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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제물'이 되겠다는 목사 자녀들

지식창고지기 2011. 12. 7. 11:32

 

'산 제물'이 되겠다는 목사 자녀들
WPK, 제6차 목회자 자녀 하계 수련회

 

 
▲ 목회자 자녀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악기 연주·콩트·노래로 맘껏 표현했다. Cross K.C가 'Promise Kid'를 만들어 불렀다. ⓒ뉴스앤조이 문혜미
2011 목회자 자녀 하계 수련회가 8월 15일 남양주 마석 충신교회 수양관에서 2박 3일 동안 열렸다. WPK(세계 목회자 자녀 공동체)가 주최한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산 제물'이다. 목회자 자녀(PK)의 상처와 정체성을 회복하고, 하나님이 기뻐하는 산 제물로 자신을 기꺼이 드리려는 헌신과 결단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국에서 100여 명의 PK가 참석했다.

이들은 수련회에 참여하기 위해 거제도, 포항, 대구 등 전국에서 기차와 버스를 타고 모였다. 거제도에서 온 김하영 씨(21)는 "나와 같은 목회자 자녀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를 위한 공동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된다"고 했다.

'3초면 친해집니다.' 예배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붙은 메시지다. 한 참가자가 "목회자 자녀들의 공통점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PK 공동체의 결속력뿐 아니라 수련회에 임하는 열정도 남달랐다. 수련회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두 번 말할 것도 없다. 지시 사항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참가자들은 시키면 무조건 했다. 춤을 추라 하면 추고, 노래하라면 노래했다. 이들에겐 이런 것들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참가자 중 한 명은 "수련회도 진행하고 준비만 했지, 평범한 참가자로 간 적이 없었다. 주일이면 교인으로 예배를 드리기보다 반주자로 교사로 찬양팀으로 1인 다역을 했다"며, 자신들만의 수련회에 열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했다.

참가자들은 목회자 자녀로 살면서 겪는 어려움들에 대해 나누었다. 한 참가자는 자신의 사생활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연애도 편히 못하고, 부모님의 험담을 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큐티 나눔 인도자는 "목회자 자녀의 삶은 제한이 많다. 그러나 하나님께 삶을 맡기고, 기쁨으로 섬기며 살아야 한다. WPK 공동체의 비전대로 자존감이 회복되고, 가정과 교회가 바로 서고, 민족과 세계를 품는 PK가 될 것이다"고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과 끼를 수련회에서 십분 발휘했다. Cross K.C는 'Promise Kid'라는 로고송을 만들어 불렀다. 부모님과 교회, 하나님을 사랑하는 참가자들의 마음을 담은 악기 연주·노래·콩트로 풍성한 수련회였다.

   
▲ 기도 시간. PK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들이 많지만 이들은 자신보다 더 고생하실 부모님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문혜미
   
▲ 찬양 사역자 강명식 씨가 자신의 삶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며 수련회에 참석한 목회자 자녀들을 격려했다. ⓒ뉴스앤조이 문혜미
강사로는 권지현 목사(GTM 대표), 오대식 목사(높은뜻정의교회), 김종희 대표(뉴스앤조이), 옥성호 출판본부장(국제제자훈련원), 권오문 총장(몽골국제대학), 찬양 사역자 강명식 씨가 함께해 PK들을 응원하고, 도전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대훈 씨(27)는 "수련회에서 강의를 듣고 큐티 나눔을 하면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부모님께 전화해 '힘이 되어 드리는 아들이 되겠다'고 말씀드리고, '사랑한다'는 문자도 보내 드렸다"고 했다. 박찬영 씨(21)는 "교회 상황과 부모님 형편 때문에 유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다시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부모님의 사역을 돕고 싶다"며 꿈을 새롭게 계획했다. 송현 씨(27)는 "수련회를 통해 기도하면서 결단했다. 부모님과 같이 목회의 길을 가려 한다. 혼자 아파하는 PK들이 다음 수련회에 더 많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 제6회 목회자 자녀 수련회에 전국에서 150여 명이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산 제물로서의 삶을 기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문혜미

목회자 자녀들은 1년에 2회 열리는 수련회뿐 아니라,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잠실에 있는 함께하는교회(김인성 목사)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돼 지금은 미자립 교회 다섯 군데를 후원하는 성숙함도 갖춰 나가고 있다. 작은 교회들을 방문해 찬양 집회도 한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 없는 PK들은 예배를 통해 삶을 나누고 새 힘을 얻고 있다.

 

나는 행복을 주는 웃음 치료사

인천에 사는 정은지 씨(27)는 PK다. 은지 씨가 태어날 때 그녀의 아버지는 목회를 시작했다. 상가 건물 지하에 교회를 개척했다. 생활 형편이 어려워 고생도 많이 했다. 목사 딸로 주위 시선을 항상 의식했다. 사고 싶은 것 하나 마음 편히 못 샀다. 은지 씨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었다. 웃음을 주는 달란트를 받았지만, 목사의 딸은 개그를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개그를 시작했다. <KBS> 개그콘서트 프로그램 중 '갈갈이 패밀리' 소속으로 활동할 만큼 이름을 알렸다.

   
▲ 정은지 씨가 목회자 자녀 가정의 이중적인 모습을 풍자하는 콩트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문혜미
지난 수련회에서 그녀는 하나님을 만나고 상처받은 마음을 점차 회복했다.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고, 부모님을 위해 기도했다. 은지 씨는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던 개그우먼에서 진로를 바꿨다. 이제는 상처받은 청소년들을 위한 웃음 치료사가 되었다. 그녀는 이번 수련회에서도 목회자 가정의 이중적인 모습들을 풍자하는 개그를 보여 참가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은지 씨가 매번 수련회에 참여하면서 그녀 자신과 가정이 회복됐다. 그녀가 공중파 방송사 개그맨 공채 최종 심사에 떨어졌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그녀에게 보냈다. "딸아, 인생이란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단다. 우리 딸, 대단하구나." 그녀는 자신을 인정해 준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목회자 자녀는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WPK 공동체의 역할은 수많은 PK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가정과 교회를 바로 세워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고 했다. 그녀는 아직도 자존감이 회복되지 못한 PK와 미자립 교회를 돕는 사역을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