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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 따라잡기] 각국의 출구전략

지식창고지기 2010. 4. 15. 13:35

[경제기사 따라잡기] 각국의 출구전략

한국일보 | 입력 2009.09.06 16:31 | 수정 2009.09.06 22:53

 

이스라엘이 시동 걸었지만 서로 눈치… 미국 가장 늦을듯

출구전략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고민거리가 아닙니다. 경제위기를 맞아 앞다투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췄던 각국은 요즘 저마다 출구전략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건은 타이밍입니다. 서둘러 출구전략을 썼다가 자칫 회복하던 경제가 다시 망가지는 것도 큰 일이지만 너무 늦게 나설 경우, 물가 급등 같은 부작용도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국가간의 출구전략 시행 시차도 민감한 문제죠. 한 나라가 먼저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고 쳐 봅시다. 다른 나라보다 높은 금리를 노리고 해외에서 투자금이 몰릴테고, 그 나라 통화는 강세를 띠겠죠. 낮은 금리 탓에 빠져나가는 투자를 잡으려고 각국이 앞다투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자칫 국가간에 심각한 통화전쟁을 유발하거나, 가뜩이나 위태로운 세계 경제 회복세가 다시 고꾸라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번 위기의 진원지로 가장 늦게 출구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달러화가 이런 각국의 금리차로 인해 약세에 빠지면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는 다시 한번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큽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래서 최근 "각국 간의 출구전략에 조율이 없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태롭게 하고 세계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수석연구원은 "각국이 출구를 향해 각개약진할 경우 초래될 최대 위험성은 통화의 급등락"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각국은 서로들 상대방의 출구전략 시점을 면밀히 살피며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답니다. 다들 "서로 공조하자"고 말들은 합니다만, 입장은 제각각입니다.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주 기고문에서 "유럽은 이미 통화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힌 반면, 미국 재무장관은 "경기흐름이 바뀔 때를 대비한 성공적인 대응방안을 이제 준비하기 시작할 단계"라며 사뭇 다른 시각을 보였습니다.

슬슬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떼는 나라들도 벌써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최근 분위기로는 이 밖에 호주와 캐나다, 노르웨이 등도 출구에 가까이 다가선 나라로 분류됩니다.

다른 나라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도 조기 금리인상 후보로 거론됩니다만, 아무래도 수출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선진국들의 경제가 어느정도 확실히 회복되기 전에 선제적인 금리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