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와 힌두교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인 인더스 문명을 탄생시킨 인도는 그 크기로 인해 아대륙(亞大陸)이라고 불리며, 인구 또한 중국에 버금가는 11억의 인구를 구가하는 거대한 국가다. 북쪽으로 우뚝 솟은 에베레스트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릴 만큼 지상최대의 높이와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의 최고봉으로서, 거기에서 흘러나와 동서로 길게 흐르는 갠지스 강과 인더스 강은 인도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지리적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의 정치적 구분이 아니라 고대 인도의 영향사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인도 아대륙은 오늘날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부탄, 그리고 스리랑카와 심지어 티베트의 일부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북쪽의 티베트와 남쪽의 스리랑카는 그들의 종교 생활에서 힌두교 보다는 불교가 압도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지만, 그 밖의 인도 아대륙은 이슬람 보다는 여전히 힌두교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11억이 넘는 인도의 인구를 생각해 보면 지구촌에서 평균 6-7명 가운데 하나가 힌두인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힌두인이라는 것은 힌두의 언어와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으로서, 인도의 토착 종교인 힌두교인을 포함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힌두의 영향력은 1,400년경 인근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까지 미쳐서 언어와 종교 등의 풍속의 일부가 힌두 문화의 영향 속에 놓이게 되었다. 오늘날 인도에서 힌두교인의 인구는 약 80%를 차지하는 8-9억 명이며, 이슬람은 약 8천 만 명, 시크교인과 그리스도교인은 약 1천 4백 만 명이라는 비슷한 수치로 집계되고 있다. 인도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힌두교가 번성하고 있는데, 네팔은 힌두교가 국가종교이며, 방글라데시에는 1천 1백만 명의 힌두교인이 있고, 말레이시아에도 백만 명이 넘는 힌두교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인도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많은 인도인들이 영국과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 등지로 이주하여 살게 되었고, 그 가운데서 마하트마 간디가 사회정의를 위해 진리파지(眞理把持)운동을 실천했던 남아프리카에는 백만 명이 넘는 힌두교인들이 살고 있다. 그 밖에 100만 여명이 북미에 살고 있고, 600만 명이 넘는 힌두교인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힌두교는 이제 하나의 독특한 인도 종교로만 국한 되지 않고 영향력 있는 세계 종교의 하나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힌두교를 중심으로 하는 이 같은 힌두 문화는 놀랄만한 다양성과 수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를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매혹적이면서도 당혹스러운 일이 일상화 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그 다양성의 이유는 넓은 대륙에 분포한 수많은 종족과 언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상이한 종족들의 다양한 풍속과 기질이 오늘날의 인도를 화려하게 채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적 분포를 크게 대별해 보면, 북인도에서 인도-유럽어의 어근을 지니고 있는 언어로 구자라티, 힌디, 벵갈어가 있는가하면, 남인도의 드라비다족 언어인 타밀, 텔루구, 칸나다, 말레이야람 등이 있다. 이러한 언어의 차이는 다양한 풍속의 차이로 이어지고 발전해 왔다. 인도의 다양성은 언어의 차이뿐만 아니라, 기후와 지리적 조건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과 동서를 가르는 데칸 산맥 등은 분명 종족마다 인종과 기질을 다르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스리랑카나 케랄라의 울창한 숲이나, 라자스탄의 건조한 사막지대, 그리고 히말라야의 설산(雪山) 등은 각각 독특한 종교와 문화 환경을 만들어 내었다.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 힌두 문화를 전체적으로 수용하며 하나의 문화적 풍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는 힌두이즘(Hinduism)은 힌두교라는 종교의 품속에서 다시 한 번 집약적인 빛을 발하게 된다. 힌두이즘이 힌두 문화의 영역을 총괄적으로 지칭한다면, 힌두교는 그 문화적 총체를 종교적으로 압축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힌두이즘과 동의어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힌두교에서 표방되는 예배와 의례, 신들과 신화 그리고 힌두 철학과 예술은 모두 힌두이즘의 결정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분명 힌두이즘은 다양한 토양의 뿌리에서 자라난 하나의 거대한 나무임에 틀림없지만, 그 나무의 줄기와 가지가지에서 꽃피고 열매 맺는 과실은 힌두교라는 이름으로 명명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힌두교가 하나의 체계적인 종교로 형성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인더스 문명이 발원하던 기원전 3,000년 이후 인도 초기의 고전적 종교 경전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잘 알려진『리그베다』이다. 이는 기원전 약 1,200-1,000년경에 형성 된 것으로 세계의 기원과 신들에 대한 노래로 가득 차 있다. 그 이후 기원전 800년에서 400년 사이에『리그베다』에 나타난 고대 사상을 인간 내면의 세계와 결부시켜 철학적으로 발전시킨 고전적 지혜의 담론이 『우파니샤드』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였다. 그 이후 기원전 6세기경에는 자이나교의 창설자 마하비라(Mahāvīra, 540-468)라든가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붓다(Gautama Buddha, 563-483)가 동시대에 각각의 종교적 가르침을 펼쳤다. 이 시대에는 브라흐만(Brahman) 계급을 중심으로 한 바라문교와 불교 그리고 자이나교가 널리 퍼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인도에서 기원후 1,000년경에 이르러서는 불교의 위력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그 후 이슬람의 침입으로 인도는 힌두 문명과 함께 이슬람이라는 새로운 문명과 충돌 또는 습합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인도에서 불교 탄생 이래 기원 1,000년경 까지는 힌두-불교 문명의 공존과 발전 시기의 시기였다면, 기원 후 1,000년경부터 약 1750년을 전후 한 영국과 프랑스의 각축전(1748-1761)이 일어났던 근대에 이르기까지는 인도 대륙에 힌두-무슬림 문명의 공존과 발전의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에 두드러진 특징은 무슬림의 무갈(Mughal)제국이 델리를 중심으로 통치하였고, 불교는 자취를 감추는 반면에 시크교(Sikhs)의 대두와 함께, 전통적인 힌두이즘이 통일적으로 부각된 시기였다. 특히 아크바르(Akbar, 1562-1605재위) 대제의 통치 기간 동안에는 각종 다양한 종교 전통을 존중하는 정치적 배려로 인해 다원주의적인 종교 문화가 더욱 꽃을 피웠다. 그러나 선교사(宣敎師)를 내세운 유럽인 가운데서도 특히 영국인의 침입으로 영국이 주도하는 국가체제에서 철도, 교육, 산업, 행정 등이 현대화 되면서 힌두교와 이슬람, 그리고 다른 종교들도 새로운 모습을 띠게 된다. 현대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인도는 영국에 대하여 독립운동을 펼치게 되지만 그 와중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리 독립되고, 파키스탄은 다시 동서로 갈라지면서 방글라데시가 탄생하게 된다.
고대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2,500-3,000년경에 인더스 강변의 대 도시 모헨조다로(Mohenjo-Daro)와 하라파(Harappa)를 중심으로 발생했던 인도문명이 기원전 1,500년경에 지하로 묻히는 일시적인 공백기를 거치지만, 그 당시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펀자브(Punjab) 지방으로 들어 온 아리안(Aryans) 민족의 유입으로 인도에 힌두문명이 탄생하게 된다. 기원전 327년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이 침입해 온 이후에 탄생한 마우리아 왕조(Mauryan empire, 기원전324-184)때에는 불교에 깊은 영향을 받은 아쇼카(Asoka, 기원전260-232재위) 왕이 인도 전역에 불교를 보급하고 전쟁을 중단하는 평화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그 이후 쿠샨(Kushan) 왕조(기원전78-기원후248)와 굽타(Gupta) 제국(320-499)이 인도 문화의 고전적 전성기를 맞이한다. 11세기에 이슬람 제국이 침입해 온 이후 델리(Delhi)는 한동안 술탄(Sultan)의 제국(1206-1526)이 되며 이슬람 문화의 영향 하에 이슬람 사원 및 고대 궁전과 성벽의 건축물이 왕성하게 세워진다. 이러한 유적을 우리는 오늘날도 방문하여 융성했던 그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굽타 왕조 시대인 4-5세기에는 산스크리트(Sanskrit)어가 널리 보급되어 경전을 기록하고 해석하는데 사용되었으며, 브라만교를 배척하던 불교에서도 경전을 산스크리트어로 기록하였지만 오늘날 많이 소실되었고, 티베트어로 번역된 경전과 스리랑카에서 기록된 팔리(Pali)어 경전이 오늘날 전해지고 있다. 이 처럼 각국의 언어의 차이는 오늘날에 와서 힌두 문화를 각기 다른 형태로 전승하는 채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언어와 지역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힌두 문화의 영향력은 워낙 강한 것이어서 오늘날까지도 인도 아대륙은 물론 전 세계에까지 새롭게 그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 가운데 하나가 요가(Yoga)다. 요가는 힌두 문화의 여러 가지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현대인의 정신생활과 명상, 그리고 건강과 해탈(초탈)의 지혜를 얻게 하는 훌륭한 방편이 되고 있다.
이제 제 1부에서 이러한 힌두 문화의 탄생배경과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서 인도의 사상과 힌두교의 정신문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체계적으로 도모해 보고자 한다. 제 2부에서는 힌두문화와 종교의 고전적 문헌이자, 가장 대중적인 힌두교 경전의 하나로 손꼽히는 『바가바드기타』본문과 그리스도교 성서의 『복음서』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사랑과 평화 그리고 인류 구원의 메시지에 대한 크리슈나와 예수의 대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해 보고자 한다. 인도문화와 그리스도교 문명권의 성숙한 만남을 위한 대화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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