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만난 백만장자의 부자이야기
저자에 대한 이야기
이 글은 박성준 지음 목욕탕에서 만난 백만장자의 부자이야기에서의 한 부분이다. 저자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 과정 그리고 미국 필라델피아 Drexel University에서 MBA과정을 수료했다. LG종합상사 패션사업부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부속실 및 금호타이어 해외영업팀,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재개발원 사내 전임교수로 근무했으며, 이후 3년 동안 (주)ING생명에서 보험 영업 활동을 하면서 영업의 기본 및 사회생활을 다시 배웠다. 현재는 (주)위캔컨설팅 소장으로서 기업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 강사의 길을 걷고 있으며, 수많은 공기업과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 등에서 재테크 특강을 해오고 있다.
백만장자를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
주말마다 나는 집 근처의 산에 오르곤 한다. 이사 온 후 첫 주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이후 벌써 5년째 되었다. 오늘도 토요일이라 산에 올랐다. 두 번의 오르막을 지나니 근처에서 재배한 무공해 채소를 파시는 할머니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할머니는 내가 처음 등산을 시작했을 때부터 알게 되어, 이제는 서로 안부를 묻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분이다. 나는 할머니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생수 한 모금을 마시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오늘은 왠지 다리에 힘도 빠지고 등산도 내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목요일 저녁 선배를 만난 이후부터 무기력해진 것 같다. 그 날 이후 모든 것이 의미가 없고 희망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목요일 저녁에 만난 선배는 입사 7년 선배로, 5년 전에 외국계 생명보험 회사로 자리를 옮겼었다. 그런데 현재 연간 소득이 3억5천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내 신세와 비교하니 내 자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충격으로 과음을 한 탓에 다음날 겨우 지각을 면했는데, 오전 10시가 지날 무렵 구두 닦는 아저씨가 내 앞에 나타났다. 월 결재 날이었던 것이다. 은행을 미처 못 가 주머니에는 1,000원짜리 몇 장 밖에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내일 드리겠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주머니에 3만원도 안 가지고 다녀? 라고 말하고 가버렸다. 점심시간에 입사동기에게 어제 만난 선배와 구두닦이 아저씨 이야기를 했더니 동기는 더 맥이 빠지는 얘기를 했다. 그 구두닦이 아저씨가 다섯 개 빌딩의 부스를 관리하는데, 직원이 열 명이 넘고, 한 달 수입도 2,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36살 노총각에 모아놓은 돈도 한 푼 없는데 생각할수록 한심하고 처량했다. 한참동안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야채 할머니가 내게 무슨 걱정이 있냐고 말을 걸어왔다. 얘기 끝에 나는 내 우울한 기분을 말하고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처럼 털어놓았다. 그러자 할머니는 자신이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으나, 방법을 알 만한 사람을 안다며 백만장자를 소개했다. 할머니가 말한 백만장자는 등산로에 올 때 나도 가끔씩 본적이 있는 할아버지였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그 할아버지가 엄청난 부자인데 토요일 오후 3시가 되면 등산을 마치고 저 아래 만수탕에 가신다는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2시 40분이었다. 나는 그 길로 만수탕을 향해 등산로를 뛰어 내려갔다.
백만장자의 첫 번째 질문 - 부자와 가난한 사람
어르신, 등 좀 밀어드리겠습니다. 내가 그분의 등을 밀어드리고 나자, 그분도 내 등을 밀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등을 내미는 대신 그분에게 넙죽 절을 하고 부자 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일부러 그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백만장자가 황당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부자가 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신이 제시하는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무엇이든 하겠으니 제발 부자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다. 첫 번째 관문은 목욕탕 안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다섯 개의 샤워기 앞에 서는 사람들 중에 누가 부자고 누가 가난한 사람인지를 가려내라고 했다. 당시 시각이 3시 40분이었는데 4시 정각까지 그 답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참으로 황당한 테스트였다. 알몸으로 목욕하는 사람들의 무엇을 보고 부자인지, 가난한 사람인지를 구분하란 말인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벌써 5분이 지나고 있었다.
방법이 없었다. 일단 최선을 다해 그들을 관찰하는 수밖에…. 모든 말초신경을 다 열고 그들을 지켜보는데 목욕하는 사람들 사이에 몇 가지 차이점이 발견되었다. 그동안 열 두 사람이 샤워를 했는데, 어떤 사람은 샤워기를 틀어 놓은 채 머리를 감거나 비누칠을 하고 면도를 했지만, 어떤 사람은 꼭 샤워기를 잠근 후에 비누칠을 하고 머리를 감고 면도를 했다. 또 한 가지는 선반에 치약이 3개 놓여 있는데, 2개는 새것이고, 하나는 거의 다 쓴 치약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 치약의 가운데 부분을 푹 눌러 쓰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굳이 다 쓴 치약을 쥐어짜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놀라운 점은 치약을 쥐어짜서 쓰는 사람은 샤워기를 잠그고 비누칠을 하는 사람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차이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분시켜주는 기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밖으로 나와 내가 관찰한 바를 백만장자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백만장자는 내 말을 정답으로 간주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부자는 항상 아껴 쓰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네. 따라서 자기 것이 아니더라도 아끼게 되는 것이지. 가난한 사람은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바로 원하던 소비를 촉진하지만, 부자는 참고 인내하며 모으고, 이렇게 모은 여유를 항상 투자와 관련시켜 미래의 큰돈으로 만든 다음에서야 그동안 참고 미루었던 소비를 한다네.
백만장자의 두 번째 질문 - 부자와 숫자 감각
두 번째 문제는 어떤 문제일지 내심 불안해하고 있는데 백만장자가 입을 열었다. 이번 문제는 숫자감각에 대한 문제이네. 내 얘기를 듣는 동안 종이와 펜을 사용하지 말고 직감적으로 암산해보게. 어떤 청년이 1,000원을 들고 담배 가게에 갔네. 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사고 거스름돈을 달라고 했지. 그런데 마침 잔돈이 없던 주인은 그 지폐를 옆집 꽃가게에 가서 500원짜리 동전 두 개와 바꾸었네. 그리고 담배 한 갑과 500원을 청년에게 줘서 보냈지. 그런데 한 10분 뒤 꽃가게 주인이 찾아와 조금 전에 받은 돈이 위조지폐라고 했네. 담배 가게 주인은 꽃가게 주인에게 1,000원을 내주고 위조지폐를 되돌려 받을 수밖에 없었지. 자 그럼 담배 가게 주인은 얼마를 손해 보았는가? 참고로 담배의 마진은 없는 것으로 보겠네. 단,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동안에 답을 알아내야 하네.
머리가 또 복잡해졌다. 일단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500원에 잔돈 500원, 그리고 꽃가게 주인에게 1,000원을 물어주었으니 2,000원 손해인가? 아니야. 꽃가게 주인에게 바꾼 500원짜리 동전 두 개 중에서 하나는 청년에게 주고 500원이 남았으니 1,500원 손해이네? 갈수록 헷갈렸다. 그때 갑자가 초등학교 때 배운 질량 불변의 법칙이 생각났다. 즉, 누군가의 손해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이익과 일치하는 것이다. 대학생의 이익은 주인의 손해와 일치하므로 1,000원이 답이었다. 나는 얼른 내가 생각한 근거를 백만장자에게 설명하고 답을 말했다. 답은 1,000원입니다.
백만장자는 일단 정답을 인정하고 풀이과정을 다른 방법으로 간단히 설명했다. 담배 가게 지출된 것은 청년에게 준 담배 500원과 동전 500원밖에 없으니, 결국 1,000원을 손해 본 셈이지. 백만장자는 이 문제를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내면 금방 대답하는 반면에 좀 배웠다는 사람들에게 내면 오히려 답이 틀리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의 노예가 되기 쉽다는 것이었다. 즉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틀을 빨리 바꾸거나 깨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아무튼 이제 두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남은 세 번째 관문만 통과하면 나는 백만장자에게서 부자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백만장자는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했다. 저녁 7시까지 라르고 호텔로 오라는 것이었다.
백만장자의 세 번째 질문들 - 생각을 바꿔라
오후 6시 30분쯤 약속장소인 라르고 호텔로 갔다. 백만장자는 32층에 묵고 있었다. 그의 방에 들어가니 테이블에는 이미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내심 백만장자의 식사초대를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막상 메뉴를 보니 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상상했던 상어 알, 곰 발바닥, 중국산 제비집 요리 대신 평범한 된장국에 캔 맥주가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식사를 하면서 백만장자가 말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체이스 톨만 교수의 인식지도(認識地圖)얘기부터 시작하기로 하지. 백만장자의 영어 발음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나빠서 그런지, 내가 듣기로는 에드워드 체이스 똘마니 교수로 들렸다.
아무튼 백만장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은 실험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 마리의 생쥐를 미로 속에 가두고 반대쪽에 먹이를 놓았다. 처음에 생쥐는 냄새를 쫓아 이리저리 헤맨 후 먹이를 찾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실수가 줄어들고 최단 거리를 통과해서 먹이를 찾게 되었다. 이처럼 생쥐가 아무 생각 없이도 먹이의 위치로 이동하게 된 것은 생쥐의 뇌에 먹이를 찾아가는 지도가 그려졌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을 바로 인식의 지도라고 했다. 요는 사람도 그 인식 지도 때문에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부자들의 지도를 구할 수 있냐고 내가 물었더니, 그는 기본적인 상식부터 뒤집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설명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맥도널드 햄버거 회사는 햄버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이다. 이 문장이 맞는가, 틀리는가? 맥도널드 햄버거 회사가 햄버거를 파는 회사라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내가 당연히 맞는 문장이라고 대답하자, 백만장자는 빙그레 웃으며 이 문장은 틀린 것이라고 했다. 맥도널드 회사는 햄버거를 파는 회사가 아니고 부동산 회사라는 것이었다. 전 세계의 목이 좋은 사거리에는 모두 맥도널드 햄버거 점포가 들어서 있는데, 상권이 조금 가라앉으면 철수하면서 소위 권리금이라는 프리미엄을 받고 나온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는 햄버거를 팔아서 얻는 소득보다 훨씬 더 많은 소득이라고 했다.
백만장자가 또 질문을 던졌다. 자동차 회사의 수익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자동차를 팔아서 생긴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이 문장이 맞는가, 틀리는가? 당연히 맞는 말이다. 자동차회사는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해서 얻는 수익이 가장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모를 변수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또 틀릴 것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잡지 못해 다시 맞는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갑자기 백만장자가 스푼을 들어 앞에 놓인 찻잔을 쳤다. 땡! 이 말도 역시 틀렸네. 자동차 회사는 차를 만드는 제조업체라고 하기보다는 금융업체라고 볼 수 있네. 즉 자동차를 팔아서 얻는 수익보다 자동차 할부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챙기고 있지. 정말 내가 틀린 것인가? 계속 이상한 얘기만 하는 백만장자가 틀린 것 아닌가?
또 질문이 이어졌다. 카드 회사의 수익 중 가장 큰 것은 가맹점 수수료이다. 이 말은 맞는가, 틀리는가? 나는 당연히 가맹점 수수료가 가장 큰 매출이라고 생각했다. 백만장자는 신용카드 회사의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현금서비스 수수료라고 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보이지 않는 추가적인 빚이라고 했다. 그리고 설명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만일 자네가 100만원의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면 약 49일 후에 3%의 이자를 붙여서 103만 원을 갚아야 할걸세. 그런데 은행에 갚아야 할 103만원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벌어야 할 것 같은가? 또 무슨 얘기인가? 100만원 현금 서비스 받았으니 이자 3만원을 붙여 103만 원만 갚으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의아해 하자 그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든 부자들이 항상 의사결정에 있어서 틈만 나면 고민하고, 전문가들과 상의하는 것이 바로 세금이라네. 자네가 신용카드 회사에 갚아야 될 103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세금을 낸 후 번 103만원이 필요하다는 거지. 예를 들어 현행 소득세율은 약 18%에 해당되지만, 기초공제 등을 빼서 계산하기 쉽게 약 15% 정도로 하지. 즉 103만원을 벌기 위해 자네가 벌어야 하는 돈은 103만원X115%, 즉 1,184,500원이네. 즉, 103만 원보다 154,500원이 더 필요하지. 결국 1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갚기 위해서는 18.45%나 더 지출된다는 얘길세. 내가 이와 같은 설명을 해주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과 경험, 그리고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깨뜨려야만 자네가 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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