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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은 도시의 더위를 식혀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부산의 해안가에 위치한 해운대는 내륙 쪽의 동래나 부산진보다 열대야 일수가 7일 이상 적다. 또 여름과 겨울기간이 짧아 여름에는 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전경.국제신문DB | |
도시가 성장하면 할수록 도시의 기온은 높아지고 이와 함께 열섬현상이 현저해진다. 〈그림 1〉은 1900년대부터 2003년까지 서울 부산 대구의 연평균기온을 나타낸 것으로 세 도시 모두 기온이 점점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약 100년 동안 서울은 섭씨 2.3도, 부산은 1.6도, 대구는 2.2도 정도 기온이 높아졌다. 부산보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서울의 기온 상승폭이 큰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도시화가 부산보다 느린 대구의 기온 상승폭이 부산보다 큰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바다 때문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해풍)이 부산의 기온 상승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내륙도시에 비해 바닷가 도시의 열섬현상이 완화된다는 것은 20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며, 최근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도심까지 불어 들어올 수 있도록 도시를 계획해서 열섬현상을 완화시키려는 연구가 일본의 도쿄 오사카 고베 센다이 후쿠오카 등 바닷가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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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근영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 |
기온의 상승을 완화시켜주는 바닷바람의 혜택을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해양공간 즉 워터프런트와 바다이다. 부산 시민들도 여름철에 열대야로 인해 잠을 뒤척인 다. 〈표 1〉은 부산 시내 대청동과 영도·해운대·부산진·금정·동래구에서 1997년에서 2001년까지 관측한 열대야(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 일수이다. 해안지역인 영도와 해운대의 5년 평균 열대야 일수가 약 5일과 9일인 것에 비해 내륙지역인 부산진과 동래구는 약 19일과 16일로 내륙지역이 해안지역보다 7일 이상 열대야 일수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금정구의 경우는 야간에 금정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 열대야 일수가 적다. 또 〈그림 2〉는 부산 시내 각 지역의 여름기간(최고기온이 25도 이상인 날)과 겨울기간(최저기온이 0도 이하인 날)을 비교한 것이다. 여름기간을 보면 해안지역인 영도와 해운대는 내륙지역인 부산진·금정·동래구 보다 적게는 20일, 많게는 40일 정도 짧게 나타나고 있다. 겨울기간 역시 영도와 해운대가 다른 내륙지역에 비해 6일에서 24일까지 짧다. 이와 같이 같은 부산이라 하더라도 도심이나 내륙지역에 비해 해안지역이 여름에는 더 시원하고 겨울에는 더 따뜻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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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지역은 내륙에 비해 바람이 강한 특징이 있다. 〈그림 3〉은 부산 시내 각 지역의 풍속을 비교한 것이다. 여기에서 보면 해안지역인 영도와 해운대는 내륙지역보다 바람이 강하다. 이렇게 해안지역에서 바람이 강하지만 야외카페가 많이 있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든다. 왜 바람이 강한 바닷가에 야외카페가 많이 생기는 것일까? 바닷가 야외카페에서는 강한 바람 때문에 활동하는 데 지장은 없는가? 야외레스토랑이나 야외카페에 적합한 지역은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10m 이상인 날이 일년에 37일 이하여야 한다. 〈표2〉에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대연동, 수영만, 해운대, 영도에서 관측한 풍속자료를 보면 영도를 제외하고 해운대, 수영만, 대연동 등 바닷가 지역 대부분이 야외카페에 적합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또 〈그림4〉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해운대의 적풍환경(바람에 의한 환경장해가 없거나 사람이 불쾌하다고 느끼지 않는 환경)을 검토한 것을 보면 대부분(62%)이 적풍환경이며 강풍에 의한 비적풍환경이 나타나는 것은 13% 이하이다. 즉 부산의 해안지역은 내륙지역에 비해 바람이 강하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야외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상쾌함이나 쾌적감을 높여줄 정도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바람이 약한 부산의 내륙지역은 사실 바람이 약해 여름철에는 통풍에 따른 시원함조차 얻기가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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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탄소 소비형 녹색 건축에도 한발짝 더
앞으로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도시가 친환경적이며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현명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해안지역의 기후조건은 내륙지역의 기후조건보다 매우 유리하다. 해안지역에서는 강한 바람 말고도 강한 일사가 특징이다. 이것 또한 태양광 발전이나 태양열 이용 이라는 측면에서 큰 장점이 된다. 또한 기온보다 시원한 여름철 바닷물을 냉방에 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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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길한 조짐 '센텀시티 열대야가 많아졌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무분별한 해안지역의 난개발이 해안지역뿐만 아니라 내륙지역의 기후환경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 해운대에는 연평균 9일 정도 열대야가 있었다. 그러나 수영만 매립지와 센텀시티의 개발에 의해 고층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에는 연평균 15일가량 열대야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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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의 기후적 특성이 크게 차이가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해안지역의 기후적 특성과 장점을 잘 살리고 단점을 극복한 해양건축이 활성화되면 도시의 환경이 크게 개선되어 살기 좋은 도시가 만들어지며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환경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신문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