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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자코뱅, 노무현, 그리고 우리나라의 미래

지식창고지기 2009. 8. 12. 10:04

여전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성의있는 글을 쓸 상황은 아니네요.  자코뱅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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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쿠데타를 일으켜 제1통령이 되고, 나중에 황제가 될 때도, 두 정치 세력에 대해 걱정하고, 약간은 눈치도 보았습니다.  그 두 세력은 왕당파(슈앙, 올빼미당)와 자코뱅(Jacobin)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처리하기 더 쉬웠던 것은 왕당파였습니다.  왕당파는 주로 프랑스 남서부, 특히 노르망디 지방에 집중되어 있었고, 또 눈에 띄는 지도자들이 있었거든요,  따라서 진압하기도 쉬웠고, 실제로 그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조르주 카두달을 처형하면서 어느 정도 제압을 했습니다.  나중에 앙기앵 공작을 처형하면서 왕당파와는 아예 담을 쌓아버렸지요.

 

하지만 자코뱅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은 황제가 된 이후에도 자코뱅들의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자코뱅들은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었거든요.  로베스피에르의 죽음 이후, 자코뱅 클럽 하우스가 폐쇄되면서 자코뱅은 영영 프랑스 역사의 뒤안길로 없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자코뱅은 파리 곳곳에, 프랑스 모든 지방 곳곳에 존재했고, 거리의 우악스러운 노동자들이나, 시골의 농부나, 파리의 변호사 클럽이나, 군대 병영이나 심지어 나폴레옹의 내각 내에도 존재했습니다.  특히, 자코뱅은 상-퀼로뜨, 그러니까 일반 서민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자코뱅들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대체 누구와 협상을 해야할지도 몰랐습니다.  자코뱅은 한두사람의 지도자가 운영하는 그런 단체가 아니었거든요.  대체 누가 자코뱅인지도 불분명했습니다.

 

 

 

(자코뱅은 원래 부르조아들의 클럽이었지만, 그 권력의 핵심은 바로 이렇게 남루한 상-퀼로뜨들이었습니다) 

 

 

결국 나폴레옹의 업적을 보면, 자코뱅들이 주장하던 것들이 많이 반영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 권력과 교회의 분리, 중앙 집권화, 프랑스 민족의식의 고취, 탈교회적인 보편적 교육제도 편성 등은 모두 자코뱅의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는 부분들입니다.  자코뱅 정신의 핵심인 공화국의 성립과 보통 선거권은 몇번의 '자코뱅적' 혁명을 거친 뒤 마침내 프랑스에 정착하게 됩니다.

 

자코뱅들이 신격시했던 로베스피에르는 비록 권력 투쟁에서 패배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의 자코뱅 정신은 이미 프랑스 곳곳에 퍼져 있었고, 나폴레옹의 영광으로도 그를 덮을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날 프랑스의 정치 체계는, 자코뱅들이 자코뱅 클럽 하우스에서 주장하던 바로 그 모습입니다.  결국은 자코뱅이 승리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래 변호사였던 로베스피에르는 반대파에게 숙청될 위기에 처하자 권총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자코뱅 클럽의 폐쇄...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원래 고 노무현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느낌이 들었고, 너무 인기 영합주의가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 생각은 아직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특히 막판에 터져나온, 결국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뇌물 수수 사건을 보고 많이 실망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계속 민주노동당에 투표를 해왔고, 다음번 선거에서는 진보신당에 투표를 할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진보신당의 적극적 지지자는 아닙니다.  그냥 한국에는 좌파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는 표시를 내고 싶을 뿐입니다.)

 

이번에 노통의 죽음을 겪으면서 상당히 놀란 것이, 제가 다니는 직장 내에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뉴스를 보고, 또 봉은사에 설치된 분향소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조문을 하는 모습을 보니, 노무현이 정말 인심을 얻은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 노무현은 비록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가 이루려고 했던 것은 이미 우리나라 사회 곳곳에 그 씨앗이 충분히 뿌려졌다고 생각됩니다.  언젠가는 싹이 트겠지요.  그건 5년짜리 대통령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권력이고, 결국 우리나라의 미래를 형성해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