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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곰곰히 읽지 않기에 빠지는 오류

지식창고지기 2011. 11. 21. 06:38

13. 곰곰히 읽지 않기에 빠지는 오류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마태복음서 5장 37절)



          

우리말 {개역} 성서 마태복음 5장 37절에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나느니라" 하고 가르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다. 이 본문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불행하게도 이 본문을 끝까지 다 읽고 곰곰이 생각함이 없이 서둘러 생각을 해버리기 때문에 이 본문을 읽는 이들은 이 본문을 몇 가지로 오해하고 있다. 예를 들면,

1) 무엇인가를 긍정할 때는 꼭 옳다는 사실을 두 번 반복하여 "옳다 옳다 (Yes, yes)" 하고 말하고, 무엇인가를 부정할 때도 역시 아니라는 것을 두 번 반복하여 "아니라 아니라 (No, no)" 하고 말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나느니라" 하고 말하였으니, 이것은 "옳다"는 말이나 "아니라"는 말은 꼭 두 번만 말하 고 세 번이나 그 이상은 하지 말라는 말로 생각하는 것이다.

2) "옳은 것은 옳다 하고 옳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하라 그 이외의 것은 악을 행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차라리 이 본문이 이러한 뜻이었어도, 한 사람의 평생을 지배하는 참으로 좋은 경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호한 번역문을 독자 나름대로 해석한 것이다. 따라서, "이에서 지나는 것"도 "그 이외의 것"으로 해석해 버 린다. 곧, 옳으면 옳다 하고 그르면 그르다고 해야지, 모호한 입장을 취하거나 양비론(兩非論)이나 양시론(兩是論)을 말하는 것은 다 악을 행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여기에서는 흑백 논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오해보다는 좀 더 고상하지만 본문의 뜻은 이것이 아니다.

3) 이 본문을, 매사에 사람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는 것을 가르치는 교훈이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두 번째 오해가 윤리적 결단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면, 세 번째 오 해는, 의사 결정에 참여를 요청 받는 경우와 관련되어 있다. 기권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면 가, 부면 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기권과 같은 행위는 "이에서 지나는 것"에 속한다.

4) 거짓말을 하는 것을 경고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속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도 겉으로는 옳다고 하거나, 반대로 속으로는 기면서도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는 것을 경고 하는 말씀이라는 것이다. 곧 "예"와 "아니오"를 올바른 의미로 쓰지 않고, 반대 의미로 쓰는 것에 대한 경고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외교관의 "예스"는 때로는 진정한 의미의 "예스"가 아 니라, 모호한 입장을 취하거나, "노"를 말하기 위한 예비적 대답일 경우가 많다는 외교계의 말버릇을 염두에 두는 이들도 있다. 아마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 교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면 서 이렇게 말한다.

예 예 하고서 아니 아니라 하는 일이 내게 있었겠느냐... 우리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예 하 고 아니라 함이 없노라 ... 예수 그리스도는 예하고 아니라 함이 되지 아니하였으니 ... ({개역} 고후 1:17-19)

또는 내가 ... '아니오, 아니오' 하려는 속셈이면서도 '예, 예' 했던 것이겠습니까? ... 우리 가 여러분에게 한 말은 '예'하면서 동시에 '아니오'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예'이시며 동시에 '아니오'도 되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표준새번역} 고후 1:17-19)

위의 인용 본문은 겉과 속이 다른 예스와 노에 관하여 말한 것일 수 있다. 그러면, 이 본문의 뜻은 무엇인가? 먼저 전체의 문맥부터 보자.
(33) 또 옛 사람에게 말한바 헛 맹세를 하지 말고 네 맹세한 것을 주께 지키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34)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도무지 맹세하지 말찌니 하늘로도 말라 이는 하나님의 보좌임이요 (35) 땅으로도 말라 이는 하나님의 발등상임이요 예루살 렘으로도 말라 이는 큰 임금의 성임이요 (36) 네 머리로도 말라 이는 네가 한 터럭도 희 고 검게 할 수 없음이라 (37)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 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나느니라 ({개역} 마 5:33-37)
사람이 살다 보면, "예"나 "아니오"를 말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본문은, 그러한 경 우에는, 사람이 "예"나 "아니오"를 말하되, 맹세하는 말을 덧붙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 수께서 하신 이 말씀(37절)은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신 말씀(33-36절) 속에 들어 있다. 하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고, 땅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고,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말고, 각자의 머리를 두고도 맹세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의 결론으로 이 말 씀을 하신 것이다. 길 경우에는 다만 "예"라고만 하면 충분하고, 아닐 경우에는 다만 "아니 라"고만 말하면 충분하다. 말하자면, "예, 그렇고 말고요. 만일 아니라면 내 목이라도 내놓겠 소" 하고 말한다던가, "아닙니다. 길 경우라면 내가 성을 갈아요" 하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 다. 유대인들의 경우라면, "예, 살아 계신 하나님을 두고 맹세합니다. 맹세코 그렇습니다" 하 고 말한다던가, "아닙니다. 예루살렘을 두고 맹세합니다. 절대로 그 게 아닙니다." 하고 맹세 하는 경우일 것이다.

야고보서에 있는 말씀이 이 본문을 해명해 준다.

내 형제들아 무엇보다도 맹세하지 말지니 하늘로나 땅으로나 아무 다른 것으로도 맹세하지 말고 오직 너희의 그렇다 하는 것은 그렇다 하고 아니라 하는 것은 아니라 하여 죄 정함을 면하라 ({개역} 약 5:12)

나의 형제 자매 여러분, 무엇보다도 맹세하지 마십시오. 하늘이나 땅이나, 그밖에 무엇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십시오. '예' 해야할 경우에는 오직 '예'라고만 하고, '아니오' 해야할 경우에는 오직 '아니오'라고만 하십시오."({표준새번역} 약 5:12)

다음에서 보는 몇 가지 최근의 새로운 번역들을 참고해 보면 그 뜻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1) "너희는 간단하게 '예' 혹은 '아니오' 하고 말만 하면 된다. 이에서 지나친 것은 악에서 오는 것이다 (Plain 'Yes' or 'No' is all you need to say; anything beyond that comes from the devil.)" (New English Bible, 1961).

2) "다만 '예' 혹은 '아니오' 하고 말하여라. 이밖에 너희가 다른 말을 더하는 것은 악마에 게서 오는 것이다 (Just say 'Yes' or 'No' - anything else you say comes from the Evil one.)" (Good News Bible, 1966).

3) "네 생각에 기면 단순히 '예'라고만 말하고, 아니면 '아니오'라고만 말하여라. 이보다 지나치는 것은 악한 자가 하는 말이다 (Simply let your 'Yes' be 'Yes', and your 'No', 'No'; anything else beyond this comes from the evil one.)" (New International Version, 1973)

4) "너희가 약속할 때는 다만 '예' 혹은 '아니오' 하고만 말하여라. 그밖에 것은 악마에게 서 나오는 것이다(When you make a promise, say only 'Yes' or 'No'. Anything else comes from the devil.)" (Contemporary English Version, 1991).

5) "너희는 '예' 할 때에는 '예'라는 말만 하고, '아니오' 할 때에는 '아니오'라는 말만 하여 라. 이 보다 지나치는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표준새번역},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