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교수
합동신학대학원 대학교, 설교학
자연스럽지 않은 본문을 자연스럽게 “지나치기”
‘지나치기’는 본문(저자)이 설교자(해석자, 독자)의 특별한 주의를 끌고 그리하여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하여 수사학적 의도를 가지고 특정의 수사법을 사용하여 말하고 있는데도 설교자(해석자)가 본문의 그러한 의도를 무시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림으로써 결국 본문이 의도한 중요한 메시지를 정당한 방식으로 드러내지 못하거나 아예 놓치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 것이다.
‘주입하기’ 가 본문을 해석하기도 전에 메시지를 이미 ‘결정해 놓고 읽기’ 라면, ‘지나치기’는 본문을 ‘건성으로 읽기’(superficial reading)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입하기가 본문에 대한 ‘반역’(betrayal)이라면, 지나치기는 적어도 본문에 대한 ‘불충실’(unfaithful)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입하기가 결국 본문의 메시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면 지나치기는 본문의 메시지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나 본문의 메시지를 놓치는 것은 본문의 메시지를 왜곡하는 데로 나아갈 가능성을 다분히 가질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아이러니 본문 유형 실례
1) 마가복음 5:1~20
본문은 처음부터 여러 작은 아이러니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아이러니는 예수님의 접근을 거절하던 군대귀신 들린 사람이 마침내는 치유를 받고 예수님을 따라가겠다고 달라붙는 데서 절정을 이룬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이 이렇게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는 모순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본문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함으로써 본문은 이 점에 주목하는 독자에게 질문을 불러일으키며 본문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가능한 근거가 무엇인가? ‘예수님을 향하여 당신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거부하는 모습과 예수님에게 함께 따라다니게 해달라고 간구하는 모습 사이에 무엇이 있는 것인가?’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예수님과의 만남”을 메시지로 한 설교를 시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사도행전 9:30~10:48
부정한 사람 피장이 시몬의 집에 머무는 사도 베드로의 모습, 짐승의 발을 먹으라는 하나님의 사자에게 하는 베드로의 답변, 어느 모로 보나 같이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 같이 있고, 같이 머물고, 같이 어울리는 모습 등으로 시종일관하는 본문의 아이러니에 주목하는 설교자에게 본문은 어떠한 질문을 유도하는 것인가?
- 이러한 모순의 의도는 무엇인가? 의도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러한 연속적인 아이러니에 주목하여 그렇게 하는 본문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물으면서 들어가는 설교자는 “이것이 바로 복음의 능력”임을 강하게 증언하고 있는 본문의 의도를 포착하여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부정한 자나 거룩한 사도를 불문하고 한 지붕 밑에서 머물게 하고 함께 어울리게 하는 복음의 능력을 본문을 근거로 힘 있게 선포하는 설교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야고보서 3:1~18
샘이 한 구멍에서 단물과 쓴 물을 낸다는 것과 무화과 나무가 감람열매를 포도나무가 무화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들으면 그럴 수는 없다고 웃고 넘어갈 만한 아이러니의 절정이다. 그것은 창조의 질서를 어기는 것이고, 그런 일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사람이면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본문은 이렇게 함으로써 사실은 우리가 한 입으로 찬송과 저주를 내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와 같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으로 독자를 끌어들인 본문은 결국 혀를 길들임으로가 아니라, 입을 꿰맴으로가 아니라,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가 그 해답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부터 난 지혜는 다분히 성령과 관련된 일임을 본문은 강하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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