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일상용품에서 금융서비스까지 전 산업범위로 확대되고 있는 고가/명품화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와 사고가 필요하다. 아울러 소비의 분명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귀족마케팅에 대해서 단순히 사회학자와 같은 비판적인 기준이 아닌 소비자의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켜 살찌우는 마케팅을 행하는 기업관점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귀족마케팅에 있어 전략적인 접근없이는 완전한 귀족마케팅이 되지 못함을 명심해야 한다
한 벌에 몇 백 만원하는 알마니 정장에 까르띠에 시계를 손목에, 페레가모 구두를 신고 BMW를 몰고 다니면서 엄청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 일부 부유층 자제들의 '정신나간 짓'이라고 치부해 왔다. 그러나 지금 서울 번화가를 나가면 지나가는 여자들마다 선글라스에서 핸드백, 구두에 이르기까지 고가의 명품을 하나 이상을 소지한채 활보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히 일시적 유행(fad)으로 보기엔 너무도 광범위하게 우리 사회에 발생하고 있는 고가품에 대한 수요에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상당히 진지해져 있다.
일부가 아닌 다수가 몸에 지니거나 가지고 다니는 것을 모두 명품으로 자신의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선(간혹 아니 종종 그 이상을 넘기도 한다)에서 단장을 하고 있다. 만약 능력이 부족할 시에는 '명품계(名品係)'라는 전례에 없던 모임을 통해 명품 소유욕구를 상쇄하고, 이도 저도 아니면 속칭 '짝퉁'이라도 소유하고 있다. 분명 이는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닌 트렌드(trend)라고 명명할 수 있을 수위이다.
도대체 지금 시장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전례없는 폭발적인 명품열풍이 불고 있으며, 고가품을 선호하는 소비패턴이 사회전반에 급속도로 파급되고 있다. 그 파괴력은 일상 소비재에서 금융, 심지어는 건설에까지 몰아닥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는 일상용품에서 금융서비스까지 전 산업범위로 확대되고 있는 고가/명품화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와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비의 분명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귀족마케팅에 대해서 단순히 사회학자와 같은 비판적인 기준이 아닌 소비자의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켜 살찌우는 마케팅을 행하는 기업관점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귀족마케팅의 배경
사실 국내에서는 귀족마케팅의 역사가 상당히 일천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는 '평등성'의 잣대가 너무나 친숙하다는 것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국내의 귀족마케팅은 싹을 튀울 수가 없었다. 기업측에서 설령 매력적으로 보이더라도 우리 사회의 '평등성'의 강한 반발을 잠재울 수 없었고, 또 시장에 대한 확신 또한 없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드러내 놓고 활발하진 않지만 금융권에서는 귀족마케팅의 씨앗이 있었다. 예를 들면 고액 우수고객에게 일반과는 다른 금리를 암암리에 제공하고 주식정보 등 당시에는 일견 불법으로 보일 수도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제대로된 귀족마케팅은 불과 몇 년전부터 시행됐다.
그러면 최근 들어 왜 이렇게 귀족마케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위해서는 삼성경제연구소의 '고급소비와 기업들의 대응'의 자료를 참고하면, 특히 IMF이후로 우리 사회에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소비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즉, 상위 20%의 가진 자들(haves)의 구매력과 소비가 나머지 못 가진자들(have-nots)보다 훨씬 매력적인 대상으로 확연히 부상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면에는 소비세력들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즉, 예전에는 고가품을 구입하는 층이 극히 한정돼 있었지만 지금은 부유층의 증가와 고가품에 대한 실수요자의 증대 또한 그 이유라고 손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이유로는 소비자들의 고가품에 대한 거부감이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
해방이후 처음으로 사회적으로 '평등성'의 개념이 약화되고 있는데, 이는 부자에 대한 개념이 다소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이됐음을 말한다. 전문 직업인으로 구성된 신귀족은 이를 대변하는 층으로, 예전의 비리로 얼룩진 부자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보여진다.
부유층에 대한 4가지 오해
흔히 우리가 부자들을 볼 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땀의 결실이라는 시각보다는 부정축재라는 부정시각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자들에 대한 편견을 정리하면, '부자들은 이유없이 돈을 쓴다' '부자들은 사치와 향락이 인생의 목적이다' '부자들은 불로소득자이다' '부자들은 비싸면 비쌀수록 잘 산다' 등 네 가지로 압축된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없다. 다시말해 그들의 입장을 고려한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필자는 이를 이렇게 제시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부자들 또한 그렇다. 부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부자들 또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기 가치기준에 의해서 소비행위를 하듯 부자들 또한 자신의 경제적 여건하 따라 소비행위를 한다. 그러므로 그 가치기준에 있어 무의미한 소비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례로 100달러 지폐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는 사람 또한 그렇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오해들에 있어서도 피상적인 면과는 다른 이견이 있다. 부자들은 일반인의 욕구분출 형태와 다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보면 사람들은 '생리->안전->애정->존경->자기실현'으로 하위욕구의 충족 후 욕구상승을 진행한다고 한다.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중 일반인들이 삶의 영위에 있어 가장 많이 할애하는 부분인 하위욕구들이 이미 충족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반인과 비교해 욕구분출에 있어 상이한 점이 많다. 그래서 일견 생활이 사치와 향락적인 면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많지만 부자들의 공통점은 시간당 집중도가 가장 높은 전문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기준은 상당한 편견이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싸면 비쌀수록 잘산다는 오해는 '어떻게 보면 맞다'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꼭 품질을 대변해 줄 수는 없지만 대체로 고가의 제품은 제품의 품질면과 브랜드력에 있어 상위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싸면 비쌀수록 부자들이 잘 산다라는 기준은 여러 기준을 대변하지 못하고, 단지 가격적인 면에서만 편중하는 편견이 될 소지가 있다. 부자들이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어떻게 보면 더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 물건을 구입하는 이유는 가격에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쇼핑의 분위기, 개인의 만족감, 희소성, 품위 등등 여러 정황을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에 충족되었기 때문에 지갑을 연다'라고 할 수 있다.
귀족(VIP)마케팅의 특장점
귀족마케팅은 훌륭히 마케팅 정책을 실시했을 경우에는 상당한 이점들이 있다. 고정고객 확보로 안정된 매출을 확보할 수 있고, 경기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실례로 IMF때 오히려 매출이 늘었던 고가품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가격에 따라 구매력에 영향을 받는 일반 소비자들과는 달리 가격탄력성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대부분 귀족마케팅 상품들은 가격대비 마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귀족마케팅 상품은 이런 직접적인 효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 구매자들이 준거집단이 되어 하위 집단의 모방을 이끌어 장기적인 유행을 선도하기도 하며, 기업이미지를 고급화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이런한 특장점에 의해 귀족마케팅은 기업측에서 보면 상당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단지 사회제반 여건이나 기타 등의 이유로 인해 이제까지 활성화가 되지 않았을 뿐, 이런 고수익과 고급이미지를 기업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국내 귀족마케팅 현황
국내 기업들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오래 전부터 존재해오던 시장에 대해 더 이상 애써 부정이 아닌 적극적인 공세로 돌입했다. '자동차 한 대가 1억원, 고급 RV는 4천만원, 대형 TV 한 대 가격이 2천만원을 웃돌고, 최고가 양복은 1천300만원, 빌라 한 채에 20억원......' 모두 외국 유명브랜드 사(社)가 아닌 순수 국내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귀족마케팅이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가/고급품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으며, 갈수록 그 분야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귀족마케팅을 활발히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간단히 그 예를 살펴보자.
우선 백화점은 등급에 따라 고객을 치밀히 관리한다. 등급에 따라 상이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상이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의 귀족마케팅은 갈수록 공세를 가하고 있는 할인점과 무점포 유통업체 등에 대한 자구책으로 인해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생존을 위한 경쟁전략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백화점 구매액 상위 2% 사람들을 VIP 고객으로 선정하고 VIP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VIP전용 라운지가 대표적인 예로써, 백화점이 선정한 VIP들만 '특별하게' 모신다. 고급카펫이 깔려있는 방안에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벽에는 대형 PDP-TV가 설치돼 있다. 뿐만 아니라 VIP들에게는 고액의 스킨케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또한 'MVG(Most Valuable Guest;최우수고객)'라는 등급을 선정해 최고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MVG고객에게는 전용주차장, 주차대행 서비스, 전용라운지 이용, 쇼핑가이드 전담제 등 혜택을 주고 있으며, 별도로 마련한 고급 라운지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직원들이 무릎을 꿇고 무료 서비스를 해준다. 또 해당점포 점장은 고객이 원할 경우 회의중이라도 직접 달려가 상품 안내를 해 주고 정성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에는 1년에 2차례 우수고객 초청 해외명품 패션쇼, 보석 초대전 등 비정기 행사를 마련하고 있으며, 매출상위 1% 우수고객에게 '퍼스트레이디' 발송하고 있다. 그밖에 명품마케팅의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명품관은 분기별로 우수고객 1만명에게 신상품과 행사, 서비스를 안내하는 전단을 발송,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쇼핑몰 업계 또한 귀족마케팅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 '롯데닷컴'은 6개월내 5회 이상 구매액이 200만원이 넘으면 플레티넘 회원으로 선정해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며, '인터파크'의 경우도 유사한 귀족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전체적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자사보다 브랜드력이 앞서는 해외 명품에 대해 자사의 이미지 제고와 매출증대 등의 이유로 유치경쟁을 하고 있다. 백화점 1층은 그런 유치경쟁을 여실히 보여주듯 국내산 제품이 희귀할 정도이다. 또한 명품을 내건 경품, 할인 등 명품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VIP 마케팅의 딜레마
유통업계에서는 귀족마케팅의 파워를 가장 체감하면서도 아주 조심스런 접근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수의 일반고객들의 불만을 사지 않기 위해서 귀족마케팅을 실시하면서 분명 효과를 보는 업체도 있을 것이고, 혹은 고려하고 있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일말의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다. 그 불씨는 '혹시...'하는 불안감이다. 귀족마케팅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 말이다.
다시 말해 국내 유통업체들이 귀족마케팅을 고려할 경우 필연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이 있다. 그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귀족마케팅에 대한 거부감 등의 기업외적인 환경문제와 귀족마케팅을 실시하는 기업의 브랜드 취약성 등의 기업 내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기업외적인 환경문제들은 '과소비 조장'에 대한 비난과 '계층 간의 위화감 조성'이라는 대표적인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상기에서도 언급한 우리 사회의 '평등성' 개념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는 것이다. 또한 부유층 고객들이 누리는 각종 혜택이 마케팅 비용의 증가분으로 그 외의 고객들에게 전가된다는 우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have-nots)을 정서적으로 자극하지 않을까하는 문제들을 말한다.
다음으로 기업 내부 문제들은 귀족마케팅을 실시하려는 기업의 브랜드 재포지셔닝에 대한 심각한 문제이다. '삼성전자'나 '엘지전자' '현대자동차'는 귀족마케팅에서 기존고객에게 자사의 유리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버리고 새로운 고품격 브랜드라고 명명지으며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을 단행했다. 이는 귀족마케팅에 있어 현재의 유리한 브랜드들이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마케팅 대상에 대한 이해부족, 귀족마케팅에 대한 전문인력의 부재를 들 수 있겠고,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단행한다면 기존 브랜드와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해결 등이 예상되는 문제들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브랜드 확장전략 혹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상당히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즉, 대형 유통업체들이 귀족마케팅을 펴기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은 귀족마케팅의 장점에 의해 많이 희석될 수 있다.
귀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효과적인 귀족마케팅 전략은 이런 리스크를 불식시키고 자사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며, 매출과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만은 확실하다. 따라서 접근방법에 대한 연구가 산업별, 업체별로 상이하게 연구돼야 할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똑 같은 제품이라도 백화점에서 사는 것과 시장에서 사는 것을 소비자는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제품질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똑 같은 제품이라도 엄청난 차이를 발생하게 한다는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귀족마케팅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명품의 특징
해외 명품의 특징을 보면 많은 유사점을 찾아낼 수 있다. 우선 첫째로 그 문화권에서 독특한 기술 혹은 장인정신이 내재된 제품으로, 수공업에서 출발한 전통있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둘째로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브랜드 관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명품마다 일종의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명품은 단순히 기능적인 부분에서 우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제반 요건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품질이나 기능적인 부분은 최상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아울러 최근의 세계 명품업계의 경향은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과 마케팅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다시 말해 우리도 명품을 전략적인 차원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의 국내 가전업체들의 행보가 그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가/명품의 홍보 및 유통전략
지난 월드컵 즈음에 이명박 서울시장 아들이 반바지 차림에 샌들을 신고 히딩크와 기념 사진을 찍어서 논란이 일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 기사의 이면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이명박 시장이 공무에 사적인 행위를 했다는 보도내용과는 전혀 별개로, 당시 히딩크와 기념사진을 찍은 이명박 서울 시장 아들이 신은 샌들이 이탈리아 명품인 '트루사디'라는 샌들이었고 그 가격이 50만원 대를 호가하는 고가품이라는 점이 구전효과로 알려졌다. 그 후 창졸간에 '트루사디' 제품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으며, 고가품 특성(소수의 고객, 고정고객 위주의 구매)을 무시한 품귀현상이라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물론 이것은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논란이 일 수 있겠지만 귀족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기념 사진 이후에 '트루사디'라는 샌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는 모두 알만한 일이었다. 또한 '트루사디'로서는 자사의 대외이미지 또한 상승됐으며, 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홍보를 하게 된 셈이었다.
이는 언론에서 속칭 '부자 때리기'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으나 그 보도내용(소비자 계도 및 과소비 제재 메시지 전달)과는 전혀 다르게 무언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바로 고가 명품업체들은 소비자의 시기와 선망이라는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오히려 비판적인 이런 보도를 통해 자사 혹은 자사제품의 PR을 유도해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귀족마케팅은 일반마케팅과 완연히 차이가 나는 광고 및 홍보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해외명품들은 대체로 방송매체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인쇄매체 광고 또한 타겟화된 잡지 등에만 하는 편이다. 이처럼 광고비가 적게 든다는 점은 그 만큼 다른 부분에 비용을 들인다는 것인데, 다름 아닌 브랜드 관리이다. 철저하게 구전효과를 지향하고 고급화, 차별화에 목숨을 걸다시피하는 명품업체는 사실 대상자체가 일반광고에서는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대상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문잡지 혹은 그들의 관심분야에 해당하는 곳에 광고를 내다보니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명품의 가격전략-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린다?
전체적으로 보면 귀족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 '가격(price policy)'에 대한사전고려가 있어야겠다. 고가품 시장의 특성이라고 흔히 하는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속설은 마케팅 사례에도 꽤 많이 등장했고, 지금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쉽게 비유되는 터키석에 대한 일화, 즉 보석상이 휴가를 가면서 재고가 쌓인 터키석을 점원에게 반값으로 팔라는 것을 점원이 잘못 이해해 가격을 두 배로 올렸더니 순식간에 다 팔려나갔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가격과 품질에 대한 동일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유통업계의 효과적인 귀족마케팅 전략
후지타 덴은 일본 '맥도날드'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가 수입 고가품을 유통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다. 긴자의 유태인이라고 불리는 후지타 덴은 고가품 유통 노하우에 있어 상당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수입 고가품을 철저히 고급화로 단장해 채널을 통한 유통을 한다. 그리고 일정 시기가 지나게 되어 범용성을 지니게 되면 그 제품을 버리고 다른 제품을 똑같은 형태로 유통시킨다.
여기에서 우리가 참고할 점은 우선 고가품 유통은 철저히 순차적인 유통구조를 지킨다는 점이다. 이는 고가품 유통에 있어 희소성과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특히 유통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초기에 훌륭히 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가격정책과 브랜드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희소성이 약해지면 그 생명력이 위태롭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귀족마케팅에서 굳이 '귀족에게만 판매한다'라고 강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귀족이 아닌 대상을 또한 목표로 한다'라는 숨은 전략이 숨겨져 있다. 아무리 귀족이 1인당 수익률이 높더라도 극소수인 그들만으로는 시장성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귀족을 대상으로 하여 귀족이 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귀족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을 또한 목표로 하여 실구매자를 확대, 기업의 이익을 향상시킨다고 할 수 있다.
고가품 유통에서 그렇다면 런칭시에는 확실히 귀족이나 귀족에 가장 근접한 타겟을 이용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만 귀족이 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준거집단으로서 작용해 그 기업의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귀족이 되고자하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외부전략은 누구나 쉽게 알아채 버려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다.
흔히 유행과 모방은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하위층의 상위층 모방의 단계는 아주 느리게 이루어진다. 상위층의 '숨기기'가 하위층의 '찾아내기'와 끊임없이 계속되는 사이클인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하위층의 상류층 모방하기는 Upstream이 되어 장기적인 유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숨바꼭질(hide and seek)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흐지부지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모 드라마 여주인공의 목걸이나 인형 등은 일시적인 유행에서 그치게 된다.
'우리 제품이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는 모 수입명품 한국지사 관계자의 이 말은 고가품 유통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 하다.
제품측면이 아닌 유통측면에서 귀족마케팅을 한 번 살펴보자. 명품은 제품 자체보다는 스토리와 브랜드 관리가 생명이며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명품의 유통전략은 매우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진다.
고가품의 유통경로는 대체로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특정 소수층을 겨냥한 한정수량 유통, 상대적 소수층을 대상으로 한 상대적 한정수량 유통, 다수층을 대상으로 한 대량유통이 그것이다. 또한 판매채널에서도 본사직영 판매, 대리점 체제, 위탁판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첫째로 특정 소수층을 겨냥한 한정수량 유통의 경우는 고가품 시장에서 흔히 내세우는 전략으로서, 의도적으로 최고가 전략(high-price policy)을 구사한다. 이 단계에서는 대상에 대한 세그멘테이션과 타겟팅이 주효해야 하며, 브랜드 포지셔닝이 특히 중요하다. 하나의 고가품이 파급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특히 이 단계에서 타겟이 초기 구매의 오피니언 리더가 되는, 다시 말해 준거집단(reference group)으로서의 자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본사직영 소수 매장 전략으로 고객을 유인하며, 수요보다는 공급이 현저히 부족하게 유통시킨다. 마케팅 활동은 타겟대상 DB마케팅을 활용하고, 구전효과를 통한 홍보를 하며, 매체광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둘째로 상대적으로 소수층을 대상으로 한 상대적 한정수량 유통은 대체로 초기 초고가상품이 타겟팅이 주효했고 또 브랜드 포지셔닝이 어느정도 효과를 내는 경우의 유통전략을 말한다. 이때에도 물론 고가 정책은 고수돼야 하며 브랜드 포지셔닝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대신 상대적으로 유통량을 늘리나 수요보다는 모자라는 형태로 진행한다.
초기 오피니언 리더를 준거집단으로 하여 초기 모방을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상품 파급력이 서서히 가속될 시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본사직영 매장을 확대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소수 대리점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고급화와 차별화 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한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유통사는 수요보다 공급이 어느 정도 모자라는 선에서 고객을 자극하는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마케팅 활동은 여전히 DB마케팅을 활용하고 구전효과를 극대화시키며, 인쇄매체를 통한 이미지 광고를 한다.
셋째로 다수층을 대상으로 한 대량 유통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초고가상품의 초기 타겟이 확립됐고 브랜드 포지셔닝이 확립이 된 경우의 유통전략을 말한다. 이 시기에서는 기업이 가장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고 이익폭 또한 크다. 유통정책은 앞단계와 같이 취하나 유통량은 상당하므로 초기 오피니언 리더의 관리와 브랜드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만 장기적인 사이클을 가질 수 있다. 유통량은 항상 수요보다는 약간 모자라는 형태로 유통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준거집단에 대한 모방이 일반층에도 확산됐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와 이미지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판매 채널을 확대함에 있어서는 고급이미지와 차별화 정책에 일관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마케팅 활동은 타겟별로 세분화해 앞 단계와는 다른 대상별(예를 들면 타겟을 최상위층, 상위층, 일반층으로 구별해 상이하게 마케팅 활동을 집행)로 실시하고, 인쇄매체를 계속 고수하되 방송매체 활용시는 상당한 주의가 요망된다.
위의 3단계에서는 대체로 할인점 등과 온라인 유통은 배제한 단계의 유통이며, 2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브랜드 확장이나 제품라인 확장을 조심스레 고려해야 한다. 물론 동일한 선상에서 말이다.
그러나 만약 위와 같은 유통전략을 바탕으로 한다면 상당한 시일을 요하며, 비용투입 또한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많은 수입명품에서도 그렇듯 희비가 교차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수입명품들이 대거 약진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좀 더 덜 알려지고 좀 더 차별화된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로 몰려가기 때문에 많은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귀족마케팅에서 고려돼야 할 것들
첫째, 부유층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부자들은 일반인과 다른 가치기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인과는 욕구형태가 다를 수 있으며, 그들의 행동양식 또한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고소득자들이 가지는 심리를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겠다.
둘째, 차별화가 중요하다. 고소득자는 같은 그룹의 사람들과 이너서클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신과 타인을 구별지으려는 욕구가 강하다. 특히, 일반인과 차별되려는 욕구는 노력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므로 귀족마케팅에서 근본적인 고려가 돼야겠다.
셋째, 브랜드 관리가 생명이다. 명품 혹은 최고의 서비스 제공은 거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최고는 항상 레벨(label)이 따라 다닌다. 귀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돼 '아하, 저 브랜드. 최고지!'라는 말을 듣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행해야 한다. 귀족마케팅은 특성상 상당한 시일이 요구된다. 구전효과를 통한 제한된 홍보방법 등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서서히 달구어진 솥같이 오랫동안 그 영향이 지속되기 때문에 초기의 갖은 노력과 비용투입만큼 그 결과도 달디달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집사가 돼야 한다. 현재 백화점에서도 VIP에 대한 서비스 중에서 전담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조금씩 개선될수록 그만큼 VIP관리가 매출뿐만 아니라 이미지 향상에도 일조를 하기 때문이다.
귀족마케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귀족마케팅은 마케팅에 있어서 해석되어 지는 바와 그 의미가 아주 새롭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모든 마케팅에서 행하고 고민했던 것을 모두 보여지게 하고 궁리하게 하며, 또 한편으론 기존 마케팅 기법들을 무색하게 한다.
그런 귀족마케팅에서 거론되는 '소집단 파워'는 파레토의 법칙인 80:20의 법칙을 응용해 20% 가진 자들에 대해 적용되며, 제품의 런칭에서 마케팅 방법, 사후관리, 그리고 현재 각광받는 CRM기법 등이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까지 할 수 있다. 때문에 기존의 상당한 마케팅 기법들을 동원해야 하는 면에서 혹자는 귀족마케팅을 마케팅의 총화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귀족마케팅은 기존의 마케팅에서 행하고 있는 '예측(prediction)'을 무시하기까지 하는데, 이는 가격에 대한 비탄력성(심하면 역류 현상까지 나타남), 편의성 및 효익성에 의한 고객불유입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귀족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개인적 가치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 일반 마케팅에서 행하는 마일리지, 쿠폰제 등의 할인제, 'nulle Plus nulle' 등의 끼워주기 등 가격과 이코노미칼한 부분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귀족마케팅은 특히 이 부분에서 일반 여타의 마케팅 대상과 확연히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귀족마케팅의 대상인 부유층은 일반 마케팅 대상과는 일견 전혀 다른 성향(일반층과 다른 욕구분포)과 행동패턴(비이성적으로까지 보이는 행동), 그리고 소비패턴(터무니 없는 고가품을 쉽게 구매하는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마케팅 방법으로는 이 계층에게 충분히 매력을 주지 못한다.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정석은 없으나 부유층 특성에 맞는 별개의 마케팅 방법-설령 그것이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이더라도-이 통한다는 것이 대체로 업계의 정설이라는 말도 있다.
현재 귀족마케팅을 행하고 있는 업체들 중에 아쉬운 점은 '불안심리'를 자극해 목적한 바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회성 마케팅밖에 되지 못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귀족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타겟과의 관계(relationship marketing)인 점을 감안할 때 일회성 마케팅은 제품 속성에 기인한 판매기법으로 상당히 리스크가 산재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귀족마케팅은 휴먼 터치가 가장 많이 그것도 섬세히 필요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도 이제 서서히 부가가치가 극대화된 귀족마케팅에 불을 당기고 있다. 현재보다 조금만 더 노력하고 연구한다면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명품들이 쏟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귀족마케팅에 있어 전략적인 접근없이는 완전한 귀족마케팅이 되지 못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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