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단체/연구 단체

[경제기사 따라잡기] 국가브랜드는 무엇을 말하나요?

지식창고지기 2010. 4. 15. 13:26

[경제기사 따라잡기] 국가브랜드는 무엇을 말하나요?

한국일보 | 입력 2010.01.29 22:45

 

"이 나라 제품이라면…" 신뢰를 주는 이미지
한국 국가브랜드 순위는 31위 그쳐
세계기준 없어 기관마다 평가항목 달라
국제행사 유치·문화상품 세계화 나서야

지금까지 국가브랜드는 개별 소비자들의 의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영국의 이 분야 전문가인 사이먼 안홀트는 국가브랜드를 "세계 각국의 개별 소비자들이 특정 국가의 비전에 주목하도록 할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제품 및 서비스 등에 대한 품질을 신뢰하게 하는 대표적 소프트파워"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가브랜드위원회(용어해설 참조)도 "국가에 대한 호감도, 신뢰도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최근에는 국력의 전통적 요소인 군사력, 경제력(하드파워)보다, 국가의 품격, 이미지(소프트파워)가 국가브랜드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정의를 내렸습니다.

이같은 정의로 보면 국가브랜드는 매우 추상적이고 난해한 개념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국가별로 국가브랜드에 관한 슬로건도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웃나라 일본은 '신일본 양식'(Neo Japanesque),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보다 훌륭한 쉼터'(A Better Place to Be), 프랑스는 '새로운 프랑스'(New France) 등이 그것입니다. 한국도 2002년 월드컵을 맞이하여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주창한 적이 있지요.

국가브랜드는 측정이 가능한가요?

국가브랜드는 측정 기관마다 평가 항목이 다르고, 따라서 그 결과도 매우 상이합니다. 대표적인 국가브랜드 평가 업체로 꼽히는 안홀트-GMI는 정부 통치력, 국민성, 수출, 문화ㆍ유적, 관광ㆍ여행, 이민ㆍ투자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브랜드를 평가하는 반면, 퓨처브랜드는 안전성과 신뢰성, 친절함 등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산업정책연구원에서 국가브랜드 전략, 심리적 친근도, 제품ㆍ서비스 수출액, 관광 수입 등을 고려해 '국가경쟁력지수'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국가브랜드는 어떤 방법으로든 측정은 가능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어느 정도 인가요?

얼마 전 안홀트-GMI가 국가브랜드 지수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50개국 가운데 31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5위, 교역 규모 세계 10위인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제 위상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의 국가브랜드 자산 가치를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이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브랜드 자산 가치는 2006년 기준으로 5,043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본(3조2,259억달러), 미국(13조95억달러)에 크게 뒤지는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브랜드 자산 가치 비중은 60% 수준으로 선진국들과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고 국가브랜드 순위도 30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가 취약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이처럼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나타난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국가브랜드위원회 등 주관 부서의 기능이 아직 활발하지 못하고,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매체를 활용한 해외 홍보도 상당히 부진한 점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한류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반(反)한류, 혐(嫌)한류 등이 나타나고 있고, 다양한 국내 문화상품들의 세계화가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기업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한국 회사임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많을뿐더러, 국제 행사 개최 시 기업과 정부의 연계를 통한 국가브랜드 제고 전략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관광분야에서는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관광산업이 사치성 소비산업으로 전환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 국제행사 유치나 세계적인 국내 발 국제행사 부재 등이 국가브랜드 가치를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민정책 부문에서는 단순 인력의 국적취득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고급두뇌에 대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국가브랜드를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마지막으로 종종 '어글리 코리언'으로 폄하될 정도로 국민 개개인에 대한 품격 교육 및 관리가 미흡한 점이 큽니다. 2007년 세계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해외여행 시 미성년 성매매뿐 아니라 명품 싹쓸이 등의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해외에서의 불법행위와 추태 등을 보인 일부 국민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 도입은 지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우선 정부 각 부처에 산재된 홍보기능을 통합ㆍ정비하고 체계적인 국가마케팅을 통해 국제회의나 이벤트를 유치하는 등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외 홍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국가 마케팅을 위한 전문성 확보, 국가브랜드 슬로건 통합 등의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 등의 글로벌 기업들을 활용함으로써 국가인지도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히트 상품에 태극기를 표시하는 방안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정부개발원조(ODAㆍ용어해설 참조) 등 경제규모에 걸맞는 대외협력전략을 마련하고 국제기구 진출을 확대하는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구촌의 안녕과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범국민 캠페인 실시 등을 통해 '어글리 코리언'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실제로 일본은 동경올림픽을 맞아 1963년부터 '작은 친절 운동'을 전개했는데, 이를 통해 '친절한 나라 일본'의 이미지를 세계 각국에 정착시켰습니다.

한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해 우리의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각지의 문화상품 발굴 등을 통해 한류 상품화를 촉진시키고, 지역 특성, 문화, 상품 등을 연계시킨 세계적인 축제 육성 등의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적재산 관리 강화, 혈통을 중시하는 관행과 폐쇄주의적인 이민법 등의 개선도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 국가브랜드위원회: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국가브랜드 제고 전략을 세우기 위해 2009년 1월22일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국가브랜드 정책과 관련, 범 정부적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합니다. 또 관련 정책 사업의 효율적 집행을 지원하며 민간협력 및 국민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강화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공개발원조·공적개발원조라고 불립니다. 증여·차관·배상·기술원조 등 정부 차원에서 저개발국을 지원하는 모든 사업을 포함합니다. ODA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에 기여해야 하며, 피원조국이 부담되지 않도록 자금 공여액 가운데 일부분은 무상으로 지원하는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했는데, ODA를 받는 국가가 ODA를 주는 국가로 성장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입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