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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4> 바다에서 꿈꾸는 이상향 - 해상도시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37

해양건축, 바다를 끌어안다 <4> 바다에서 꿈꾸는 이상향 - 해상도시
1950년대부터 본격 구상 꿈 밖으로 나온 '신세계'
1958년 일본서 세계 최초 계획안 발표
2년 후 '도쿄만 50만명 해상도시'案으로 발전

 
  이한석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사람들은 바다 너머 어디엔가 신세계가 있다고 믿어왔다. 삶이 팍팍해지면 팍팍해질수록 더욱 저너머 바다 위에 이상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건축기술이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가능해졌을 때 사람들은 실제로 바다 위에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고자 시도했다. 바다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려는 구상은 육상 도시에서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며 예전부터 꿈꿔온 살기 좋은 신천지를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건축가에 의한 해상도시구상은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특히 일본인 건축가 기쿠다케(菊竹淸訓) 쿠로가와(黑川紀章) 단케(丹下健三) 등이 주도적으로 해상도시계획안을 발표하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본격적인 도시재건활동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대표적으로 기쿠다케는 1958년에 사가미만(相模灣)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해상도시계획안을 발표하였는데 부분적으로 교체가능하고 이동이 가능한 직경 4㎞ 플로팅 인공대지를 이용한 해상도시였다.


■1950년대부터 구상

 
  두바이 해상도시 프로젝트. 세계 초유의 초대형 규모다.
이 계획안을 발전시킨 기쿠다케의 1960년 계획안은 도쿄만에 50만 인구가 거주할 수 있는 이동식 해상도시를 계획한 것으로 수평으로 넓게 구성된 부유식 플랫폼, 이 플랫폼을 관통하는 지지구조물 샤프트, 부정형 플랫폼들을 서로 연결하는 교량으로 도시를 구성하였다. 이러한 초기 해상도시계획안들은 육지공간의 연장으로서 해상공간을 활용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며, 미래지향적이고 이상적 성격이 강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1960년대에는 영국의 필킹톤유리회사, 미국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 등이 해상도시계획안을 발표하였으며 계획안에는 그동안 발전된 기술이 반영되었다. 필킹톤사의 1965년 계획안은 영국 동해안 노포크에서 20㎞ 떨어진 수심 9m 해상에 계획되었으며 해상유전에서 나오는 가스를 도시의 에너지원으로 계획하였다. 해상도시는 남북 1.5㎞, 동서 1㎞의 타원형 평면을 가지고 있으며 단면은 16층 규모의 테라스형태로 되어 있고 그 뒤에 독특한 유선형 외벽이 있다. 타원형 외곽구조물은 해저에 파일을 박은 고정식 구조로 되어 있으며 내해에는 바지타입의 작은 부유식 인공섬들을 배치하여 3만 명을 수용하는 커뮤니티시설과 해양연구시설, 발전소 등을 수용하고 있다.

 
  영국 노포크 해안 해상에 계획됐던 해상도시.
한편 벅민스터 풀러의 1968년 트라이튼시티 계획안은 인구 5000명을 하나의 유닛(단위)으로 6유닛(총 3만 명 규모)을 결합한 해상도시부터 최대 25유닛(총 12만5000명 규모)의 도시까지 제안하고 있다. 하나의 유닛은 한 변이 약 190m인 정삼각형으로서 외해를 향하여 세 면에 20층 높이 주거공간이 위치하고 있으며 전체 부유식 구조물은 삼각추 모양을 하고 있어 공간 효율성, 구조적 안정성, 유닛시스템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롯코아일랜드와 두바이라는 사례

1970년대는 해상도시 개념을 실현하는 단계로서 기쿠다케가 설계한 1975년 오키나와 국제해양박람회의 아쿠아폴리스(Aquapolis)를 시작으로 하여 해상에 본격적으로 거주공간이 실현되었으며 이와 더불어 해상석유굴착시설에 부속된 숙박시설의 건설기술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부유식 해상호텔이 출현하였다. 아쿠아폴리스는 최대 수용인원 2500명으로 높이 32m, 한 변 길이 100m 규모의 해상건축물로서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부유식 해상도시의 모델이다.

 
  관광·컨벤션시설 등이 갖춰진 일본 고베 롯코아일랜드.
1980년대 대표적 해상도시구상으로는 일본 니혼대학(日本大學)의 이자와(伊澤 岬) 교수가 제안한 오사카만 해상도시계획안이 있다. 오사카만 해상도시는 사람, 물건, 정보의 통로로서 '무지개 가교'란 이름으로 계획되었다. 특히 고베항과 오사카항을 대신하는 새로운 항만을 인공섬 끝부분에 건설하여 육·해·공의 종합적 물류거점도시로서 계획됐으며 해상도시와 육지 사이의 정온수역에 다도해를 만드는 오사카만 초록의 다도해 구상도 함께 계획됐다.

오사카만 중심에 위치하는 무지개가교 해상신도시는 원호형태로 길이 32㎞, 최대 폭 2㎞, 6000㏊ 규모의 인공섬이다. 인구 500만 명을 위한 해상도시로서 주거시설, 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을 배치하였고 거대한 지하공간에는 컨테이너야적장, 쓰레기 및 배수처리시설, 공장 및 창고 등을 두어 복합물류 및 생산시스템을 조성하였으며 지상공간은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계획하였다.

한편 일본에서는 1980년대에 매립에 의한 해상도시가 오사카만에 실현되었는데 바로 포트아일랜드와 롯코아일랜드이다. 면적이 434㏊인 포트아일랜드는 1981년 건설되었으며 대형 컨벤션센터, 여러 개의 호텔, 박물관, 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고 외곽에는 컨테이너항만이 자리하고 있다. 1992년 건설된 롯코아일랜드는 가로 3.4㎞ 세로 2㎞ 크기의 사각형으로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많고 상업시설 호텔 컨벤션시설 공원 국제학교 등이 들어서 있다.

 
  뱅상 까르부가 선보인 플로팅 에코폴리스의 계획안.
1990년대에는 지금까지 계획안으로만 제시되었던 초대형 해상도시가 직접 실현되었다. 중동 두바이에서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세계 초유의 대규모 해상도시가 들어선 것이다. 태풍 등 자연재해의 가능성이 거의 없고 정온수역이 확보된 해상에 대규모 인공대지를 건설하고 그 위에 도시를 실현한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친환경 해상구조물이 대안

21세기에 들어서는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난에 대비하여 플로팅 구조물을 이용한 해상도시계획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플로팅 해상도시의 구상이 실현된 경우는 없지만 향후 태풍이나 해일 등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에 의해 연안도시들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실현 가능하도록 기술적 검토가 완료된 해상도시계획안이 발표되고 있다.

 
  1975년 일본 오사카 해양박람회 때 조성된 아쿠아폴리스.
대표적인 예로서 일본에서는 길이 1㎞ 이상 되는 초대형 플로팅 구조물을 이용하여 해상공항이나 해상도시를 건설하려는 목적으로 메가플로트 프로젝트를 국토교통성 주관으로 1995년부터 6년간 2단계로 나누어 실증실험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또한 벨기에 건축가 뱅상 까르부(Vincent Callebout)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여 자급자족이 가능한 플로팅 에코폴리스 릴리패드(Lilypad)를 제안하였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샌프란시스코만에 1939년 국제박람회부지를 위해 매립했던 약 163㏊ 규모의 인공섬 트레저 아일랜드(Treasure Island)를 미해군으로부터 돌려받아서 6000세대가 거주하는 지속가능한 해상도시를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로서 해상도시가 떠오르고 있다. 부산의 경우 동남권 신공항을 친환경적인 플로팅 구조물을 이용하여 부유식 해상도시로 만들 수 있다. 이 해상도시는 국제물류 및 비즈니스 거점이 되고 바다의 청정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저탄소 녹색의 도시가 되며 사람이 바다와 어울려 모든 생명활동이 활성화되고 자연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다.


국립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 2009.03.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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