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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두 대륙이 충돌하여 형성되다?

지식창고지기 2010. 3. 13. 09:49

한반도 두 대륙이 충돌하여 형성되다?


 

 1. 들어가는 말

최근 동아시아에 대한 지질학적 연구에서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업적 중의 하나는 현재의 중국대륙이 따로 떨어져 있던 남중국 대륙과 북중국 대륙이 약 2억 3천만년전 충돌하여 만들어졌다고 확인된 것이다. 중국 중앙부에서 동서방향으로, 즉 친링-다비-산동으로 이어지는 충돌지역에서 다이아몬드와 같이 아주 높은 압력하에서 만들어지는 광물이 발견된 것이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한반도는 북중국 대륙의 일부로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위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한반도의 지질역사에 대한 연구에도 중요한 전기가 마련되었다. 중국의 충돌지역이 한반도로 연장되는지, 연장된다면 한반도의 어느 곳으로 충돌대가 통과하는가에 따라 동아시아 대륙의 형성사를 밝히고 한반도의 지질역사를 바로 이해하는데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이 충돌지역이 확인되면, 한반도에 대한 전통적인 지질해석은 많이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시아의 판구조

현재 이 충돌지역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임진강 지역이 지질학자들에 의해 손꼽히고 있다. 우리는 이 글에서 대륙충돌과 관련된 지질현상을 설명하고 한반도에 과연 충돌대가 있는가에 대해서 토의하고자 한다.

 2. 중국 대륙의 충돌대

한반도의 지질역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는 중국대륙은 1980년대 초반까지도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로 움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1985년이래 고지자기측정에 의한 연구로 중국대륙이 고생대 동안 남중국 대륙과 북중국 대륙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이들이 삼첩기 동안에 충돌하여 그 이후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였을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시아 지도. 초기 중국 대륙은 두 판으로 형성되었다가 하나로 연결되어졌다. 친링-다비-산동으로 이어지는 충돌지역의 연장선이 한반도의 임진강대와 옥천대 지역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대륙의 충돌대는 중국 중앙부에 동서방향으로 발달하고 있는데, 이는 아래에서 언급되는 오피올라이트, 에클로자이트, 다이아몬드, 코어사이트 등의 존재로 확인되고 있다. 충돌대의 서부에 있는 친링-다비대는 '탄루' 단층이라고 하는 큰 단층에 의해 북쪽으로 이동하여 산동반도로 연장되고 있다.

2억 1천만년 전 삼첩기의 동아시아

 

 

 2억 5천만년 전 페름기의 동아시아

이 삼첩기의 대륙 충돌은 인도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과 제3기 동안에 충돌한 것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즉, 남쪽에 있던 남중국 대륙이 북상하여 북중국 대륙과 충돌했으며, 충돌시 남중국 대륙이 북중국 대륙 아래로 들어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3. 충돌대의 증거

지질학자들은 과거 대륙충돌의 증거로서 봉합대(suture zone), 혹은 충돌대라고 하는 충돌지역을 확인한다. 그 증거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오피올라이트(ophiolite)다.

무거운 해양지각 물질이 가벼운 대륙 지각 위로 올라타는 이 드문 현상을 오브덕션(obduction)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대륙지각에 남아있는 옛날 바다환경의 잔재물을 오피올라이트라고 한다.

오피올라이트는 충돌 동안에 대륙과 대륙사이에 존재하였던 해양지각의 일부와 바로 아래 부분의 맨틀이 접합된 두 대륙 사이에 끼어 남게 된다. 따라서, 대륙 내에서 오피올라이트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이는 대륙 충돌의 결정적인 증거로 간주된다.

또 다른 중요한 증거 중 하나는 대륙충돌작용과 관련되어 높은 압력에서 형성되는 암석이나 광물을 찾는 것이다. 이들 고압암석이나 광물은 한 대륙이 다른 대륙 밑으로 섭입할 때, 보통 대륙 지각의 두께인 약 35km 이상의 깊이에서 만들어지는데, 판구조 운동과 관련된 지구조적인 힘(tectonic force) 때문에 가벼운 지각물질이 맨틀 깊이까지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충돌대와 관련하여 고압에서 만들어지는 것들 중 특징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에클로자이트(eclogite)라고 하는 암석과 다이아몬드와 코어사이트(coesite)라는 광물이다.

어떤 암석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들은 주어진 물리화학적 조건(주로 온도와 압력)이 바뀜에 따라 다른 광물들로 바뀌는데, 이러한 현상은 변성작용의 일부이다. 대륙충돌과 관련된 변성작용은 온도의 증가보다는 압력의 증가에 의한 변화가 두드러진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이아몬드는 그 성분이 탄소(C)다. 탄소는 낮은 압력에서 흑연이라는 광물로 존재하나, 아주 높은 압력에서 결정 구조를 바꾸어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천연 광물인 다이아몬드로 변한다.

다이아몬드 사진. 서울대 지질학과가 소장하고 있는 한반도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지질학계 원로인 박동길 등이 1935년 2월 1일 사금, 석류석 등을 감정하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0.1 캐럿

한편, 코어사이트는 그 성분이 Sio2로 우리가 흔히 보석으로 쓰는 수정과 같은 성분이다. 보석명인 수정의 광물명은 석영인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에 매우 흔한 광물이다. 석영은 보통의 지각 조건에서 안정된 광물이나, 흑연이 다이아몬드로 바뀌는 것처럼 아주 높은 압력에서는 그 구조를 바꾸어 코어사이트가 된다.

 4. 한반도의 충돌대

한반도 지각의 움직임은 일반적으로 중국대륙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되어 그 중요성에 대해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의 지질역사가 세계 지질학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다. 즉 중국대륙에서 확인된 대륙충돌대의 동쪽 연장이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이다.

한반도에는 충돌대와 관련될 수 있는 두 개의 습곡대가 알려져 있다. 그 하나는 한반도 남부에서 안정된 지괴인 경기육괴와 영남육괴 사이에 북동-남서 방향으로 발달하는 옥천대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중부의 경기육괴 바로 위쪽에서 동서 방향으로 발달하는 임진강대이다.

한반도 두 대륙의 충돌 근거.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반도 두 대륙의 충돌에 관한 논의는 중국 두 대륙의 충돌의 연장선에서 이해를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

옥천대는 한때 충돌대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으나, 최근 연구에서 이 습곡대는 대륙이 완전히 갈라지지 못한 상태에서 생긴 퇴적분지가 다시 닺히는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충돌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한반도에 충돌대가 존재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임진강대인 셈이다.

임진강대는 일찍부터(1970년대 후반) 중국 지질학계에서 충돌대일 것으로 막연히 추측되었으나, 지질학적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에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물론 이 당시에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남중국 대륙과 북중국 대륙의 충돌 현상에 대해서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임진강대의 지질에 대해서는 그 동안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다.

한반도 위성사진. 이 사진 만으로도 임진강대와 옥천대 부근은 지질구조가 동서 방향으로 발달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최근 필자들은 임진강대에 대해서 지질조사를 할 기회를 가졌는데, 임진강대가 중국충돌대의 연장일 것으로 생각되는 다음과 같은 예비 조사 결과를 얻었다.

  • 첫째, 임진강대의 지질구조는 중국 충돌대의 구조 방향과 마찬가지로 동서방향으로 발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반도의 위성사진에서도 쉽게 관찰될 수 있으며, 한반도의 지질구조가 대개 북동-남서 혹은 남-북 방향인 것과 대조된다.
  • 둘째, 임진강대에 있는 암석의 변성조건이 10kbar에 달하는 고압변성작용을 지시하며, 중국 충돌대에서 흔히 관찰되는 온도-압력조건에 유사한 점이다.
  • 셋째, 임진강대 암석이 변성작용을 받은 시기가 중국 충돌대에서 충돌시기를 나타내는 변성암의 변성 나이인 삼첩기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지질학적 증거들은 중국 산동반도에 발달하는 충돌대에 대한 상대적인 지리적 위치와 더불어 임진강대가 충돌대일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그러나, 보다 확실한 증거로 생각될 수 있는 에클로자이트, 다이아몬드, 코어사이트 등의 존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확인이 임진강대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나 코어사이트처럼 초고압 광물이 한반도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첫째, 이들 초고압 변성광물이 지표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변성작용을 받아 흑연이나 석영으로 다시 완전히 변했을 가능성이다.
  • 둘째, 한반도는 충돌시기 이후인 쥐라기와 백악기 동안에 판의 경계부에 위치하면서 많은 화성활동을 받은 흔적을 가지고 있는데(대보 화강암과 불국사 화강암이 그것이다), 이 화성활동이 공급하는 열로 인해 초고압 변성작용흔적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 셋째, 지질현상과는 관련이 없는 인간적인 것이지만 중요할 수도 있다. 중국 혹은 다른 대륙에서 초고압 변성광물을 찾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5. 한반도 지질역사에서의 의미

위와 같이 한반도의 움직임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지질학적 연구는 한반도의 지질 역사 해석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한반도의 지질은 그 덩어리가 작기 때문에 판구조 운동의 증거가 쉽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았으며, 전통적으로 정적인 지질해석에 의존해 왔다. 즉, 뚜렷한 이유 없이 어떤 지역이 침강하여 퇴적분지가 생기고 나중에 열과 힘이 분지 아래에서 생겨 마그마 및 습곡과 단층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됐다.

중국의 충돌대와 관련된 한반도의 구조 운동에 관한 연구는 한반도의 지질에 대하여 판구조론에 입각한 동적인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전통적인 방법은 상하운동을 강조한 반면, 판구조적 해석은 수평운동을 강조하는 셈이다.

이 새로운 해석 방법으로 한반도에서 어떤 지역의 암석이나 광물이 왜 그곳에 만들어져 있는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숨겨져 있는 광물 자원을 찾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지질 역사에 대한 해석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한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대륙이 실제로 충돌한 경우, 남과 북의 대륙은 거의 20억년 동안 서로 다른 지질학적 진화과정을 겪어왔을 것이고 이러한 증거들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지질학적 투자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권성택외 2명, '다이아몬드 한반도에서 나올 수 있다.', 과학동아, 동아일보사, 1994, 10월호,  pp..4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