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가 만들어진 원리
초등학교 때 표어를 만드는 숙제를 하느라고 머리를 싸맨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간단한 초등학교 숙제를 위해 글 한줄 만드는 데에도 나름대로 고민을 해 가면서 만드는데, 하물며 글자를 만드는 사람은 어땠을까?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보는 한자도, 만드는 사람은 나름대로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만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글자마다 분명히 만든 이유나 원리가 있다. 이러한 이유나 원리를 이해하면 한자를 배우기가 매우 쉬워진다. 또한 이런 원리를 이해하면 모르는 한자도 쉽게 배울 수 있다. 흡사 우리가 더하기나 곱하기의 원리를 깨우친다면 어떤 숫자라도 더하거나 곱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기에서는 쉽게 한자를 배우기 위해, 먼저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알아보자.
■ 처음에는 물건의 모양을 본떠 그림으로 그렸다.
최초로 글자를 만든 사람은 사물의 형상을 본떠 그림으로 그렸다. 산봉우리가 3개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본따 만든 뫼 산(山), 강이 흘러 가는 모습을 본따 만든 내 천(川)자와 같은 글자가 그러한 예이다.
이와 같이 형상을 본따 만든 문자를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 부른다. 한문을 쉽게 배운다는 책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보면, 대부분 이 상형문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여줌으로서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이렇게해서 배울 수 있는 한자는 기껏해야 몇 백개 정도로 한자 전체의 1%도 배울 수 없다. 갑골문자에 나오는 상형문자는 227자, 121년 한자를 정리한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나오는 상형문자는 364자 이다.
■ 추상적인 의미는 어떻게 표현할까?
사물의 형태를 그대로 본따서 만든 상형자로는 추상적인 의미를 나타내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기호로 뜻을 표현하는 형태의 글자를 만들게 되었는데 이런 글자를 지사문자(指事文字)라고 부른다.
가장 대표적인 글자가, 위 상(上), 아래 하(下), 오목할 요(凹), 볼록할 철(凸) 등이 있다. 이런 형태도 상형문자와 마찬가지로 뜻을 생각하면서 외우면 비교적 암기하기가 쉽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지사문자는 전부 130개 밖에 되지 않는다.
■ 두개의 글자를 모아서 새 글자를 만들자.
글자를 만드는데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국인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뜻을 가지는 두개 이상의 글자를 모아서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예를 들어, 사람(人)이 나무(木) 아래에서 쉬고 있다는 의미로, 사람 인(人)자와 나무 목(木)자를 모아서 쉴 휴(休)자를 만들었다.
이와 같이 만든 글자를, 뜻(意)을 모아서(會) 만든 글자라는 의미로 회의문자(會意文字)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회의문자도 전체 한자의 2~3%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 갑골문자에는 회의 문자가 396자, 121년 설문해자에는 회의 문자가 1167자가 나온다.
■ 뜻과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를 모아 새 글자를 만들자.
이러한 회의문자는 뜻은 쉽게 이해되나, 글자의 소리는 원래 합쳐지는 글자로부터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위에 나오는 쉴 휴(休)자는 사람 인(人)자와 나무 목(木)자와는 소리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뜻을 나타내는 글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를 합쳐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다음은 이러한 글자를 만드는 예이다.
⊙ 泡 : 거품 포, 물 수(水) + [쌀 포(包)] / 포말(泡沫)
⊙ 抱 : 안을 포, 잡을 포, 손 수(手) + [쌀 포(包)] / 포옹(抱擁)
⊙ 咆 : 고함지를 포, 입 구(口) + [쌀 포(包)] / 포효(咆哮)
⊙ 袍 : 핫 옷 포, 옷 의(衣) + [쌀 포(包)] / 도포(道袍)
⊙ 砲 : 돌 쇠뇌 포, 돌 석(石) + [쌀 포(包)] / 대포(大砲)
⊙ 飽 : 배부를 포, 먹을 식(食) + [쌀 포(包)] / 포만감(飽滿感)
⊙ 鮑 : 절인어물 포, 물고기 어(魚) + [쌀 포(包)] / 관포지교(管鮑之交)
위의 예를 보면, 소리를 나타내는 쌀 포(包)자 앞에 뜻을 나타내는 글자들이 붙어서 새로운 글자를 만든다. 이와같이 모양(形)과 소리(聲)를 함께 가지고 있는 글자를 형성문자(形聲文字)라고 부른다. 이렇게 만든 글자는 뜻도 쉽게 이해되고, 소리도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모든 한자들은 214개의 부수(部首)에 따라 정리되어 있는데, 모든 형성문자는 이 부수(部首)가 그 글자의 뜻을 나타낸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옛날 사람들은 날씨에 관련되는 모든 것들이 비(雨)와 관련있다고 생각하였다.
⊙ 雲 : 구름 운, 비 우(雨) + [이를 운(云)] / 망운지정(望雲之情)
⊙ 露 : 이슬 로, 비 우(雨) + [길 로(路)] / 진로(眞露- 참 이슬)
⊙ 霜 : 서리 상, 비 우(雨) + [서로 상(相)] / 설상가상(雪上加霜)
⊙ 霧 : 안개 무, 비 우(雨) + [일 무(務)] / 오리무중(五里霧中)
이렇게 글자를 만드는 방법이 생기자, 기존의 상형문자들도 대부분 뜻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뜻을 의미하는 글자가 다시 추가되었다.
예를 들어 했빛 쪼일 폭(暴)자는 날 일(日)자가 붙어 폭(曝)자가 되었으며, 나무가지 지(支)자도 나무 목(木)자가 붙어 지(枝)자가 되었다. 즉 많은 상형문자들이 형성문자로 변경되었고, 현재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형성문자는 1161년에 나온 <통지(通志)>의 육서략(六書略)에 수록된 23000자 중 90%를 차지하고, 1716년 강희자전 48641자 중 97%를 차지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9만자 정도의 한자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2000여 자의 한자 중 20~30%(약 500자 정도)는 위에서 말한 상형문자이거나 회의문자이고, 나머지 70~80%는 형성문자이다. 나머지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한자는 거의 100%가 이 형성문자이다.
형성문자는 뜻도 이해가 쉽고, 소리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앞의 글자처럼 무조건 암기하지 않아도 되어 쉽게 공부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형성문자를 잘 이해하면 한자의 실력이 금방 늘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형성문자를 어떻게 쉽게 배울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뜻과 소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형성문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소리를 내는 글자가 뜻도 겸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없을 막(莫)자는 풀(艹) 사이로 해(日)가 지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글자 아래에 있는 대(大)자도 상형문자를 보면 풀 초(艹)자로 생겼다. "해가 저물고 없어진다"고 해서 "없다"라는 의미가 생겼는데, 이 글자가 다른 글자와 만나면 다음과 같이 소리와 함께 뜻으로도 사용된다.
⊙ 幕 : 장막 막 = 수건 건(巾) + [없을 막(莫)], 안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천(巾)이 장막(帳幕)이다.
⊙ 漠 : 사막 막 = 물 수(水) + [없을 막(莫)], 사막(沙漠)에는 물(水)이 없다.
⊙ 寞 : 쓸쓸할 막 = 집 면(宀) + [없을 막(莫)], 집(宀)에 아무도 없으니 쓸쓸하고 적막(寂寞)하다.
또 다른 예를 들면
⊙ 帳 : 휘장 장 = 수건 건(巾) + [긴 장(長)], 천(巾)을 길게 늘어 뜨린 것이 휘장(揮帳)이다.
⊙ 張 : 활줄 당길 장 = 활 궁(弓) + [긴 장(長)] , 활(弓) 줄을 길게 당긴다.
⊙ 脹 : 배부를 창 = 고기 육(肉) + [긴 장(長)], 배가 부르면 몸(肉)이 길어진다(키가 큰다).
당송팔대가 중의 한사람인 왕안석(王安石)은, 이와 같이 소리를 내는 모든 글자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사실 한자를 만드는 사람도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를 선택할 때, 아무 글자나 선택하지 않고 가급적 의미가 있는 글자를 선택했으리라 짐작은 된다. 하지만, 모든 한자에 이런 원리를 꿰어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더라도 이 책을 읽을 때, 가급적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에서 뜻을 찾아 가면서 읽어보자.
■ 한자를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한자의 대부분은 한자를 처음 만들 때의 뜻에서 파생되어 다른 뜻으로도 사용된다. 이와 같이 한자 원래의 뜻으로부터 다른 여러 가지 뜻으로 활용되는 글자를 전주문자(轉注文字)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안방 규(閨)자는 색시 규(閨)자로도 전주되어 사용된다. 색시는 안방에 조용히 있기 때문이다. 악기를 의미하는 악(樂)은, 악기 연주를 들으면 즐거워진다고 해서 즐거울 락(樂)으로도 전주되어 사용된다. 대부분의 한자가 한가지 뜻만 가지고 있지 않고 여러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뜻이 전주되었기 때문이다.
전주문자 이외에도 뜻과 상관 없이 소리를 빌려서 쓰는 글자가 있다. 예를 들어 영어로 된 아시아(Asia)를 한문으로 아세아(亞世亞)라고 표현한다. 또 코카콜라(Coca Cola)는 가구가락(可口可樂), 펩시콜라(Pepsi Cola)는 백사가락(百事可樂)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소리만 빌어서 사용하는 글자를 가차문자(假借文字)라고 한다. 이러한 가차문자는 현대에 들어 오면서 주로 외래어를 표기하기 위해 많이 생겼다.
엄밀히 말하면, 가차문자와 전주문자는 상형문자, 지사문자, 회의문자, 형성문자처럼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글자에 새로운 뜻이 추가 되거나 소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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