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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마케팅의 현재와 미래

지식창고지기 2009. 12. 15. 14:43

부동산마케팅의 현재와 미래

 

   박영근 /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부동산시장의 현주소

 


한동안 호황기를 누리던 아파트, 재개발, 상가,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부동산 시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4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주시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다. 정부의 10.29 부동산종합대책 이후 쏟아져 나온 각종 규제정책들로 인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도 원인이지만 더 큰 이유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부동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쉽게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데 있다.

통계청의 주택인구센서스 조사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2003년말 현재 전국 101.2%로 선진국의 11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주택공급량의 증가로 주택보급률이 높아짐으로서 주택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음을 의미한다.

1990년 초까지만 해도 주택의 절대부족으로 인해 주택의 양적 확대가 정부나 국민 개개인의 최대 목표였었다. 개별 소비자들조차 주택을 하나의 삶의 공간 혹은 생활의 장소로 인식하기보다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하여 주택의 질이나 기능의 편리성을 비교·평가하여 주택을 구입하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한 채라도 많이 주택을 보유하고자 하였다. 즉, 수급불균형과 주택가격의 등귀로 인해 소비자는 주택의 품질 수준보다는 주택의 소유에 따른 자산상의 이익을 더 중시하였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으로 인해 주택건설업체들은 막대한 주택수요를 전제로 생산량의 확대와 원가절감에만 관심을 둠으로서 획일적인 평면과 낮은 품질수준의 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하여 분양함으로서 product-out관점에서의 판매지향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에 따라 주택보급률이 높아지고 정부규제의 강화와 실수요자의 감소로 주택재고가 증가하고 주택가격의 상승이 둔화되면서 market-in관점에서의 고객지향적인 부동산 마케팅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렇듯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하락은 기존 판촉과 판매활동에 의존하던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마케팅개념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마케팅의 개념정립

 


오늘날 현대적 마케팅개념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비영리단체 등 여러 부문에서 원용되고 있다. 마케팅개념이 확대되면서 마케팅이 접미사로 붙는 신조어(병원, 호텔, 학교마케팅 등)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케팅개념이 가장 널리 적용되고 있는 부문은 물론 기업부문이다. 생산력이 부족하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를 지나, 생산력은 충분하여 수요만 있으면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시대로 넘어오자 시장은 기업(판매자)이 주도하는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에서 소비자가 주도하는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으로 변화되었다. 이에 따라서 기업간의 판매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마케팅 개념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산업구조와 기업경쟁의 특징 때문에 소비재 산업에 마케팅 개념이 먼저 도입되었다. 커피, 과자, 의류, 통조림, 장난감, 화장품, 세제 등의 산업은 경쟁이 치열해서 이 부문에 「소비자는 왕이다」이라는 마케팅 개념이 먼저 도입되었다. 그 다음에는 내구(내구)소비재 산업에 마케팅이 도입되었다. 냉장고, TV, 에어컨,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의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서 마케팅 개념의 도입이 불가피해졌다. 그 뒤에 기계, 공구 등을 생산하는 산업기기 산업에 마케팅개념이 도입되고, 끝으로 종이, 강철, 시멘트 등 품질차이가 별로 없는 산업자재 산업에도 마케팅이 도입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공인회계사, 변호사, 의사, 건축설계사 등 전문직 산업에도 마케팅 개념이 도입되고 있으며, 부동산시장에서도 부동산 경기하락과 부동산중개사의 위상제고와 더불어 수요자중심의 부동산마케팅이 요구되고 있다.

이렇듯 각종 산업에 마케팅 개념이 도입되기는 하였지만, 그 정도는 각기 다르고 또 일정하지도 않다. 특히 부동산은 일반상품과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부동산의 특성은 인간이 토지에 관계하든 하지 않던 변하지 않는 자연적 특성과 인간이 토지에 어떠한 관계를 가질 때 나타나는 인문적 특성이 있다. 자연적 특성으로 인해 부동산상품은 매입과 매각이 빈번하게 이루어져 구매자가 판매자가 되는 거래 주체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대다수가 토지 및 주택소유에 대한 강한 욕구가 저변에 자리잡고 있어 인문적 특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마케팅은 부동산 공급자인 건설사, 판매사, 컨설팅사, 중개회사 등이 부동산 고객인 가계, 법인, 기관, 국가에게 부동산 제품(물적부동산, 부동산서비스, 부동산증권 등)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마케팅은 크게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의미론적 관점의 부동산 마케팅은 부동산 공급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고객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교환행위를 말한다.

둘째, 기술적 관점의 부동산 마케팅은 고객이 어떠한 부동산 상품을 원하는가, 욕구를 어떠한 요소로 평가할 것인가, 언제 무엇에 의해 알려줄 것인가,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등에 관한 조사분석을 하여 상품을 개발, 건설하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셋째, 새로운 현대적 관점의 부동산 마케팅은 부동산 상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여 공급자가 함께 부동산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만족을 얻기 위한 가격설정, 유통, 촉진 및 지속적인 관리 등의 부수적인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관리적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부동산마케팅은 「부동산 공급자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고객이나 목표시장의 필요와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 필요와 욕구를 다른 경쟁자보다도 더 잘 충족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과거의 판매개념은 부동산 공급자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현대적 마케팅개념은 부동산 구매자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부동산마케팅의 중심개념은 1) 부동산 수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2) 고객지향적이라야 하며, 3) 이를 위한 부동산마케팅 활동을 통합적 그리고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4) 이러한 활동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며 그 대가로 적절한 이익을 얻는 것이다.

부동산 마케팅에서 공급자는 공급자 그 자체만으로 존재할 수 없고 소비자를 전제로 그 소비자에게 알맞은 부동산을 개발하여 유통시키는 철저한 고객 중심의 사고를 가져야 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바로 부동산 마케팅의 핵심요소이다.

 


부동산마케팅의 관리과정

부동산 마케팅의 관리과정은 다른 부문의 마케팅 관리과정과 다를 바 없이 SWOT을 통해 먼저 부동산 환경을 분석하고 표적시장을 선정한 후 마케팅믹스전략를 전개하지만 부동산의 특성상 여기에는 보다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정형화된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건설 전문회사가 특정한 토지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우선 토지와 결합이 가능한 모든 부동산 종류를 법규적 검토를 통하여 걸러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슨 상품이 개발가능한지를 확정한 후 현재 주변의 상권이나 개발형태를 분석하고 기존의 구매고객과 불특정소비자를 상대로 요구되는 상품의 유형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그리고 구매고객의 표적대상 범위를 정하기 위하여 부동산의 성격과 장점을 개발하고 구체적인 수요자인 고객의 정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끝나면 아파트 판매가능성과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하여 최종적인 상품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부동산의 가격은 비합리적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만큼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개발에 영향을 받으므로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상품도 제품수명주기가 있어 도입-성장-성숙-쇠퇴의 과정을 거치며 일종의 S곡선을 그리게 되므로 부동산가격도 변화를 겪게 된다. 또한 부동산 공급업자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 건설하고 매력적인 가격을 설정한다고 해도 광고, 홍보 등 촉진노력 없이는 판매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관리과정 속에서 부동산 마케팅의 구성요소는 여러 단계를 통하여 보다 세부적이고 체계적으로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부동산 마케팅의 구성요소는 범위가 넓고 입장이 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마케팅 구성요소와 다른 차이점이 있다.

즉, 일반주택 상품일 경우 공급자는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나 공공기관도 될 수 있으며, 국민주택의 경우 국민주택기금이 융자가 되므로 정부에서 지원하여 공급하는 전형적인 민관 공동공급자의 형태가 된다.

그리고 정부에서 발주하는 도로나 항만상품은 고객이 정부가 되거나 공공기관이 된다. 이처럼 부동산 마케팅의 형태와 규모 등을 결정짓는 구성요소는 매우 영역이 넓고 다양하므로 부동산마케팅의 관리적 접근도 다각도로 연구되어야 한다.

 


부동산마케팅의 미래과제

 


절대 공급부족시대의 공급자위주에서 벗어나 이제 부동산시장도 소비자가 선택하는 시대로 바뀌면서 부동산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학계에서의 지원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부동산정책수립과 제도마련을 위해 부동산문제를 학제적(interdisciplinary)으로 접근하고는 있으나, 주로 제도적, 행정적, 경제적 측면에서만 다루고 있어 경영학 분야로의 확대가 요구된다.

2001년 7월부터 부동산 투자회사(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개인 부동산중개업이 아닌 부동산 법인체가 늘어나고 있어 선진화된 경영기법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도 기술하였듯이 부동산마케팅의 도입이 최근 들어 부동산업계에서 강력히 그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해외 부동산시장에 진출하는 부동산업자들이 늘고 있어 국제 부동산마케팅에 대한 연구가 급선무로 인식되고 있다.

부동산 연구의 학제적 접근을 위해서는 첫째, 관련용어의 정립이 필요하다. 학제적 접근시에 용어의 통일이 어렵지만 공동연구와 세미나를 통해 과거 일본식 용어와 동일 의미에 대한 상이한 용어표현의 재정립이 요구된다.

둘째, 기초자료의 인용 답습을 근절해야 한다. 그 예로서 상권분석시 인용되는 기본 data들이 현재 우리 상권특성에 맞게 실증적으로 재조사될 필요가 있다. 많은 자료들이 일본에서 조사된 것을 답습하고 있어 우리 부동산 실무자들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체계화하고 별도의 자료수집을 통해 엮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셋째, 지금까지의 부동산연구는 관리자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대부분이므로 앞으로는 수요자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단지 고객선호도 조사에 머무는 것이 아닌 부동산 고객의 소비자행동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함으로서 부동산 공급업자들이 부동산개발 시에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진행될 때, 부동산 시장은 일시적인 유행(fad)이 아닌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이며, 고객 개개인이 신뢰하고 재구매 할 수 있는 상품시장이 될 것이다.

 

출처: 월간 마케팅 2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