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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사가 지난 97년말 6시그마를 도입한 취지

지식창고지기 2009. 12. 15. 14:31

일본의 소니사가 지난 97년말 6시그마를 도입한 취지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관리를 자랑하던 소니사가 미국의 품질혁신 기법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품질관리 지향점은 무결점(Zero Defect)이었다.

하나의 오차도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가 깔린 운동이었다.

통계상으로 보면 1백만개당 에러 발생률이 3.4인 6시그마 운동보다 나은
기법이었다.

그러나 "불량률 0"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개념이다.

다분히 동양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구호성 운동일 따름이었다.

결코 실현 여부를 따진 과학적인 개념이 아니었다.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사장이 "기합만으로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맹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니사가 6시그마를 도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서구의 과학적인 사고와 실천기법을 배우겠다는 것이었다.

떠들썩한 구호보다 잘못된 점을 찾아 체계적으로 개선하자는 품질관리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이었다.

더욱이 소니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세계에 80여개의 생산기지가 있고 제품에 따라서는 4분의 3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혁신 기법이 필요했다.

소니 관계자는 6시그마의 강점으로 잘 짜여진 교육프로그램을 꼽는다.

단순히 체크체제나 관리방법 측면만 따지면 6시그마 기법이 소니의 품질
관리운동과 비교해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교육패키지가 탁월해 전세계 사업장에 확산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6시그마의 또다른 특징은 현장 근로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니의 품질관리운동은 현장 근로자에서 시작돼 위로 확산되는 식이었다.

직원들의 근로의욕이 강하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6시그마는 다르다.

교육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톱다운) 확산된다.

전임 담당자가 불량률 삭감및 고객서비스 개선 등을 톱다운식으로 추진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밑에서 위로(버텀업) 전달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직원 개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장치를 강구하게 된다.

소니가 느낀 6시그마의 또다른 강점은 사전방지 효과가 크다는데 있었다.

이 회사는 어떤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부분에서만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해나가는 "두더지 잡기형" 기법을 써왔다.

때문에 유니트별 생산성은 탁월하지만 연계 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모든 프로세스를 확실하게 관리하는 6시그마는 이같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회계 인사 관리 영업 등 비생산 분야의 프로세스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소니는 6시그마를 배우기 위해 97년말 미국 컨설팅업체인 6시그마아카데미
와 계약을 맺었다.

6시그마운동으로 뚜렷한 경영 성과를 기록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사례도
벤치마킹했다.

생산현장뿐 아니라 설계 본사관리 부문에서 이 운동을 도입했다.

소니는 오는 2000년까지 전세계 사업장에서 2천명 이상의 블랙벨트 자격자
를 육성키로 하고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챔피언 자격취득자를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테크놀로지센터에서
강사를 초빙하기도 했다.

해외 사업장에도 6시그마운동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총책임자(MQC)
와 추진책임자(SQC)를 두도록 했다.

총 책임자는 시그마운동의 기본 방침을 확정하고 상급 방침과 적합성 여부
등을 검토하게 된다.

또 매일같이 목표 달성의 진척도를 확인하고 최적의 조직을 구축한다.

추진책임자는 6시그마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사원의 교육 훈련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6시그마 도입으로 소니는 한계에 다다른 품질혁신운동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었다.

디지털 관련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디자인 프로세스를 개혁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디자이너는 개발의 타깃을 설정한 후 엔지니어와 소비자 사이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놓았다.

그러나 정작 소니사는 6시그마운동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6시그마운동이 철학을 바꾸는 작업인 만큼 전 조직에 확산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6시그마는 유연한 경영혁신 기법이다.

딱히 한가지 방법만 고집하는 획일적인 혁신운동이 아니다.

생산하는 제품이나 조직의 특성에 맞춰 잘 활용하면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품질관리운동과 연계해 도입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소니사도 고객에게 완벽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PPM(Positive
Process Management) 운동을 전개해 왔다.

이 운동의 취지는 각종 프로세스를 개혁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최대로
높이자는데 있었다.

소니가 6시그마를 도입한 것은 PPM운동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PPM운동이 지향하는 목표는 각 부문의 적극적인 프로세스 개선이다.

이를 통해 경영계획과 세부적인 지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6시그마는 바로 지표를 수치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소니는 생산 구매 관리부문별로 6시그마 원리를 활용한 구체적인 PPM활동
전략을 구축토록 했다.

생산분야에서는 각 작업라인마다 편차를 관리해 검사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제조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벌여 왔다.

구매 파트에서는 부품 및 재료를 사기 위해 납품업체의 생산프로세스까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소니는 장기적으로 전세계 사업장은 물론 부품업체에까지 6시그마를 확산
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영업 관리조직도 모든 업무의 효율성을 수치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독려해 왔다.

소니측은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비즈니스의 전 영역에 걸쳐 경영자 마인드
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소니는 기존의 PPM운동 및 ISO9000 품질시스템에 6시그마라는
새로운 도구를 추가해 회사의 모든 프로세스에 있어 효율화를 꾀했다.

소니 관계자는 "6시그마의 도입으로 경영혁신 전략인 PPM운동의 성과가
빠른 시일내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구체적인 실천방법에선 차이가 나지만 생산성 향상이나
품질혁신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목표점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는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론을 갖지 못하는데 있다.

그저 노동의 투입량을 늘려 이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뿐이다.

이같은 기법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6시그마는 바로 해법을 제시하는 수단이다.

이미 강도 높은 경영혁신운동을 전개해온 기업일수록 6시그마를 서둘러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니는 가장 서구화된 일본기업으로 꼽힌다.

위기를 겪을 때마다 변신을 꾀했다.

90년대 들어 세계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강도높은 경영혁신에
착수했다.

소니는 80년대 후반부터 CBS레코드사와 컬럼비아 영화사, 드리니트사
영화제작소를 잇따라 매입, 차입금이 불어났다.

게다가 해외 매출성장이 둔화되면서 95년에는 2천9백30억엔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소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개발투자를 오히려 확대했다.

소니는 최근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MPU) 개발에 무려 1천2백억엔을
투입하는 한편 오디오-게임소프트 등 성장분야를 강화했다.

또 미국 첨단산업의 산실인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대형 마케팅 및
개발회사를 설립하고 일본 유럽 미국에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세우는 등 미래
경영환경에 대비해왔다.

조직체계도 바꿨다.

사업본부장에게 예산자율 운영권과 조직변경 및 인사권을 주는 등 사업본부
별 독립경영체제를 도입하고 분사를 활발하게 추진했다.

소니는 지난 97년 회사 임원을 75%가량 줄이고 외부 임원을 영입해 집행
임원제를 도입했다.

이사회 운영 체제를 바꿔 전략적인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의 감독은 이사가
하고 개개 업무집행은 집행임원이 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매출과 순이익이 꾸준히 늘어 지난 97년 매출 5조6천6백31억엔에
순이익 1천3백95억엔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집행임원제,사내분사화, 인원감축 등 3대개혁을 내세운
기업일수록 주가가 상승하는 이른바 "소니효과"라는 말까지 유행했을
정도였다.

6시그마를 도입한 것도 또다른 변화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소니는 6시그마를 도입해 일본에서 가장 국제화된 기업이라는 명성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6시그마 경영혁신운동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사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소니 관계자는 "6시그마를 도입한 이후 임직원들의 관료적 사고를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