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따라잡기] 중국이 왜 G2로 불리는거죠?
한국일보 | 입력 2010.02.05 22:45 | 수정 2010.02.05 22:47
세계의 공장·자원 블랙홀… 中 경제규모 '넘버 2' 눈앞
발빠른 산업화·고성장 지속… "2050년엔 美도 따라잡을 것"
"수출 기회" 당분간 한국에 도움… 장기적 '부메랑 효과' 우려
Q.
최근 들어 G2라는 용어가 자주 언론에 등장합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에 중국을 더해 '두 강대국'(Great 2)이란 의미로 부르는 말인데요.
'G7이나 G20도 아니고 G2는 또 뭐야'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일 겁니다.
↑ 주원
↑ 한국일보 1월 27일자 1면 기사
A. 중국 경제가 급부상한 원인은 뭔가요?
우선 낮잠을 자던 토끼(중국)가 깨어나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세계경제 시스템에 본격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중국은 빠른 산업화 전략과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장기간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 나라의 규모가 작다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정도의 성장 속도를 보이는 국가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인데 앙골라는 13%에 이릅니다.
그런데 경제 규모를 비교해 보면 앙골라는 구매력을 기준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1%에 불과한 반면 중국의 비중은 약 10%로 100배의 차이가 납니다. 만약 앙골라가 중국의 9% 성장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이 900%는 되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두 번째의 이유는 앞서가던 거북(선진국)이 넘어졌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의 활력은 약화되는 법입니다. 그리고 개도국과의 생산비용 격차로 제조업보다는 금융산업 등 서비스업에 더 치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느릿느릿 걸어가던 거북이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넘어져 버렸습니다.
일부 유럽국가들은 국가부도 사태 위협마저 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져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들이 파산하고 있고, 그나마 상황이 괜찮다는 미국조차도 여전히 경기회복에 안착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반면 제조업에 기반을 둔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10.7%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와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요?
선진국들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거대 경제국가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 중국의 명목 GDP는 약 3,093억달러, 세계 순위 7위로 당시 1위였던 미국 경제 규모(2조7,881억달러)의 약 1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09년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의 GDP는 4조7,577억달러로 미국(14조2,662억달러), 일본(5조486억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2010년에는 중국의 GDP 규모가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 경제의 비중 증가는 곧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뜻합니다.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2000년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7.1%였는데, 그 중 중국의 성장 기여도는 0.7%포인트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8년에는 전 세계 경제성장률 5.1%중 1.2%포인트를 중국이 기여하였습니다. 나아가 2009년의 경우 금융위기로 전세계 성장률은 0.4%에 그쳤는데 중국의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로 이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이 아니었다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8%로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중국 경제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나요?
현재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에 붙는 수식어는 크게 두 개입니다. 우선 '세계의 공장'입니다. 1980년 세계 교역액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였습니다. 2008년 중국산 제품의 비중은 8%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품목에서 중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절대적인 수준입니다. 가령 화학섬유의 경우 2006년 세계 생산량에서 중국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 2007년 기준으로 철강 생산 비중이 40%, 전자제품이 2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선 부문에서 중국이 세계 전체 선박 발주량의 44%를 차지하며 한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로 흔히 붙는 말은 '세계 자원의 블랙홀'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려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와 원자재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세계의 주요 자원을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로 중국 경제에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된 것입니다. 비공식적인 통계이기는 하지만 2008년 기준 중국의 철광석 소비는 세계 소비량의 약 50%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석탄의 43%, 알루미늄의 33%, 석유자원의 10% 가량을 중국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미래는 밝기만 한 건가요?
중국은 언젠가 미국 경제를 따라잡고 세계경제의 중심국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2050년이 되면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를 보면 그 보다는 훨씬 빨리 1위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중국 경제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선 단기적으로 그 동안 고속 성장의 후유증 때문에 경제 내 버블이 형성되어 있고, 지금도 뚜렷한 해결책 없이 시한폭탄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성장과 안정은 언제나 상충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선택이 요구됩니다. 중국이 버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성장 전략을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를 따라잡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중국경제가 안정을 위해 성장을 포기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또 장기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사회주의 정치 시스템이 양립할 수 있겠냐는 점입니다.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자원의 집중이 필요하고 정책 의사결정의 신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주의 정치체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할수록 민간 부문의 비중이 커지고 정부의 역할이 축소됩니다.
또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국민들의 삶에 여유가 확대됩니다. 과연 이때에도 정치경제 시스템이 평행선을 달릴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우리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시스템의 조화, 즉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중국 경제의 부상은 당분간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게 중국시장은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과거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던 상품들을 지금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부메랑 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런 품목들이 경공업제품에서 중화학제품, 고기술 제품으로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불과 20~30년 사이에 반도체, 선박, 자동차, 철강 등에서 세계 수준을 따라잡았다면, 중국도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규모의 경제라는 우리가 가지지 못했던 장점까지 있습니다.
지금 일본의 전자,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들이 한국 등 후발주자들에 추월 당하고 이름값을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이었던 일본경제의 몰락, 지금 중국의 기세로 보아 이는 수년 내에 우리에게도 일어날 현실일 수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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