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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진시대 현학사상의 전개

지식창고지기 2010. 3. 19. 21:15

위진시대 현학사상의 전개

 

 

한나라가 무너진 뒤 위나라가 서진(西晉)에 무너지고 다시 북방민족에게 망할 때까지의 100여 년이 위진시대이다. 이 시기에 ?노자?, ?장자?, ?주역?의 삼현을 중심으로 청담(淸談)을 하는 명사(名士)들이 나온다. 청담은 일정한 자태를 갖추고 “완곡한 풍자”로 말하는 것이었으며, 완적․혜강․산도․상수․유영․왕융․완함을 ‘죽림칠현’이라 부른다. 위진현학의 관심은 우주 ‘자연’과 사회 ‘명교’(명분교화)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있었고, 유와 무를 중심으로 한 형이상학적 담론으로 이어졌다.

 

위진현학의 첫째 유파는 왕필과 하안이다. 그들은 무(無)가 근본이고 유(有)가 말단이라고 주장하여 귀무파(貴無派)라고 불렸으며, 왕필은 ?노자주(老子注)?․?주역주(周易注)?를 저술하였다. 특히 ?노자주?는 가장 뛰어난 ?노자? 주석서이고, ?주역주?는 송대 정이(程頤)의 ?역전(易傳)?으로 넘어가는 가교였다. 왕필은 노자사상을 “근본을 숭상하고 말단을 지양한(崇本息末)” 것으로 평가하였다. 왕필이 무를 본체로 삼은 까닭은 구체적인 사물은 자신의 범위와 성질에 제한되어 다른 사물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만물을 통일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왕필 사상의 또 다른 특징은 말(言)과 뜻(意)에 대한 견해이다. 왕필은 장자가 “뜻을 얻으면 말을 잊어버려라(得意忘言)”고 한 것을 “상을 얻으면 말을 잊어라(得象忘言)”와 “뜻을 얻으면 상을 잊어버려라(得意忘象)”로 발전시켰다. 상이란 사상을 표현하는 도구이고 언어란 상을 나타내는 도구일 뿐 인식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론에서 시가(詩歌)가 언외(言外)의 뜻을 구하고, 음악이 현외(弦外)의 음을 구하며, 회화가 형상(形象) 밖에서 다하지 못한 의취(意趣)를 구한다는 예술이론이 나온다.

 

청담 학풍은 완적과 혜강에서 전성기를 맞는다. 혜강은 “소리는 애락과 관계가 없다”는 ‘성무애락론(聲無哀樂論)’을 주장하였다. 이는 음을 가지고 교화한다는 전통 관점은 넘어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논한 것이다. 혜강은 또 마음과 육체를 속박하는 거짓 예법을 버리고 진실하고 소박한 예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그리고 장자의 기일원론(氣一元論)을 받아들여 원기론을 바탕으로 양생설(養生說)을 주장하면서 신선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혜강은 인간이 본래 편한 것을 좋아하고 힘든 것을 싫어하므로 ‘본성을 잘 닦아 정신을 보존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몸을 온전하게 하는 것’이 양생의 요체라고 한다. 혜강의 신선론은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로 이어졌고, 완적은 「달장론(達莊論)」을 지어 곽상의 장자학에 영향을 끼쳤다. 그런 점에서 혜강과 완적의 사상은 하안과 왕필을 곽상으로 연결하는 고리였다.

 

곽상이 지은 ?장자주?는 가장 뛰어난 ?장자? 주석서로 평가된다. 곽상은 모든 사물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스스로 생겨나서 독자적으로 변한다는 ‘자생독화설(自生獨化說)’을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사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곽상은 노장의 ‘무’가 사물 생성의 근거가 되는 다른 사물은 ‘없다’는 뜻의 ‘무’라고 한다. 사물의 존재 근거는 바로 ‘자신의 본성(自性)’이다. 따라서 모든 개체가 자기 위치에 안주하는 자득(自得)을 말하였고, 모든 사물은 자기 본분에 만족하기 때문에 소요자재(逍遙自在)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물의 보편적 관계를 부정하고 고립시킴으로써 현실성과 추상성을 상실한 존재로 만들고 말았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중국미학이 형성된 시기이다. 전통적으로 사물의 고유 속성을 인간 덕성과 연계시켜 예술로 풀어내는 비덕설(比德說)이 있었지만 위진시기는 도덕성을 뺀 채 인물의 풍모에 중점을 둔 인물품조(人物稟藻)가 유행하였고, 이는 시, 산문, 글씨, 그림, 원예 등에 파급되었다. 특히 왕필의 ‘득의망상(得意忘象)’, ‘내면의 정신을 그림으로 그려 비춘다(傳神寫照)’와 ‘형체를 통해 작가의 내면 정신을 그려낸다(以形寫神)’는 고개지(顧豈之)의 형신론(形神論), ‘형상을 통해 도를 꾸민다(以形媚道)’는 종병(宗炳)의 산수화론, 사혁(謝赫)의 기운생동(氣韻生動)이 제기된 시기이며,「난정서(蘭亭序)」를 쓴 왕희지와「귀거래사(歸去來辭)」를 쓴 도연명도 이 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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