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모친 마리아
아브라함 카이퍼
마리아는 천사의 수태고지受胎告知를 받은 후 자기에게 크신 일을 행하신 전능하신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그녀의 찬양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마리아는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더 높고 더 아름다운 존귀를 누린 사람이요, 진정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된 자였다. 모든 사람들 중에 택함을 받아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능력으로 덮임을 받는 특별한 복을 누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랜 세월 동안 교회는 그녀를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칭해왔다. 이에 대해 반대할 뜻은 없다. 다만 그 이름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성경은 마리아를 높이고 있다. 천사는 마리아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은 자라고 말씀한다(눅 1:30). 엘리사벳도 마리아에게 “여자 중에 네가 복이 있도다”(42절)라고 환영했고, 마리마가 믿었으므로 복이 있다고 하였다(45절). 그리고 마리아도 자기에게 주어진 그 풍성한 복을 생각하고 탄성을 질렀다: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48절). 물론 우리는 로마 가톨릭 교회와 그리스 정교회가 마리아의 영광을 지나치게 추켜세우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 대해서 그릇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마리아는 특별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택함 받은 자였다. 그녀가 누린 특권은 그저 보통 인간에게 주어진 것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의 찬란한 영광의 광채가 그녀의 비천한 모습이 드리운 어둔 그림자에 투영되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점을 이 이상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 마리아가 누린 본질적인 영광에서 벗어나 온갖 것들을 상상하고 만들어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마리아에게 베풀어진 독특한 은혜는 그녀가 우리 주님의 어머니가 되며, 하나님의 아들이 그녀의 몸에서 육신으로 출생하시는 사실에 있었고, 또한 그가 유년 시절 집에 머물러 계실 동안 그의 거룩한 눈에서 사랑을 받아 누리는 것도 그녀만이 누린 특권이었다. 그러나 이런 존귀한 영광은 마리아가 스스로 벌어들인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그녀를 택하시고 그 은혜를 받도록 정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바로 그 목적을 위하여 마리아를 택하셨고, 그녀에게 생명을 주셨고, 그의 천사를 그녀에게 보내사 하늘의 메시지를 받게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마리아에게 놀랍고도 풍성한 은혜가 있었다 해서 그것 때문에 그녀를 찬양할 이유는 없다. 마리아가 아니라 주 하나님께서 마땅히 찬양을 받으셔야 한다. 그녀에게 그런 은혜를 베푸신 것이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은혜의 본질 자체를 볼 때에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은혜란 인간의 공로와 교만의 가능성을 완전히 막는 것이다. 우리가 은혜를 받았다고 해서, 그 때문에 우리가 찬양을 받을 수 있겠는가! 우리의 노력 덕분에 무엇을 이루게 되면 그 순간 은혜는 더 이상 은혜일 수가 없는 것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마리아가 엘리야처럼 하늘로 승천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그런 것에 대해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다. 로마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매우 불확실한 전통에 근거하여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다. 마리아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를 아무도 몰랐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만일 그녀가 땅에 묻혔다면 그 매장지가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게다가, 하나님의 아들을 출생시킨 마리아의 시신屍身이 무덤 속에서 썩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무척 어려웠다. 그리하여 일부 사람들이 마리아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승천했다는 식으로 믿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리는 마리아를 그리스도와 동등한 반열에 세우고 그녀에게도 동일한 영광을 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마리아는 다른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도록 특별히 구별되었으니, 그녀는 정말 크고 복된 은혜를 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녀의 그 복된 사실을 칭송하고, 엘리사벳처럼 그녀를 축복할 수도 있다. 그녀에게 베풀어진 그 은혜에 대해 감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큰 은혜를 받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여전히 주의 미천한 여종일 뿐이었다. 마리아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부를 찬양의 노래는 오직 한 가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 있을지어다” 뿐이다.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57-1920) 네덜란드의 위대한 개혁주의 신학자로, “자유대학교”를 설립하였고 정치 지도자로서 네덜란드의 수상을 지냈다.
생명나무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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