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따라잡기] 경제에서 설비투자가 왜 중요한가요
한국일보 | 입력 2010.01.08 21:37
생산성 향상의 기반… 국가 경제성장 '씨앗'
갈수록 반도체·IT 등 기술집약 산업 투자비중 커져
정부, 기업들 투자 소극적일땐 稅감면 등 지원 나서
Q.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기업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당장 수익이 줄고 재고가 쌓이는 판에 투자까지 늘리라니, 언뜻 들으면 모순된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만큼 경제 발전에 있어 투자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래의 경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이원형
↑ 한국일보 2009년 11월 23일 19면
설비투자의 개념부터 알아볼까요? 경제학에서는 설비투자를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지출하는 기계장치, 운송장비에 대한 투자행위'라고 정의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지출하는 모든 유형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생산 활동을 위한 '설비투자'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토지구입비 또는 공장건물 건축비 등은 경제학적으로 설비투자에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령 어느 기업이 유통업 또는 제조업의 사업을 확장하려고 경기도 일대에 토지 및 기계를 구입하면 경제학적인 설비투자는 기계설비, 운송장비 등에 국한하지만, 실물경제에서는 토지구입비, 공장건물 건축비 등도 포함됩니다.
산업 구조에 따라 설비투자 정도가 달라지나요?
물론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 볼까요? '가내 수공업'이란 말 들어보셨죠. 인형단추 달기, 구슬 꿰기, 봉투 접기처럼 주로 집 안에서 손으로 하는 단순한 제조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런 산업은 간단한 재료만 있으면, 나머지 99%의 노동력 만으로도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건비가 낮고 산업시설을 투자할 여력이 없는 국가의 주력상품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1960~70년대에 이런 산업이 성행했는데 당시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설비를 들여놓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이 발전하면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국가에서는 단순조립이 아닌 부품을 생산, 조립, 가공하는 산업의 비중이 점점 증가합니다. 부가가치가 높을수록 정밀한 장비가 필요하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작업을 요구하게 됩니다. 당연히 비싼 기계를 들여놓아야 하고 우수인력도 필요하겠죠? 예를 들면 우주항공, 반도체 등이 그렇습니다.
과거 한국의 수출품은 가발, 신발, 장난감 등 노동 집약적 산업(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노동비용이 상승하고 소득수준이 향상하면서 기업은 더 이상 노동집약적 제품 생산으로는 이윤을 창출할 수 없게 되었고, 자본ㆍ기술 집약적인 산업으로 전환하여 부가가치가 보다 높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산업이 발전하고 노동수요가 증가하여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기업은 노동력의 투입을 줄이면서 부가가치 높은 미래의 상품 수요를 예측하고, 설비투자를 확대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날 반도체, 자동차 등 자본 및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 주력산업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설비투자는 왜 중요한가요?
설비투자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경제 성장의 척도인 국내총생산(GDP)은 크게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수출-수입)로 구성되는데, 투자 가운데 기업이 담당하는 설비투자가 늘면 자연히 국내총생산도 늘어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에 기반이 되는 시설 및 기술 축적 과정을 통해 경제의 성장잠재력(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을 확충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각종 시설이 늘어나니 그만큼 경제 규모 자체가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생산방식이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어 노동생산력이 높아지면 이전보다 생산품의 부가가치도 높아지게 되는 겁니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1960~70년대의 한국과 같이 정부가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물가하락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 주도의 설비투자는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투자확대에 의한 경제성장 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고, 또 자본을 토대로 한 기술로 인하여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산업이 고도화된 선진국에서는 정부주도의 직접적인 설비투자 확대보다는 연구개발 투자를 통하여 설비투자를 유도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합니다. 연구개발 투자의 목적은 새로운 기술개발에 있으며 이것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자본을 형성하는 설비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산업활동 및 경제 동향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변수 중 하나로 설비투자 동향을 살펴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설비투자는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나요?
우리나라는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함에 따라 철강, 발紈낳? 건설장비 등 신규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연평균 25.6%에 이르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 및 국내 정치상황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위축되기도 했죠. 1980년대 및 1990년대에도 외환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10~2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철강, 석유화학, 정유, 조선 산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의 투자비중이 감소하고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부문의 투자비중이 커져, 설비투자 증가율은 10%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이후 최근까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인해 국내 설비투자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앞으로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떨까요?
설비투자는 경제의 잠재적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최근 정부는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경제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 분야를 발굴하고,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설비투자가 살아나고 경기침체를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설비투자는 잠재적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산업구조 및 경제의 생산기반을 튼튼하게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간투자가 얼마나 활성화 될 것인지 입니다. 민간부문의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때로는 세제감면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고, 기업은 설비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기술의 상업화 등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설비투자는 한국 경제의 성장기반을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기술개발 및 수요전망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 투자에 신중을 기하려는 기업의 입장과 과감한 투자로 현재의 침체국면을 타개하려는 정부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기업들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여서 과감한 투자를 실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 노동집약적 산업이란 자본이나 설비보다 노동력을 투입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은 산업을 말합니다. 장난감이나 신발처럼 원자재ㆍ중간재를 구입해서 단순 가공하는 산업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 성장잠재력(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가 갖고 있는 인적 자원 등 모든 자원을 완전히 활용함으로써,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성장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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