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 <18> 파도를 헤치고⑩
똑똑한 크루즈미사일…첨단 美함정에도 큰 위협
정확도 높고 값 싸…작아서 숨기기도 쉬워
북한도 舊型생산하는 등 세계에 퍼져
러는 스텔스 갖춰 격퇴 힘든 신모델 개발
국제무기시장 통제 안돼 각국 안보 위태
크루즈(Cruise)라는 말은 참 낭만적으로 들린다. 잔잔한 바다에 호화로운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떠 가고, 선상에서는 밤낮으로 멋진 파티가 열린다. 아름다운 항구에 들러 천천히 관광과 쇼핑을 즐기고, 다시 다음 항구로 떠난다. 떠나는 크루즈 유람선을 향해 아쉬운 작별의 손을 흔드는 친절한 사람들, 정을 준 사람들…. 크루즈(순항ㆍ巡航)는 배를 타고 여기 저기 돌아다닌다는 뜻이다.
크루즈라는 이 낭만적인 말에 미사일이라는 단어가 덧붙여진 크루즈미사일(순항미사일).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미사일이 이리 돌고 저리 돌아 목표물을 덮치는 순항미사일은 똑똑한 전쟁무기의 하나다.
순항(巡航)미사일
순항미사일은 미사일에 실린 엔진의 힘으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무인 유도(無人 誘導)비행을 한다. 미리 입력된 정보나 외부의 유도에 따라 목표지점에 접근한 후 공중으로부터 급강하하여 목표물을 타격한다. 또한 미사일에 실린 특수 탑재물(Payload)을 투하하거나 작동시켜 목표물을 무력화하는 무기체계이다.
미사일을 목표물로 유도하는 방법도 관성유도(INS), 지상위치시스템(GPS),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한 정밀항법유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고공비행을 하는 것도 있고 지면이나 바다의 수면 위를 아주 낮게 날아(Skimming) 목표지점에 이르는 것들도 있다. 저공으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은 그 만큼 탐지하기가 어렵다.
지난 15년간, 몇 번의 굵직한 전쟁때마다 TV 뉴스에 등장하여 일반인들도 이미 익숙해진 전쟁개시 장면이 있다. 함정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목표물을 파괴하는 장면이다. 사람들이 마치 컴퓨터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순항미사일의 확산
탄도(Ballistic) 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나가 궤도를 따라 비행하다가 다시 대기권에 진입하여 목표물을 공격한다. 탄도미사일에 대하여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주목하던 세계도 순항미사일에 대하여는 덜 경계했다. 그로 인해 순항미사일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 널리 퍼졌다.
필자가 입수한 자료중에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한 후 수집한 각종 군사기밀문서를 정리하여 이라크가 비밀리에 추진하던 각종 군사무기 계획과 그 진행사항을 담은 보고서가 있다. 거기에 북한으로부터 사정거리 300km의 대함 미사일과 사정거리 1,300km의 탄도 미사일의 획득과 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이라크-북한이 접촉한 내용과 상호 방문을 하면서 협의한 내용이 실려있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에 관한한 세계적 강대국이다.
소련이 1959년에 처음 배치한 SS-N-2 스틱스(Styx)가 대함순항미사일의 시초다. 이제는 완전 구식 모델이 됐지만 아직도 세계에 가장 많이 배치된 미사일이다. 중국 북한 인도는 자체생산까지 한다. 너무 크고 속도가 느리고 비행고도가 높아 쉽게 탐지되기 때문에 현대전에서는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상공격용 순항미사일로 개조하기에는 가장 좋은 모델이라는 점이 추후 살펴보는 것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실전에서는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때 이집트의 고속미사일함에서 발사한 세발의 Styx 미사일이 이스라엘의 구축함을 격침시켰다. 고속미사일함과 대함순항미사일의 결합이 얼마나 위협적인가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유명한 미국의 함정발사용 대함순항미사일 하푼(Harpoon)이 1977년 처음 배치됐다. 1,520 파운드(690kg)의 무게에 488 파운드(220kg)의 탄두를 장착하여 소련의 스틱스보다 훨씬 작은 미사일이지만 항공기나 수상함,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고 비행고도가 훨씬 낮고 124km 밖에 위치한 목표물까지 공격할 수 있다. 최종 목표지점에 이르면 레이더를 이용하여 스스로 목표물을 탐지, 식별하여 타격한다. 블럭 II는 2002년에 처음 배치됐는데 수상함과 지상 목표물 모두 공奮?수 있도록 GPS의 보조를 받는 관성항법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하푼급 대함순항미사일로 프랑스제 엑소세(Exocet) 미사일이 유명한데 함정발사와 항공기 발사용 2가지가 있다. 165kg의 고폭성형작약파편탄두를 탑재했다. 중간단계는 관성유도, 종말단계는 능동레이더유도방식이다. 초기 모델의 사정거리는 1975년에 배치된 함정발사용은 50km, 1979년에 배치되기 시작한 항공기 발사용은 70km였다.
함정에서 발사하는 순항미사일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航母戰團)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상대방 함정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사정거리 이내로 접근하기 이전에 이를 발견하고 함재기로 격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86년 리비아와의 해상교전에서 미 해군의 함재기(A-6E)가 리비아의 초계함 2척, 고속미사일 공격함 1척을 격침시커거나 무력화 시켰는데 이 리비아 함정들은 장착한 하푼미사일을 발사해 보지도 못했다.
항공기에서 발사하는 순항미사일은 함정발사와는 달리 미국처럼 잘 발달한 해군에게도 심각한 위협이다. 1987년, 이라크 전투기가 발사한 2발의 엑소세 미사일이 미국의 프리깃트함 스타크(SS Stark. FFG-31)에 명중하여 37명의 미해군 병사들이 사망했다. 비록 스타크함이 이지스 무기체계를 갖추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이 얼마나 위협적인가를 잘 보여준다.
러시아, 순항미사일의 종가(宗家)
순항미사일에 있어서 러시아의 기술은 참으로 놀랍다. 썬번(Sunburn)으로 불리는 3M-80E 모스키트(SS-N-22)의 가공할 위력에 대하여는 전에 살펴본 적이 있다. 음속의 세배에 이르는 빠른 속력, 바다 수면 약 5m 높이로 낮게 날아 공격해 들어오는 미사일에 대하여는 대응할 수 있는 경보 시간이 짧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더구나 목표지점에 이르면 갑자기 공중으로 솟구쳐 대단히 빠른 속도로 하강하며 목표물을 타격하는 탄도수정 능력이 뛰어나다. Kh-41은 썬번의 전투기 발사용 모델인데 탄두가 200kg이고 사정거리는 250km나 된다. 미국의 이지스 방공무기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된 미사일이라는 설계자의 말이 실감난다.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다음 세대의 대함순항미사일은 최신의 목표탐지 장치와 훨씬 향상된 스텔스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탐지하고 격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예를 들면 SS-N-26이라고 나토에서 부르는 3M55 야콘트(Yakhont)는 램제트(Ramjet)엔진을 사용하는 데 사정거리가 300 km나 된다. 탑재 탄두는 200kg으로 수면위 5m 높이로 날며 공격해 들어온다. 그 외에 3M54 클럽(Klub)은 음속이하의 속도로 천천히 낮게 공격해 오다가 목표로부터 20km 지점에 이르면 순항에 사용하던 추진엔진을 떨구고 갑자기 초음속으로 속도를 높혀 목표물을 향해 날아 들어온다.
연안작전을 벌이는 함정에게는 이런 러시아제 대함순항미사일이 심각한 위협이다. 러시아는 이처럼 뛰어난 성능의 미사일을 주저 없이 국제무기시장에 내 놓는다. 미국은 이 미사일들이 적대적인 국가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대단히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더 정교해지는 지상발사 또는 지상공격순항미사일이다. 이미 각국의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훨씬 작고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눈에 띠지 않게 배치하거나 숨길 수 있다. 또한 탄도미사일보다 탄착지점의 원형공산오차(CEP)가 훨씬 적다. 즉 정확성이 더 좋다는 말이다. 스커드 B 탄도미사일의 CEP가 1-2km나 되는 데 순항미사일은 이 보다 훨씬 더 정확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또한 생산에 필요한 중요한 기술부품의 조달이 용이하다.
미 육군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가가 약 5,000만 달러를 투자하면 순항미사일은 100기를 확보할 수 있지만 탄도미사일은 겨우 15기의 단거리 미사일과 3개의 발사대만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성능이 향상된 순항미사일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침공해 오는 상대국가에 대한 대응전력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상대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적절한 조합은 전쟁 억지력으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요즘의 전쟁은 각종 순항미사일이 서로 상대방의 해상, 지상 목표물을 치열하게 공격하는 한편 스텔스기가 전략적 목표물을 폭격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다. 순항미사일에 대하여는 다음회에 좀더 상세하게 다루려 한다.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가 미국 함정에서 발사되고 있다. 걸프전에서 85%의 명중률을 보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대함순항미사일인 프랑스제 엑소세의 발사장면. |
엑소세와 같은 급인 미국의 합정발사용 하푼. |
윤석철객원 기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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