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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그럼 어디

지식창고지기 2011. 11. 21. 16:07

27.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그럼 어디


          

우물가의 여인이 예수께 말한다. "주여 내가 보니 선지자로소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당신들의 말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 하더이다"

이 말을 들으시고서 예수께서 그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히신다.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 너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고 우리는 아는 것을 예배하노니 이는 구원이 유대인에게서 남이니라 아버지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들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자기에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지니라"

 

위의 대화는 예수께서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고 하는 동네를 지나가시다가 우물가에서 한 사마리아 여인과 만나서, 그 여인과 주고받으신 것이다. 대화 가운데 사마리아 여인은 자기의 조상들은 그리심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유대 사람들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자기의 말을 믿으라고 하시면서, 사람들이 그리심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예배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본문을 읽는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있다. 1) 그리심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제 삼의 장소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 2) 그 곳에서 예배할 때가 언제 오느냐 하는 것이다. 이 두 질문 중에서 두 번째 것은 곧 쉽게 대답이 된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그 때가 곧 "이 때니라"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대답이 되지 않은 것은, 예배할 그 제 삼의 장소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

현재의 번역 본문의 문맥에서는 그리심 산이나 예루살렘은 예배할 그 곳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고 하는 『개역』의 번역에서도 기존의 언급된 두 장소는 예배하는 장소에서 제외되고, "여자여, 나의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 위에서도 아니고, 예루살렘에서도 아닌 데서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드릴 때가 올 것이다."라고 번역한 『표준새번역』 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다만 번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어 원문에서도 마찬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본문이 그리스어 원문에서 어떤 관용적인 표현으로서 숙어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본문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어 원문을 읽는 이들도 똑같이, 예루살렘도 아니고 그리심 산도 아니라면 어디에서 사람들이 예배하여야 하느냐 하는 질문은, 그리스어 본문에서도 생긴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그리스어 본문이든 우리말 번역문이든, 본문 자체를 어떤 이해를 가지고 문맥을 따라 이해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마리아 여인에게 있어서나 유대인에게 있어서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것은 어떤 "장소"에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관심은, 하나님을 예배함에 있어서는 장소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 우리가 착안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라는 말을, 예수께서 제 삼의 예배 장소를 지시한신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예수께서는 지금 사람들이 예배하는 "장소"보다는 예배하는 "시간"을 생각하고 계시고, 예배 그 자체보다는 "참 예배"를 생각하고 계시고, 사람이 어디서 예배할까 하는 것보다는 "하나님께서 참으로 예배하는 사람을 찾고 계신다"고 하는 하나님 쪽의 관심을 더 주목하고 계신다. 그리고 어느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던 그 예배가 "참 예배" 곧 "신령과 진정"으로 하는 예배여야 한다는 것에 예수님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예배 장소로서 제 삼의 장소를 의도하신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우리말 『공동번역성서』의 이해와 번역은 아주 적절하다. "내 말을 믿어라. 사람들이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에 '이 산이다' 또는 '예루살렘이다' 하고 굳이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렇다고 예수께서는 단순히 예배 장소의 제한만을 철폐하신 것에서 그치지 아니하신다. 어느 곳에서 예배를 드리든, 예배의 대상인 하나님이 영적인 분이시므로 사람은 모름지기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것은 예배의 질(質)을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신령(神靈)"이라고 할 때, 이 말은 어떤 산 신령이 풍기는 분위기 같은 것, 혹은 인간의 내면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령(聖靈)"을 말하는 것이라는 점에 우리는 착안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말하는 "진정(眞情)"이라는 말 역시, 예배하는 자의 참된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계시하신 하나님의 현실로서의 진리(眞理)"를 일컫는다는 점에 착안하여야 한다.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능력이 사람을 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곧 성령과 물로서 거듭나는 것이 요구되는 예배를 예수께서는 염두에 두고서 말씀하신 것이다. 성령과 물로써 거듭난 이들이 예배하는 공동체가 바로 "그리스도의 교회"이고, 그 새로운 공동체가 어디서 모이든지 상관없이 그러한 곳이 예배의 "장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