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에 대한 10가지 오해
92년 한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질 무렵, 중국을 이해하고자 하는 붐이 처음 일어 났었고, 작년에 WTO가입과 2008년 올림픽유치로 제2의 중국붐이 일어나 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대단한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듣고 느낀 바를 책으로 펴내거나 중국에 가보니 어떠하더라 등 나름대로의 中國觀을 피력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중국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국을 몇 마디로 규정하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되고 궁극적으로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히 일어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본다.
중국은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외국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성을 갖고 있는 나라이며, 연 소득 5천 만원이상의 소득층이 우리나라 국민수 만큼이나 많은 나라이다. 또 3위안(450원)으로 점심한끼를 때우는 서민이 있는가 하면 황제처럼 대접 받으면서 1000위안 (15만원)짜리 정찬을 드는 부유층이 공존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하나 있다. <지금은 이전과 많이 틀리다. 예전의 안목으로 사업을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따라서 여러가지 단편적인 견해들을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이해가 오해가 착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사람이 중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10가지 오해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중국은 아직 저임금 국가다
중국은 평균소비수준과 평균임금이 아직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이다. 따라서 일부 지방과 제조업 및 기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일반 현장직원의 급여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대학생의 급여도 3,000위안(45만원)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4~5년 후에는 경력자의 신분으로 다른 회사에 자리를 옮기면서 높은 급여를 받게 된다.
요즘, 중국에서는 MBA학위 출신이 무척 인기를 끌고 있는데 MBA학위 획득전의 연봉이 4만위안 정도라면 MBA학위를 획득 후 취업 기회가 배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연봉도 배 이상 늘어나 20만위안 을 넘고 있다. 또, 개혁개방 이후, 해외유학을 다녀온 유학파 및 마케팅, 정보통신, 컨설팅 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급여는 이미 한국이나 일본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중국은 개혁 개방이후, 100만 여명을 자비 혹은 소속기관에서 배양하는 형식으로 해외에 유학을 보냈는데 그 중 이미 15%가 귀국하여 근무하고 있고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작년에, 중국 최대의 酒類회사인 로우쟈우(老窯)에서 연봉 100만 인민폐(1억5천만원)와 주택 및 자동차 제공을 조건으로 재무담당, 영업담당, 경영담당 3명의 전문경영인 채용광고를 내어 화제거리가 되었다.
인구대국이라는 큰 바탕을 전제로 했을 때 이런 인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지는 않지만 절대적인 숫자 역시 만만치 않으며 앞으로도 이렇게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의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다.
둘째/ 중국인은 만만디다
인간의 성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후, 음식, 토양과 지형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인은 황하를 경계선으로 크게 북방인과 남방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북방인은 광활한 초원과 사막에서 말을 달리고 남방인은 개천, 호수, 바다의 주위에서 배를 많이 사용하면서 생활했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사람의 만만디는 특히 남방인의 생활패턴중의 하나인 나름대로의 여유에서 온다고 말하고 있다. 여유는 시간적인 여유와 공간적인 여유로 나뉠 수 있는데 만만디는 시간적인 여유를 말한다. 옛날에 상대적으로 단순했던 인간관계 및 넓은 땅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형성된 국민성이 아니겠는가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특성 역시 “옛날 얘기”로 지금은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의 발전추세에 맞춰 신속한 판단과 실행력으로 실리를 챙기고 있다.
북경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임사장은 한국에서 복장오더를 받아 항주의 복장제조업체에 가공을 시켜 완제품을 재수출하는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임사장의 말을 빌리면 복장도면이 도착하면 이튿날로 바로 샘플이 나와서 DHL로 한국에 송부가 된다고 했다. 오더가 결정되면 바로 생산계획과 선적계획을 동시에 짜서 보내주면서 원자재 및 기술표준을 제출하라는 식의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 특히 통신과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중국기업의 의사결정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으며 돈이 걸린 비즈니스에서는 더 이상 만만디가 아니다.
물론, 사업을 할 때 만만디의 측면도 있지만 신중하게 조목조목 검토를 할 뿐이고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는 무척 빠르며 “別躁急”(서두르지 마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조급한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셋째/ 사회주의 관습에 따라 근무의욕이 낮다
예전에 중국의 고용상태를 얘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단어가 “철밥통”이었다. 이 단어의 의미는 정부나 기업체에 입사하게 되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하든 말든 평생고용 및 복지를 보장하여 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전 국가에서 일자리를 해결해주고 주택을 마련해주고 골고루 급여를 받아가는 그런 사회주의 관습에 따른 낮은 업무효율성과 근무의욕은 이미 역사교과서에 자리 잡은지 오래다.
물론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기법의 실행은 외자기업의 진출로부터 도입되었지만 국유기업의 개혁을 시점으로 보편화되었다. 출퇴근시간을 어김없이 지키고 있으며 근무시간에 잡담하거나, 구석진 곳을 찾아서 낮잠을 자거나, 업무시간에 개인 일을 하는 등의 현상은 외자기업은 물론, 국유기업에서 조차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국유기업은 체제개혁과 함께 거의 2000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정리 해고하여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업무의 효율성도 상당히 올라갔다. 뿐만 아니라 사원 능동성 제고를 위한 여러가지 조치와 제도가 효율적인 조합을 이루어 보편화되고 있다.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인 Haier이 창조한 독창적인 관리기법 OEC (Overall Every Control and Clear)는 매일 모든 직원의 모든 일에 대하여 통제하고 관리한다. 이 관리기법은 관리자들에게 매일 문제를 발견하고 보고하도록 교육함과 아울러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보고서를 쓴 관리자는 문제를 발견하는 시야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인정한다.
지난 95년 마쓰시다의 어떤 임원이 중국에 기업문화교류차 Haier을 방문 후 “Haier에서 관리기법을 소개한다는데 대하여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낀다. 마쓰시다가 더욱 열심히 하지 않으면 Haier에 뒤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제 선진경영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또한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원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과 종업원 지주제, 유사 스톡옵션 등을 시행하는 업체도 해마다 늘어나는 실정이다.
넷째/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정책이 불안정하다
경제에서 낙후한 중국을 공업화된 고도의 현대국가로 건설하자는 것이, 신중국을 건설한 모택동은 물론 중국경제의 총설계사로 불리고 있는 등소평의 『중국 미래관』이다. 그러나 중국의 발전을 몇십년이상 뒤지게 만든 문화대혁명으로 현대화전략구상은 한동안 한낱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후 1975년 주은래총리가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기 위하여 모택동의 지시에 따라 제정한 『현대화 건설목표』는 지금까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래 중국을 실현하기 위한 경제정책제정 과정도 一言堂(일개인의 한마디로 정책이 결정)을 피하기 위한 체제로 형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 이름만 있지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던 전인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혁, 개방을 제도적으로 뒷바침하기 위하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기적인 전인대회의는 물론 임시 상임회의를 통하여 수시로 각종 법안을 수정, 제정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경제정책은 『국무원』이 중심이 되어 거시경제는 “국가계획발전위원회”, 금융정책은 “인민은행”, 산업정책은 “경제 무역위원회”, 대외정책은 “대외경제무역위원회”를 중심으로 제정 되고 있다. 또, 중국사회과학원 산하의 각종 연구소, 국가계획발전 위원회의 거시경제연구원 등도 많은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경제정책의 수립에 영향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주석 및 국무원총리 등 지도자들은 나름대로 전문가그룹 및 민간 연구소, 해외 유학파 등 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각종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경제정책 제정과정에 많은 부문이 참여하고 의견이 수렴됨으로써 정책의 과학성과 實行可能性 및 정책의 連續性을 확고히 하고 있다. 예를 들면 90년대 중반 경기과열 진정책도 3년간의 정부내 토론 끝에 결정할 정도로 정책의 변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다섯째/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한 단순임가공제품이 적합하다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 연해경제기술개발구와 경제특구를 지정하여 저임금과 세금혜택으로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하였고 이러한 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때 당시 중국에 진입한 대부분의 기업, 특히 심천, 광동, 복건, 산동을 위주로 하는 지역에는 주로 저임금을 이용한 단순 임가공 외자기업이 설립되었고 이런 외자기업은 그 시기에 많은 이익을 챙겼다.
개혁개방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Local업체들은 단순 임가공 제품은 물론 가전, 석유화학, 섬유, 기계 등 고기술 방면에서도 우리나라를 따라잡았거나 맹추격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이미 “세계의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TV, 세탁기, 전자렌지, 에어콘, 냉장고, 오토바이, 복사기, 프린터 및 PC부품 생산에서 중국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군에서 중국의 Major Local기업들은 중국시장은 물론 Global 시장에서도 이미 저렴한 원가를 무기로 우리제품을 밀어붙이고 있다.
첨단제품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이전에 몸을 사리고 있을 때 선진업체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2000년 주룽지총리가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놀랄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이제 한국이 앞서있는 부분은 생명공학과 반도체 정도다”라고 말했듯이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한 단순임가공 제품을 생산해서는 가망이 없다고 본다.
또한 2001년부터 시작된 제 10차 5개년 계획의 핵심과제가 바로 정보화를 포함한 첨단산업의 발전이며 정부의 의지뿐만 아니라 중국의 시장자체도 첨단제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북경, 상해 천진 등지의 백화점 가전코너를 돌아보면 예외없이 세계최고급 첨단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곧 실행하게 될 디지털방송에 대해서도 중국자체의 규격을 만들어 세계의 표준규격을 선도해 보겠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강력한 의지이다.
이제 중국에서는 세계 일류제품이 아니고서는 중국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었고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 및 최첨단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만 승산이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여섯째/ 중국에서는 法보다 꽌시(關係)가 우선이다
중국을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중국에서는 일을 하려면 우선 꽌시를 잘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중국비즈니스의 金科玉條 처럼 여겨왔다.
계획경제 체제하에서의 중국에서는 개인의 역량과 그 사람이 위치하고 있는 사회적인 지위에 따라 안되는 일도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즉, 많은 일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人治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개인이 좌우할 수 있는 여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계획경제의 위축과 시장경제의 발달 및 정부기능의 체계화와 정부관리의 효율성 추구로 꽌시의 의미가 차츰 약해지고 있으며 특별히 아는 사람 혹은 꽌시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일을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투자로 수입되는 설비를 통관할 때도 평소에 안면이 있는 (그것도 關係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 세관원 을 찾아서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 일들이 허다했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수속을 밟아 오면 그만이고 만약 투자금액이 일정한 선을 초과하면 세관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속을 밟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한국의 모기업 사장이 중국은 1인당 소득이 천불도 되지 않으므로 적당한 기술로 투자하면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하다 사업이 잘 되지 않자 중국은 꽌시의 나라이니 무슨 수가 없을까 하고 시정부를 찾아 갔었는데 시장의 첫마디가 “왜 나(市長)를 찾아왔느냐? 당신은 시장(市場)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하는 따가운 충고를 들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중국사업에서 꽌시를 잘 맺고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꽌시도 비즈니스에서 서로에게 이득이 되어야 형성되는 것이지 맹목적인 꽌시 형성은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오히려 화를 초래할 수 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제 중국의 WTO가입과 함께 제도, 법률, 법규의 체제가 완벽하게 재구축되고 있으며 경영환경이 더욱더 투명해 질것이다.
일곱째/ 중국 공무원은 관료주의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정부인사와 많은 연계가 있게 되는데 모두가 외국자본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자국사업가와 외국사업가에게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중국공무원의 변화를 피부로 실감하게 된다.
지난해 여름, 화상전화 시스템의 투자검토를 위하여 신식 산업부를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접견을 나온 고위공무원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30대중반의 젊은이가 첨단기술산업처 처장이라고 하면서 명함을 내놓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바람에 통역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또 관련된 첨단기술 및 최신동향까지 속속히 알고 있어 상담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록 화상전화 시스템은 여건미비로 아직 실행이 되지 않고 있지만 그 후에도 그 젊은 공무원은 여러 번 전화를 걸어 진행상황을 체크했었다.
또 지난 99년, 상해에서 “포춘글로벌 포럼 500”이 열렸을 때 시정부 관리들의 태도를 보고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투자유치를 위해 엄창난 양의 자료를 빈틈없이, 그리고 투자자의 구미에 맞게 마련해 놓고 있었으며, 게다가 마치 자기 사업인양 투자자를 설득하는 모습을 볼 때 공무원인지 투자유치회사 직원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한국공무원과의 차이라고 하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근본적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즉, 한국은 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 기업활동을 제약하는데 혈안이지만 중국은 기업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해결해 주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정부의 관료주의와 부처간 이기주의 등으로 중국관리에게도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하지만 1998년, 행정 개혁을 통하여 42개 부처가 29개로 대거 축소되고 공무원 종신 고용제도를 폐지하면서 젊고 능력이 있는 공무원을 발탁하는 등 정부효율성을 제고하고 공무원들의 수준을 올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주목해야 할 바는 공무원들이 탁상공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앙관과 지방관을 두루 거친다는 점이다. 이제 10년, 20년 후 이런 젊은 공무원들이 성장, 성숙하게 되면 더욱 밝은 중국의 장래가 전망된다.
여덟째/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보수적이고 전통적이다
아주 먼 옛날, 중국사람은 중국문명을 여러가지 문명중의 하나가 아니라 세계 유일한 문명이라고 생각했고 중국사람의 생활방식도 여러가지 생활중의 한가지가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생활방식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후, 세계문명과의 접촉에서 중국사람은 많은 문명의 대두에 약간은 당황했었지만 자신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여전했고 중국이 거대한 문화의 중심에 있다는 중화사상에 대한 확신은 그 무엇보다 앞섰다.
일반적으로 중국사람은 중화사상뿐 아니라 유교의 영향으로 보수적이고 전통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한국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개혁적이며 더 나아가 서구식 사고방식에 가까운 면도 종종 느끼곤 한다.
최근 서구 패스트 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날드 체인점이 북경시내에 만 50개가 넘으며, 까르푸, 프라이스클럽,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현대인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휴대폰의 급격한 보급 등이 이러한 성향을 잘 대변해 준다.
우리는 喪을 당하면 명당자리를 골라서 모시고 명절이면 집에서 조상들에게 절을 올리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사람은 오래전부터 이를 미신활동의 일부로 개혁해 버린지가 오래다.
우리가 중추절(추석)에 고향으로 돌아가 조상제를 지내는 것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10월 국경절과 함께 거의 10여일이 되는 연휴를 이용해 유람을 떠난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유교의 발원지로, 몇 천년의 유교문화를 가져온 국가에서 어쩌면 그럴 수가 있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아홉째/ 중국은 평등사회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평등주의 사회라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중국은 이미 1978년 안휘성 봉양현에서 농촌도급제를 실시하면서부터 평균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하였고 농촌 도급제도의 확산으로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농촌과 농민들이 평등 사회에서 벗어났다고 하는 것은 중국전반 사회의 평균, 평등주의 타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촌에서부터 도시로, 국유기업개혁으로부터 경제체제개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개혁은 개체 능율 제고 및 노동의 대가에 따라 보수를 받는 원칙이 기본이 되었다.
현재 중국은 치열한 경쟁사회로 변화, 발전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기업간의 경쟁, 기업내부에는 조직과 개인간의 경쟁이 보편화 되었다. 신상필벌 원칙 및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제도는 물론 능력자에 대한 파격적인 승진과 처우를 과감히 실행하여 우리와 같은 한국기업은 물론 미국, 유럽계 기업들조차 Bench Marking 할 정도이다.
중국 최대의 IT업체 聯想은 현재 37세인 입사 12년차 楊元慶을 최고경영자로 선발하여 전반적인 경영을 책임지게 하고 있다. 중국최대의 TV업체 長虹도 입사 15년차인 36세의 王朝鳳을 그룹의 제2인자로 등용하고 있다. 중국최대 종합가전기업인 Haier은 임원뿐만 아니라 관리자 전원에 대하여 매달 업적심사를 실시, 그 순위를 공개할 뿐만 아니라 동일업무에서도 능력에 따라 3배까지 임금 격차를 주고 있다.
광동성 순덕에 위치해 있는 공조기업체 『美的』 역시 당근과 채찍을 함께 하는 인사고과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사업부장은 3년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잘리며 사업부장에게는 부하직원에 대한 전면적인 인사권이 있어 실적이 나쁜 직원은 직접 해고할 수 있다.” 이는 기업내부에 이미 시장의 경쟁원리가 충분히 침투되어 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다.
중앙정치무대까지도 후진타오 등 젊고 유능한 인재를 차세대 주자로 키워나가듯이 『엘리트집단』을 용인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열째/ 중국은 투자자본이 없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자체의 투자자본이 없어서 외자유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이론의 시각에서 보면 닭을 빌어 알을 낳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다음의 수치를 보면 중국의 자본이 어느 정도이며, 이러한 자본이라면 사실 외국의 자본이 그렇게 아쉽지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개인예금은 7조인민폐로 그 중에서 투자나 간접금융을 통해 기업에 들어가는 자금은 1조5000억인민폐이다. 만약 나머지 5조5천억인민폐가 산업자본으로 활용되면 중국경제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산재되어 있는 자본외에 중국경제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주요한 구성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화교의 경제력이다.
전세계 화교는 약 6천만명으로 추산되며 현찰보유액만 234조불로 동남아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 블록을 형성하면서 세계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사람의 강한 뿌리개념을 의미하는 <落葉歸根>이라는 말이 있는데 낙엽이 떨어지면 뿌리를 찾는다는 뜻으로 고향에 대한 애착을 담은 화교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이러한 화교자본은 지금까지 중국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에 밑거름이 되었으며 앞으로도 중국경제의 성장/발전에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줄 것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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