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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진단] ①환경단체·정부 사업효과 놓고 대립

지식창고지기 2010. 4. 12. 23:46

[4대강 사업 진단] ①환경단체·정부 사업효과 놓고 대립

세계일보 | 입력 2010.04.12 18:25 | 수정 2010.04.12 22:26

 

"환경재앙 불러와" "생명의 강 거듭나"… 찬반논쟁 팽팽

'물 부족과 홍수 피해 해결, 수질 개선과 하천 복원으로 건전한 수생태계 조성, 삶의 질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경쟁력 제고.' 정부가 4대강 사업의 기대효과로 제시한 5가지 항목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도 논란이 거세다. 특히 환경 개선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한치의 양보 없이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 반대 측은 이 사업으로 인한 '환경재앙'을 경고하고 있고, 정부는 4대강이 '생명의 강'으로 거듭날 것임을 강조한다.





◇한강 강천보 하류의 준설현장 사진. 공사로 인해 탁수가 발생하고 있으나 오탁방지막 등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환경단체는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깨끗한 물 지속공급 가능할까=

정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 4대강 사업의 첫째 과제로 물부족 해결을 꼽았다. 2016년이면 10억㎥의 물부족 현상이 발생한다며 준설과 16개 보의 설치를 통해 4대강 본류에서 13억㎥의 용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질 대책도 내놨다. 현재 76%인 '수영할 수 있는 좋은 물(2급수, 생물학적산소요구량 3㎎/ℓ)'을 2012년까지 83∼86%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오염도가 높은 34개 유역 체계적 관리 ▲환경기초시설 방류기준 선진화 ▲환경기초시설 확충 및 고도화 ▲비점오염 저감대책 및 수질오염사고 예방 ▲생태하천 복원 및 수변생태벨트 조성을 세부 추진계획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환경·종교단체, 학계 등이 중심이 된 4대강 사업 반대 측은 물이 부족하다는 정부의 전제부터 동의하지 않는다. 물자원량, 상수도 보급률, 사회기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물부족 현상은 물 공급을 위한 시설의 미비 혹은 유지관리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입장이다.

수질에 대해선 개선은커녕 악화될 것이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보 설치로 인해 흐르던 물이 정체돼 썩고, 오염물질 퇴적을 가속된다고 주장한다. 본질적으로는 4대강 본류의 수질이 개선이 필요할 만큼 나쁘지 않고, 해야 한다면 본류보다는 지류에 투자가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사 중 퇴적토와 탁수 문제는=

최근 낙동강 공사현장에서 시커먼 퇴적토가 확인됐다. 환경단체는 수질오염이 심했던 1960∼90년대 낙동강으로 흘러든 오염물질이 쌓인 것으로 보고 있다. 탁수 문제도 불거졌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지난 2월 남한강 일대 공사현장이라며 탁수로 뒤덮인 강 사진을 공개하고, 탁수 저감을 위한 오탁방지막은 한 겹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퇴적토와 탁수 문제는 4대강 사업 공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을 하면 당장 직면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낙동강국민연대는 공사현장에서 채취한 퇴적토 시료를 분석한 결과 발암위험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이 기준치의 20배, 독극물인 비소가 8.488㎎/㎏이 나와 미국 해양대기관리청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준설을 중지하고 퇴적토를 가만히 두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본다. 그대로 두면 자정작용으로 정화되고, 깨끗한 토사가 퇴적토를 덮어 오염물질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준설을 했다간 오염물질이 강물에 섞여 치명적인 상황을 맞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환경연합 이철재 국장은 "퇴적토를 건드리는 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라며 "퇴적토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취수시설로 흘러들 경우 엄청난 주민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탁수의 증가 역시 수중 생태계 위협은 물론 수돗물 안전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환경단체가 잘못된 방식으로 측정하고 자의적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며 펄쩍 뛴다. 디클로로메탄은 강물을 채수해 측정해야 하는데 퇴적토를 채취해 검사했고, 수질오염 공정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도 폐기물 함량 기준에 따랐다고 반박했다. 비소도 미국 해양대기관리청 기준은 오염 정도나 정화처리 판단에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홍동곤 팀장은 "환경단체 주장대로 퇴적토 오염이 심각하다면 준설을 통해 제거하는 게 맞다"며 "4대강 사업을 계획하며 측정한 퇴적토 오염도는 준설을 한다 해도 아무 문제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탁수 문제 역시 오탁방지막 설치로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에 맞추고 있고, 취·정수시설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환경단체가 탁수 확산 저감에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는 오탁방지막 역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립적 입장의 한 전문가는 "퇴적토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는 지금까지 관심이 없던 사안이라 아무도 모른다"며 "문제는 탁도다. 대책을 세운다 해도 출처를 확인하기 힘든 비점오염원에서 발생하는 흙탕물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생태계 보전 가능한가=

지난달 환경부가 4대강에 사는 멸종위기 물고기 8종의 수를 늘리고, 보호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환경부는 "어류 증식·복원은 2006년부터 진행된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환경단체가 문제를 삼고 나섰다. 4대강 사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던 정부가 문제점을 인정하고, 때늦은 대응에 나섰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었다. 일반적인 생태계 보전정책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생태계 보전 문제가 뜨거운 논란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4대강 사업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래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소규모 서식처를 조성해 산란 및 은신처를 제공하고 철새가 오는 겨울에는 공사 강도를 조절하도록 했다. 물고기가 다닐 수 있는 친환경적 어도 설치, 보전 가치가 높은 습지의 보전, 신규습지 조성 등의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정부 예측보다 훨씬 크고, 대책 또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의 시각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생육지 변형이 동식물 멸종을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 환경단체는 4대강 공사로 인해 이미 생존을 위협받는 사례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남한강 바위늪구비 파괴로 인해 세계 유일의 식물로 알려진 단양쑥부쟁이의 자생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 환경영향평가에서 단양쑥부쟁이 분포지는 원형 보전을 원칙으로 하고 불가피하게 훼손할 경우 이식 및 대체 생육지를 조성하도록 했는데 공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의 이행을 감시해야 할 환경부가 책임을 소홀히 한 데서 비롯된 상황"이라며 이만의 환경부장관을 지난 2월 고발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