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빔(household gods=히브리어의 '테라핌')의 문자적인 뜻은 '수호신(gods)'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누지(Nuzi)문서에 의하면, 드라빔은 족장의 권위와 재산의 상속권을 보증하는 표시로 사용되었다고 전하며, 한편으로는 求福과 점술(에스겔 선지자는 바벨론 왕이 드라빔을 사용하여 점을 쳤다고 말한바 있음), 그리고 신탁 행위와 관련된 가정 수호신으로 사람 형상(주로 나무나 은으로 된 작은 입상)을 닮은 일종의 우상으로 간주 되었다.
창세기 31장에는 야곱의 아내 라헬이 아버지의 '드라빔'을 도둑질했다고 나온다.
라헬은 왜 아버지의 볼품없는 우상을 훔치고 라반은 왜 급히 야곱과 그 가족의 추적에 나서야 했을까?
드라빔이란 신으로부터 미래에 대한 온갖 종류의 계시를 받는 데 널리 쓰이던 조그만 조각상으로 가문의 신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 집안에서 사용하는 우상은 개인의 집이나 땅에 대한 법적 권리를 상징하였다.
이것은 최근 발굴된 토판의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위가 장인의 가신(家神)을 소유할 경우 진짜 아들로 간주되고 상속을 받게 된다."
따라서 드라빔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들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라헬이 라반의 우상을 훔친 것은 우상숭배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라반의 소유를 요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되었다. (성경이야기:우재덕 지음 中에서)
야곱이 라반에게 당한 노예와 같은 수고와 수모를 고려한다면 라헬의 이런 행위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위이다. 라반은 야곱을 속이고 자신을 위해 공짜로 일을 하게 만들었으며 야곱의 재산이 불어나자 라반의 아들들은 야곱을 시기하였다.
이런 아버지와 오빠들의 행위가 라헬에게는 참을 수 없는 수모라고 여겨졌을 것이며 그 부당성을 감안한다면 집안의 신들을 훔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정당한 댓가라고 여겼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견해와는 다른 의견도 있는데 드라빔이 한 가족을 보호하는 우상이기 때문에 라헬이 자기 집안의 안녕을 위해 아버지의 우상을 훔쳤다는 의견이다.
사실 어느 의견이든 전부 그럴듯한데 중요한 점은 어찌되었든 라헬이 우상인 드라빔을 훔쳐온 것은 잘못이라는 점이다.
설령 라헬이 숭배가 아닌 일종의 자신의 몫을 보장받기 위해 드라빔을 훔쳤다 하더라도 야곱의 분깃은 라반이 있던 지역이 아닌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이었으며 자신의 고향과는 철저한 단절을 해야만 했다. 즉 라헬은 엉뚱한 곳에 소망을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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