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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가난' 선택한 우리 교회

지식창고지기 2011. 12. 7. 11:36

 

'맑은 가난' 선택한 우리 교회
청주주님의교회, 개척 때부터 재정 50%는 이웃 위해

 

주서택 목사는 청주주님의교회에서 목회하기 전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충북 대표로 있을 때부터 사회봉사 사역을 적극적으로 해 왔다. 그때 체득한 노하우를 발휘해서 교회 안에 '사랑의 나눔 마켓'을 연 것이다.

그가 CCC 충북 대표로 사역하는 동안 했던 사회봉사 사역을 잠깐 보자. 끼니를 거르는 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무료 급식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부부를 위한 사랑의 무료 결혼식, 무연고 노인들과 장기수들을 위한 사랑의 내복 나누기, 입시생들을 위한 사랑의 숙박 운동, 국내 최초 헌혈 예약 운동, 아가페 의료봉사 활동, 효 실천 운동, 실업 극복 운동 등.

그러다 보니 직책도 많이 맡았다. 선교 분야에서는 CCC 총무·학원복음화협의회 공동대표·선교한국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사회봉사 영역에서는 충북 자원봉사대학원 원장·충북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사랑의장기기증운동 충북 대표·충북 실업극복협의회 상임대표·청주 CCC 아카데미센터 원장 등을 했다. 청주 경실련·청주 기윤실·충북 환경보전연구회 등 여러 사회단체에도 발을 담갔다. 대부분 이름만 걸친 채 생색낼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81년 충북 CCC 대표로 부임해서 주님의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2001년 사임할 때까지 20년 동안 청주에서 학원 선교와 사회봉사 분야를 두루 섭렵하고 활동했다.

그 덕분일까. 당시 충북 지역을 움직이는 5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고 청주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목회자로서는 최초로 충청북도 도민 대상을 받았고 이어 국민훈장 석류장도 수상했다. 올해 6월에는 주 목사가 속한 예장 대신에서 교단 50주년을 맞이해 시상한 '자랑스러운 대신인 상'을 받았다. 그동안은 주로 사회에서 주는 상을 받았는데 목회자가 되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교계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 일 복, 자리 복, 상 복이 많은 편이다.

교계에서 주서택 목사는 '내적 치유 사역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4만 명이 내적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중 5,000명이 목회자와 사모다. 지금은 목회자들, 목회자 아내들, 청소년들을 위해 내적 치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영성 회복 프로그램도 따로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다.

이런 사역들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계에는 이름이 비교적 알려졌지만 9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청주주님의교회의 목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 교회를 시작할 때부터 담임목사와 시무장로 6년 임기제와 65세 정년 은퇴, 재정 50% 외부 지출 및 투명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을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 사진은 중직자 재신임 투표 장면. (사진 제공 청주주님의교회)

 
 
그는 25년 동안 파라 처치에서 사역하면서 로컬 처치에 대해 아쉽게 생각했던 것들을 목회 현장에서 하나씩 실천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교회 바깥의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 내부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주 목사는 은행에서 13억 원을 빌려서 철거를 직전에 둔 헌 예배당을 인수, 2001년 12월 이 교회를 개척했다. 개척 초기에는 1년 동안 생활비를 안 받고 대신 CCC 간사 때 후원해 주던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했다.

은행 융자를 안고 발걸음을 뗐지만 첫 달부터 재정 50% 외부 지출, 재정 투명 공개 등 '갚는 교회'가 아니라 '쓰는 교회'로 출발했다. 그리고 담임목사와 시무장로 6년 임기제, 65세 정년 은퇴 등 청주에서는 가장 먼저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정관을 만들어 시행했다. 지금까지 8년 동안 흔들리지 않고 이 원칙을 지켜 왔다. 이렇게 목회했는데도 처음 7명이 모여 시작한 작은 교회가 지금 1,000명 넘게 모이는 중형 교회로 성장했다.

올해 예산 15억 원 중 절반만 내부 운영비로 쓰다 보니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급여를 받는 직원이 9명이나 되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한 푼이라도 낭비하면 안 된다.

   
 
 

▲ 주서택 목사는 CCC 간사로 사역하면서 파라 처치 입장에서 로컬 처치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품어 왔다. 로컬 처치에서 사역하게 되자 아쉬웠던 내용들을 펼쳐 나가기 시작했다. 교회 밖으로는 이웃을 섬기는 일이고, 교회 안으로는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나머지 50%는 구제에 먼저 쓴다. '사랑의 나눔 마켓'도 외부로 써야 할 재정 50%의 일부로 운영된다. 이밖에 긴급하게 지원해야 할 이웃이 나타나는 경우를 대비한 예산은 따로 있다. 일본에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1,000만 원을 보냈다. 북한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쌀 보내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미자립 교회, 농어촌 교회, 선교사와 선교 단체를 지원한다.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CCC 간사들과 내적치유사역원을 후원하는 데도 보탠다. 인도에는 세 군데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신학생 60명에게 생활비와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그들이 교회를 개척하면 그곳도 계속 도울 생각이다. 또 교회 설립 10주년을 맞아 5억 원을 들여서 다섯 군데에 교회를 개척할 계획이다. 인도 2곳과 필리핀 1곳은 지역이 정해졌고, 해외 1곳과 국내 1곳을 물색하고 있다.

주 목사는 '맑은 가난'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도시 교회가 헌금 100%를 자기 교회만을 위해서 쓰는 것은 월권이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교인들 중에 상당수는 농촌에서 온 사람들이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내가 잘해서만 교인들이 온 것이 아니고, 다른 곳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여겨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헌금을 자기들만 위해서 쓸 수 없습니다. 고통스럽더라도 자발적으로 가난의 길을 걸어가면, 걸음걸이를 내딛는 곳마다 차츰 맑아질 것입니다. 목회자들이 그런 맑은 가난을 지향하면서 목회했으면 좋겠습니다."  

* <뉴스앤조이>는 지난 1년 동안 농어촌을 누비면서 지역사회를 섬기는 시골 교회를 찾아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글에 비해서 독자 댓글이나 조회 수가 현저히 적었습니다. 그러나 시골 교회에서 목회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와 지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작은 반응, 큰 보람'이라고 할까요.

올해 하반기에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도시 교회들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지역사회를 잘 섬기면서도 동시에 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건강한 교회를 발굴하려고 합니다. 저희 나름대로 자료를 축적해서 한 곳 한 곳 소개해 드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도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지역사회를 잘 섬기는 교회, 그러면서 민주적인 교회, 또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실험적인 목회를 하는 교회를 소개해 주십시오. 정성을 다해서 취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