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사/삶의 향기

날짜 변경선과 본초 자오선에 얽힌 이야기

지식창고지기 2010. 3. 13. 09:47

날짜 변경선과 본초 자오선에 얽힌 이야기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시간은 비교적 최근의 발명품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표준시는 불과 백 년 전에 마련되었다. 그 전까지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시계-이것 역시 발명된 지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를, 대체로 태양이 자기들의 거주 지역에 등장하는 때를 기점으로 삼아 주먹구구식으로 맞추었다. 이를테면 뉴저지 주의 캠던에 있는 시계가 인근 필라델피아에 있는 시계와 서로 다르게 맞춰지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현대가 과학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양 항해, 증기선의 발착 시각표, 전신, 열차, 시각표가 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공통된 시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해졌다. 1883년, 사람들은 그것을 정하여 [표준시]라고 불렀다.

워싱턴 D. C.에서 모임을 가진 각국 전문가들은 태양이 한 시간 가로지르는 거리를 기준으로 세계를 24개의 권역으로 나누었다. 한개 권역의 넓이는 경도로 15도에 해당했다(360도를 24로 나누면 15도가 된다). 출발점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당시 가장 유명한 천문대가 있던 그리니치(런던 근교)를 0도, 즉 본초 자오선으로 삼았다. 경선은 그리니치를 기점으로 동서로 크게 대별된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오른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의 표준시는 동쪽이 늦고 서쪽이 이르다. 동쪽에서는 하루가 그만큼 일찍 시작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런던이 오후 5시면 동쪽으로 다섯 개 시간대를 뛴 파키스탄의 표준시는 오후 10시다. 이미 다섯 시간 전에 오후 5시를 경과했다는 소리다. 같은 시각,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오전 1시로 벌써 다음날이시작되었다. 아홉 개 시간대가 빠른 동경은 오전 2시, 호주의 멜버른은 오전 3시이다. 런던 서쪽의 남미와 북미는 아직 런던보다 이른 시각이다. 런던이 오후 5시면 리우데자네이루는 오후 2시다. 뉴욕과 퀘벡은 정오, 샌프란시스코와 뱅쿠버는 오전 9시다. 멀리 알래스카의 앵커리지는 오전 7시이고 미국의 서쪽 끝에 위치한 알래스카는 오전 6시다.

이렇게 해서 세계인은 공통된 시간 기준을 갖게 되었지만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하루가 다음날로 접어드는 지점은 어디인가? 이 물음 뒤에 깔린 논리는 간단하다. 런던 서쪽으로 12개 시간대를 뛴 곳은 시각이 12시간 당겨진다. 런던 동쪽으로 12개 시간대를 뛴 곳은 시각이 12시간 늦춰진다. 그러나 동일한 지점이 두 개의 시각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령 런던이 일요일 오후 5시라면, 동쪽으로 12시간 늦춰진 곳은 월요일 오전 5시가 된다. 그러나 동일한 시각이, 서쪽으로 12시간 당겨진 곳에서는 일요일 오전 5시가 된다. 어떻게 해서 같은 지점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경도 180도, 그러니까 그리니치의 본초자오선 정반대 방향에 또 다른 상상의 지리선을 가정했다. 이 선은 문자 그대로 동과서가 만나는 지점이다. 1883년, 이 선이 '국제 날짜 변경선'으로 결정되었다. 이 선을 넘나들 때마다 하루가 달라지게 된다. 다행히 이선은 주로 태평양 한가운데를 지나가기 때문에 혼란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국제 날짜 변경선'은 동일 시간대에 속한 지역들에서 날짜 조절을 해야하는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그런 지역들을 피해 지그재그로 그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쪽으로 넘어가면 하루 이득을 보고 서쪽으로 넘어가면 하루를 손해본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여행자는 가령 달력 날짜를 일요일 오전 5시에서 월요일 오전 5시로 고쳐야 한다. 동쪽으로 넘어가는 여행자는 월요일 오전 5시를 일요일 오전 5시로 고쳐야 한다.

참고문헌

  • Kenneth, C, Davis 저, 이희재 역, 1994,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세계지리", 고려원미디어, pp. 161-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