권 사이에는 언어적 차용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 언어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또한 언어적 차용은 주로 어휘면에서 우선적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1 언어 차용의 원인
언어의 차용은 대개 일방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문화 수준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차용이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는 언어끼리 차용되는 경우로서 아랍 국가와 인접 비아랍 국가의 경우가 비근한 예가 된다. 또는 힘의 논리로서 정치·군사적 지배를 통해 정복자의 언어가 피정복민의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가 이에 해당된다. 여기에는 싱가포르의 중국어처럼 경제적 지배를 통해 언어의 영향력이 확대된 경우도 포함된다.
그러나, 반드시 정복자의 언어가 지배 언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정복지의 언어가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정복자의 언어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있다. 바그다드를 점령한 몽골족은 정복자였지만 오히려 문화적으로 이슬람 문화에 수용되고 언어적으로도 아랍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였다.
또 새로운 문물이나 개념이 수입되면 그 명칭도 따라서 들어온다. 그러한 명칭이 차용될 때는 외국어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도 있고 또 그 명칭을 자기 나라 언어로 번역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를 <번역 차용>이라고 한다.
2 직접 차용과 간접 차용
차용에는 직접 차용과 간접 차용이 있다. 예컨대 영어의 example(예)과 exemplary(모범적인)은 동일 어원이면서 모음 /a/와 /e/가 각기 다른 점이 차이가 있다. 이들은 라틴어 기원인데 전자는 프랑스어를 통해서 차용되었고 후자는 라틴어에서 직접 차용된 것이다.
차용은 바꾸어 말하면 언어의 혼합이다. 따라서 세계의 모든 언어는 혼합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언어의 형성 과정에서 혼합은 발생하기 마련인데 그 혼합된 요소를 식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음운 대응의 규칙성의 의해서 사용된 어휘가 식별될 수도 있지만 차용된 요소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모든 언어는 이미 고대에 동일 계통의 언어들끼리 혹은 계통이 다른 언어에서 어휘를 서로 차용하였다. 그 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이 차용어인지 혹은 공통 조어로부터의 공통된 어휘인지 식별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에서는 영어에 차용된 아랍어 어휘들을 중심으로 아랍어의 차용 현상을 고찰해 보겠다.
3. 영어속의 아랍어
게르만어파에 속하는 영어는 그 대부분의 어휘나 문법적 특징을 게르만어파의 언어들로부터 이어 받았지만 어휘에 있어서는 그리스어, 라틴어를 비롯한 로만스 제어에서 차용하였다. 영어에는 아랍어로 부터 차용되었거나 아랍어에 어근을 둔 어휘의 수가 2천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중 3분의 2는 폐어가 되고 나머지만 아직 일상 영어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무튼 언어의 계통상이나 언어의 구조, 음운 등에서 현저하게 다른 두 언어에서 차용이 일어났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차용어는 언어의 구조나 음운에 관계없이 어떤 이유나 필요에 의해서 차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서 차용된 어휘는 형태나 의미가 약간 바뀐 채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면 영어에 아랍어 차용어가 존재하는 것도 역시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랍어에서 차용된 영어 어휘 중에는 alcohol, cotton, crimson, jar, lemon, mattress, sash, sugar처럼 일반화된 어휘가 있고 abelmosk(닥풀속의 상록관목), dahabeah(나일강의 삼각돛 객선), ghazi(무슬림 전사), 등의 전문용어처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차용어가 있다.
그밖에 일반화되지는 않았으나 전문 용어만큼 낯설지는 않은 carafe(유리 물병), coffle(한 무리의 노예), imam(이슬람교의 예배 인도자), lascar(영국군의 인도인 포병), macrame(매듭실 장식), martingale(말의 가슴걸이) 등이 있다.
스페인어나 이태리어에서 차용된 것으로 간주되던 ole(투우,후라멩고 춤 등에서의 올레[찬성,기쁨,격려의 표현]), mafia(마피아)같은 어휘들도 아랍어 차용어이며 그 어원은 아랍어의 wa-llah(신에게 맹세코)와 mahya(거만)이다.
대략, 600여개로 추산되는 차용어중에서 256개(42.6%)는 아랍어에서 직접 차용된 것이고 나머지 344개는 '낱말의 여행'을 통해 간접 차용된 것이다. 그중 200여개는 어느 한 언어를 통해 들어온 것이고 나머지는 두개 이상의 언어를 통해 들어온 차용어이다.
그러나, 차용어들의 차용 경로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예컨대 salep(난초과 식물의 구근에서 얻는 샐렙가루)는 아랍어의 khusa ath-tha'lab(여우의 고환)에 기원하는데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지만 차용 경로에 대해서는 아랍어-터키어-영어라든지 아랍어-프랑스어 또는 아랍어-스페인어-영어, 아랍어-터키어-프랑스어-영어 등 구구하다. 또다른 예로서 safari(사냥 여행)가 아랍어에서 직접 차용되었다는 견해와 아랍어-스와힐리어-영어의 차용 경로를 밟았다는 견해가 있다.
차용어의 어원 자체가 문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ballyhoo(떠들썩하고 저속한 선전)가 아랍어의 b-Allah hu(by Allah it is)에서 기원하고 so long이 아랍어의 sala m(평화)에서 말레이어의 salang을 거쳐 영어로 들어왔다는 것인데 정통 영어사전에서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슬람과 관련된 차용어들은 아랍어에서 음역된 어휘들이 많다. hafiz(꾸란을 전부 왼 무슬림에게 주는 칭호), khutba(설교), madrasa(학교), muezzin(이슬람 사원의 기도 시각을 알리는 사람), mosque(이슬람 성원) 등이다.
이들 차용어는 음역된 철자가 다르다 하더라도 비교적 아랍어와 발음이나 의미가 매우 근사하므로 차용어의 식별이 어렵지 않다. 문제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발음이나 의미가 변형된 경우이다. 예컨대 salep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또 영어의 acequia(관개용 수로)를 아랍어의 as-saqiyah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차용어의 의미가 원의에서 바뀐 예는 아랍어의 al-kuhl(안티몬 가루)과 al-jabr(접골)에서 각기 차용된 alcohol(알코홀), algebra(대수학)가 있다.
화학 용어 benzoin(벤조인)은 luban jawi(자바의 유향)에서, mohair(모헤어,앙골라 염소의 털)는 mukhayyar(정선된)에서 온 것이다. 아랍어의 손바닥을 뜻하는 r a에서 racket 또는 해부학 용어 rasceta(손목의 주름)가 되었다.
차용어의 의미가 어떤 경우에는 아랍어 원의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뀌어진 것도 있지만 대개 아랍어 원의와 관련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arsenal(병기고)는 아랍어의 dar sina 'a(house of industry)가 이태리어를 거쳐 영어로 차용된 것이며 carboy(상자속에 든 대형 유리병)은 qarraba(목이 가는 큰 유리병)에서 차용된 것이다.
족쇄에 함께 묶인 한 무리의 노예를 뜻하는 coffle은 qafila(캐라반)에서, 일종의 목구멍 질병인 halzoun은 halzun(달팽이)에서, 긴 의자를 뜻하는 sofa는 suffa에서 온 것이다.
단어의 형태상 변형은 주로 아랍어의 정관사 <al->로 시작되는 차용어에서 발생하였다. 예컨대, almanac(달력)은 아랍어 al-manakh(날씨)에서 온 것이다. 흔히 이와같은 단어들은 스페인어를 경유하여 차용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모든 단어들이 그러한 경로를 밟은 것은 아니다.
즉, algebra(대수)는 중세 라틴어를 경유해 영어로 들어왔고 algorism과 algorithm(산수)는 중세 라틴어를 거쳐 고대 프랑스어와 중세 영어를 경유한 것이다. alkali는 중세 라틴어와 중세 영어를 거쳤으며 albacore(날개다랑어)는 포르투갈어를 경유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차용어의 어두에 정관사 <al->이 있는 단어만 아랍어에서 차용된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azimuth(방위)는 al-sumut(길)에서 acequia(관개용 수로)는 al-saqiya에서, 무게의 단위인 arroba는 al-rub'(4분의 1)에서, 연금술에서 수은을 가리키는 azoth는 al-z ' q(수은)에서 온 것이다.
이는 아랍어의 철자법상 아랍 문자중 태양 문자(Sun Letters)로 분류되는 /t/, /th/, /d/, /dh/, /r/, /z/, /s/, /sh/, /ssa /, /dda /, /tta/, /n/ 이 정관사 <al-> 다음에 올때 <al->의 /l/이 이 태양 문자에 동화되는 현상때문이다. 이와같은 규칙에 따라 위 단어들도 각각 as-sumut, as-saqiya, ar-rrub', az-za'uq로 발음된다. artichoke(솜엉겅퀴: al-khurshuf가 이태리어를 거쳐 영어로 들어옴)와 aubergine(가지: al-badhinjan이 카탈로니아어와 프랑스어를 거쳐 들어옴)은 태양 문자가 아니더라도 음운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어떤 차용어는 어두 문자에 /a/가 없는 경우도 있다. al-'u d(나무가지)에서 온 lute와 al-'askar(군대)에서 온 laskar는 정관사 <al->중 /l/만이 남아있는 예다. 영어의 lute는 아랍어의 al-'ud가 스페인어의 laud를 거쳐 영어로 차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al-zahr 또는 az-zahr에서 온 hazard는 /h/가 첨가된 경우다.
al-badhinjan에서 영어의 차용어 aubergine와 brinjal가 나왔듯이 영어에는 하나의 아랍어 단어에서 두개 이상의 차용어가 나온 경우가 많다. Zero와 cipher(또는 cypher)는 모두 아랍어 sifr(비어있는)에서 차용된 것이다.
또한 아랍어 al-qirmiz에서 alkermes(곤충의 일종), carmine(양홍색), kermes(연지벌레, 양홍)가 나왔고 같은 단어의 또다른 형태인 girmizi에서 cramoisie(또는 cramoisy ), crimson(진홍색)이 나왔다. Qawwas(궁수)에서 kavass(무장경관: 터키어 경유)와 kuvasz(개의 품종:터키어와 헝거리어 경유)가 왔다.
차용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차용어의 의미가 달라진 예를 영어에 차용된 아랍어 어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nacaret(주홍빛)와 nacre(진주층)은 둘다 아랍어 naqqara에서 온 것인데 전자는 고대 스페인어, 중세 프랑스어, 프랑스어를 경유한 반면, 후자는 고대 이태리어와 중세 프랑스어를 경유한 것이다.
때로는 같은 경로를 거쳤을 경우라도 영어에 들어온 후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차용어도 있다. 아랍어의 tabl(북)은 스페인어, 고대 프랑스어,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에 들어 왔지만 timbal(드럼)과 timbale(닭고기를 다져 틀에 넣어 구운 것)의 뜻이 다른 두 단어로 파생되었다.
아랍어에서 차용된 영어 어휘중 종교 분야의 차용어가 제일 많은 것으로 분석되는 데 이는 이슬람교의 성전인 꾸란이 아랍어로 쓰여진 때문이다. assassin(암살자), massage(마사지), caliph(칼리프), mosque(모스크), muslim(무슬림), sultan(술탄), tariff(관세) 등이다.
암살자를 뜻하는 assassin은 아랍어의 hashshashin(하쉬쉬 hashish를 피우는 사람)이 어원이다. 중세 이슬람 분파중 하나인 니자리파(Nizari)가 비밀 암살단을 조직해 귀족과 정치가, 십자군 등의 기독교도들을 습격한데서 십자군이 붙인 이름에서 유래한다. 니자리파는 무슬림 암살단원들로 하여금 하쉬쉬와 같은 대마초를 피우게 해 지도자들에 대한 복종심을 유도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또한 gazelle(영양), sesame, syrup, coffee, sherbet과 같은 동식물 어휘는 영어의 낯익은 아랍어 차용어들이다. 커피는 어원 사전마다 그 어원을 달리 제시하고 있는데 아랍어의 qahwa가 네덜란드의 koffie를 경유해 영어의 coffee가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 경우 커피나무의 원산지인 이디오피아 남부 고원지대의 지명 Kaffa에서 최종적으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한다. 또다른 주장으로는 아랍어에서 터키어를 경유해 이태리어의 caffe가 영어의 coffee가 파생되었다고 한다.
항성의 이름에도 아랍어 어원인 것이 많은데 정확히 183개의 별 이름 중에서 125개가 아랍어이며 9개가 아랍어-라틴어계라는 것이다.
영어 어휘중에는 부분적으로만 아랍어의 파생형인 즉, 아랍어와 다른 언어의 복합 형태인 차용어(hybrid loanword)들이 많다. 가장 적절한 예가 아랍어의 arab과 불어의 -esque가 결합된 arabesque이다. Safflower는 아랍어의 asfar(노란색)과 이태리어 fiore(꽃)이 합하여 네덜란드어의 saffloer, 중세 프랑스어 saffleur, 이태리어 saffiore로 발전된 것이다.
영어의 아랍어 차용어는 앞에서 보았듯이 아랍어를 어원으로 하는 차용어와 아랍어와 다른 언어의 합성어 형태의 차용어, 아랍어가 어원이 아니고 단지 아랍어를 경유하여 영어로 들어간 차용어로 구분되었다. 이렇게 하여 영어에 차용된 어휘들은 다시 수많은 파생어를 생성하였다.
특히 화학 분야의 차용어에서 많은 파생어가 나왔다. 예컨대 Benzoin은 benzol, benzamide, benzene, benzenoid, benzine, benzoic, benzol등 80여개의 파생어가 있으며, alcohol은 alcoholate, alcoholic, alcoholism, alcoholize, alcoholysis, workaholic 등이 있다.
아랍어는 역사적으로 이슬람 전파와 함께 다른 언어와 접촉하게 되었는 데 특히 아랍어 어휘가 영어에 차용되는 과정을 보면 북아프리카에서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어를 거쳐 프랑스어로 들어 갔거나 오스만 터키 제국을 통하여 이태리어로 들어갔다. 또한 영국 식민지하의 인도를 거쳐 영국 영어에 차용되었음을 보았다.
앞으로 아랍어가 영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를 연구함으로써 언어를 통해 문화적인 측면에 끼친 영향까지도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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