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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그림속 잔칫집 구경갈까

지식창고지기 2010. 1. 19. 10:19

조선시대 그림속 잔칫집 구경갈까

연지곤지 찍고 사모관대 쓴 노부부 회혼례 …으리으리한 왕실 축하연…

신하가 70세가 넘으면 조선의 임금은 궤장(几杖·의자와 지팡이)을 내리며 잔치를 베풀어준다. 이 장면을 그려 모은 것이 사궤장연회도첩(賜?杖宴會圖帖)이다. 또 굽이굽이 흐르는 대동강에 배를 띄우고 부임을 환영하기 위해 일반 백성과 양반들이 모두 모여 으리으리하게 연회를 연다. 이는 평양감사향연도(平壤監司饗宴圖)가 고스란히 보여준다. 평양감사를 마다하지 않은 이유가 짐작된다. 이뿐인가.회혼례(回婚禮)를 치르는 할머니·할아버지는 60년 전 설렘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연지곤지 찍고, 사모관대를 썼다. 자식, 손자, 증손자들까지 모두 모여 치르는 흥겨운 한판 잔치다. 회혼례첩(回婚禮帖 ·작은 사진)의 노부부, 그 옛날 그 첫날밤처럼 가슴 콩닥거렸을까.

▲ 평양감사 부임 환영 연회 장면을 그린 ‘평양감사향연도’ 중 ‘월야선유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이 ‘잔치풍경-조선시대 향연과 의례’를 주제로 그림 및 공예품을 12월6일까지 전시한다. 역사기록화들로, 수 백년 전 언감생심이었을 조선의 궁궐 안에서 벌어졌던 잔치는 물론 사대부 집안의 떠들썩한 잔치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와 2부는 왕실의 축하의례와 향연문화를 중심으로, 3부와 4부는 사대부 및 민간의 잔치 문화를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원자의 탄생, 왕세자 입학, 왕의 등극과 같은 왕실의 축하 의례와 관련된 그림은 물론 보인(寶印)·교명(敎命) 등과 같은 각종 상징물, 잔치에 사용됐던 왕실 공예품 등을 선보인다. 또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의궤(儀軌)도 특별히 출품됐다.

특히 궁중 잔치의 모습을 그린 ‘진찬도(進饌圖)’와 잔치의 전말을 기록한 ‘진연의궤(進宴儀軌)’ 등은 왕실 잔치의 풍경을 여실히 설명해준다.

 

4부 ‘벼슬길의 기념잔치’에서는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관직 생활 중 열렸던 각종 축하의식과 기념 잔치의 모습을 소개한다. 과거에 급제한 후 벌이는 일종의 시가행진 격인 ‘삼일유가(三日遊街)’, 시와 술과 자연을 즐기던 문인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契會圖)’ 등 다양한 모습이 보여진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시대 모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고 화합하는 잔치의 분위기를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흥이 넘치면서도 방탕하지 않은 우리네 전통 잔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