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道家)사상의 전개, 노자와 장자
1. 노자의 사상
중국에서 처음으로 도(道) 개념을 통해 천지만물의 존재와 운동을 설명한 사상가는 노자(老子)이다. 이 사고는 무신론과 범신론적 사고, 그리고 만물평등의 이론으로 연결되며, 봉건제를 타파하려는 진보적인 사상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노자는 양(陽)보다 음(陰)을 강조하였으며,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하고 굳센 것을 이긴다고하였다.
노자의 도는 존재의 근원, 우주 창조의 동력, 자연의 운동법칙, 인류 행위의 준칙 등으로 이해된다. 노자는 이 도를 무(無)라고도 하고 하나(一)라고도 하였다. 형체도 없고 감각할 수 없지만 천지에 앞서 존재한 혼돈체면서 만물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태이다. 노자는 그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억지로 도라고 하였고, 박(樸)․현(玄)․황홀(恍惚)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도는 끊임없이 운동하는 존재이며 그 움직임은 ‘되돌아감’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고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변하지 않는 것도 없음을 뜻한다. 또한 도는 무의지와 무목적을 특징으로 하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는(無爲而無不爲) 존재이다. 노자는 도를 인식하기 위해 언어와 감각의 한계를 넘어선 부정과 역설의 논리를 전개하였다. 언어는 사물을 시간적으로 고정시키고, 상대화시키며 개념화시켜서 왜곡한다. 하지만 도는 개념화되기 이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노자는 자연을 따르는 무위(無爲)를 강조하였다. 자연이 목적 없이도 위대한 일을 해내는 것처럼 하라는 것이다. 그속에 만족할 줄 아는 지족(知足)의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에 유교 지식인들의 정신세계에 또 하나의 전범이 되었다. 하지만 노자사상에는 세상을 구하려는 적극적인 뜻이 들어 있다. 노자는 성인이란 “자기가 만들고도 소유하지 않으며, 무엇을 하고도 자랑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무위는 위정자들이 전쟁만 일삼던 상황에서 압박받던 백성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무위자연 사상에는 상대주의적 세계관이 깔려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하나의 양면에 불과한 것이다. 이 같은 노자의 상대주의적 세계관은 기성의 가치 체계와 세속적인 권위에 대한 비판이자 도전이었다.
2. 장자의 사상
장자(莊子, 기원전 370?~300?)는 약소국 송나라에서 태어났다. 그의 사상이 담긴 ?장자?는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편만 장자의 저작으로 보기도 하고 「소요유(逍遙遊)」와 「제물론(齊物論)」만 장자의 저작으로 보기도 한다. ?장자?는 뛰어난 우화 때문에 문학에서도 주목받는 책이다. 장자는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면서도 그 모순에 연루되지 않는 소요(逍遙)를 말하였다. ?장자? 첫머리의 붕새 우화는 새로운 눈으로 현실을 보라는 제안이며 그것이 제물론에서 말한 만물제동의 세계이다.
장자는 정신의 자유와 해방을 유(遊)로 상징하였다. ‘유’는 세속을 벗어나 도와 하나 된 자유로움의 추구, 그리고 세속에 살면서 세속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유를 추구하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도의 경지에 노닐면서 온전한 삶을 유지하는 양생(養生)과 관련이 있다. 이 점은 종교에 의탁할 수 없는 중국지식인들에게 귀의처를 제공하였다. 장자는 특히 삶의 현장에서 정신이 자유스럽게 노닐 수 있는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無何有之鄕)’을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소요정신의 바탕이 되는 ‘마음의 재계(心齋)’와 ‘앉아서 잊어버림(坐忘)’, 그리고 아무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무대(無待)’를 강조하였다. 소요정신은 선악의 구분과 도덕 집착을 넘어선 잊어버림(忘)의 사상이다. 이처럼 장자가 ‘유심(遊心)’을 강조하면서 자연세계에 관심을 가진 것은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주기도하였다.
장자는 「제물론」에서 어떠한 구별도 없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절대평등을 말하였다. 만물제동이란 만물이 도를 근원으로 한다는 점과 도를 깨달은 자가 사심 없이 만물을 평등하게 포용한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제물론’도 만물을 가지런히 한다는 당대 이전의 풀이와 온갖 주장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송대 이후의 풀이가 있지만 대체로 전자의 주장이 많이 쓰인다. ‘제(齊)’는 만물의 개체성과 특수성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큰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장자는 인식의 상대성을 강조하였고, 이것저것의 대립을 초월한 ‘도추(道樞)’의 경지에서 만물을 화해시키고자 하였다. 이 경지는 ‘자연의 균형’인 ‘천균(天均)’이다. ‘천균’은 자연 법칙에 의거한 균형과 공평무사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장자는 호랑나비 꿈을 통해 호랑나비와 장자가 다 다르게 존재하는 ‘물화(物化)’를 말하였다. ‘제물’이 존재를 다 살려내는 것이라면 ‘물화’는 모든 것이 다 다르게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사고의 바탕에는 도가 어디에든 존재한다는 편재설(遍在說)이 깔려 있다. 이 같은 장자의 사상은 종법제를 옹호하면서 인간을 차별하는 유가의 사유체계에 대한 비판이다. 노장사상은 변화를 강조하는 사상이기 때문에 위정자의 입장에서 보면 위험한 사고에 속한다. 하지만 부정의 정신과 논리, 그리고 변화를 강조하는 노장의 사유체계는 우리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가 전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으며, 그 근본 원인으로 서구의 二元論적 세계관 및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한 도구적(道具的) 자연관 등이 거론된다. 그 대안으로는 동양의 유기체(有機體)적, 생태(生態)적, 자연 친화(親和)적, 천인합일(天人合一)적 세계관 등이 꼽힌다. 그런 점에서 노장과 같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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